범죄를 상품화한 보복대행… "의뢰·실행자 모두 처벌대상"

파이낸셜뉴스       2026.04.05 18:20   수정 : 2026.04.05 18:20기사원문
개인적 원한을 자본·범죄로 해소
공동주택 복도·현관도 주거침입
주거지에 인분 뿌리고 래커 욕설
파손하지 않아도 재물손괴 해당
보이스피싱형 조직 인정땐 중형
의뢰한 사람은 교사죄 적용 가능
실행자보다 더 큰 책임 질수도



텔레그램 등 익명 메신저를 통해 돈을 받고 타인에게 오물을 투척하거나 협박을 일삼는 이른바 '보복 대행'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 수사기관이 조직 총책과 실행책을 잇달아 검거해 재판에 넘기는 가운데, 법조계는 이들에게 재물손괴·주거침입·명예훼손 등으로 중형이 선고될 것으로 본다. 또 범행을 지시한 의뢰인 역시 무거운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고 경고한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경은 '보복 대행' 일당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 양천경찰서가 3일 조직 총책을 구속 송치한 것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50여건의 피해 신고가 접수돼 다수 가담자가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다.

■"안 부쉈다" 재물손괴죄 가능성

가해자들은 물리적 가해가 없어 가벼운 처벌을 기대하지만, 실무상 적용되는 혐의는 결코 가볍지 않다. 특히 현관문을 엉망으로 만드는 오물 투척은 '재물손괴'가 될 가능성이 높다. 형법상 재물손괴죄는 타인의 재물 또는 문서 등을 본래의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들 때 성립된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단순히 물을 뿌리는 수준이 아니라 인분이나 래커를 칠하는 행위는 미관을 훼손하고 원상복구에 상당한 비용과 노력이 든다"며 "벽이나 문의 본래 기능을 해친 것으로 평가돼 재물손괴죄가 성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방 유인물을 뿌리는 행위는 '명예훼손' 혐의가 적용될 여지가 있다. 불특정 다수가 피해자에 대한 비방성 내용을 알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사백 법무법인 새별 변호사는 "단순 재물손괴는 처벌이 약할 수 있지만, 비방 유인물 살포 시 명예훼손이 더해져 경합범(두 개 이상의 죄를 저지른 경우)으로 기소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범행을 위해 아파트 공동현관에 들어간 행위는 '주거침입'에 해당한다. 대법원 판례상 출입문 등으로 외부와 구별되는 공간인 '위요지'에 무단으로 들어간 것만으로도 죄가 성립하기 때문이다. 양호민 법무법인 중현 변호사는 "공동현관이 비밀번호로 관리돼 있다고 하면 관리형태 자체가 외부인이 침입하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라며 "주거침입 성립가능성이 좀 더 높아질 수 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난 돈만 냈다" 선처 불가

범행을 의뢰한 측 역시 실행자와 동일한 형량으로 처벌받는 '교사죄'가 적용될 수 있다. 곽 변호사는 "이 경우 범죄를 지시한 사람이 직접 실행자보다 더 큰 책임을 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의뢰인이 피해 정도를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면 책임 회피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이 변호사는 "예를 들어 의뢰인이 보복 종류별로 단가가 매겨진 항목을 보고 비용을 지급했다면 범행의 강도를 예상하지 못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양 변호사도 "메시지 대화나 지시 내용이 확보될 경우 교사죄 성립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보복대행 일당에게 보이스피싱 조직처럼 형량이 무거운 '범죄단체조직죄'가 인정될지도 주요 쟁점이다. 다만 곽 변호사는 "해당 단체가 범죄만을 목적으로 조직이 구성됐는지, 아니면 정상적인 업무와 병행된 것인지에 따라 범죄단체 인정 여부가 갈릴 수 있어 법리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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