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섭 한화오션 사장, 국회 보좌진에 '조선 DNA' 심는다

파이낸셜뉴스       2026.04.06 15:54   수정 : 2026.04.06 17:22기사원문
여야 입법라인 직접 두드려 조선·방산 의제 국회에 뿌리 내린다



[파이낸셜뉴스]정인섭 한화오션 경영지원실장 사장이 직접 나서서 국회 보좌진에 '조선 DNA'를 심는다. 직접 입법부의 심장을 두드리며, 조선·방산 의제를 국회에 뿌리내리는 데 앞장서고 있는 것. 최근 1년 간 한미 관세협상 '특급 공신'은 물론 미국 상원의원과의 회동, 여야 긴급 간담회 재계 대표 참석 등 정·관계 핵심 의사결정 라인을 만난 데 이어 국회 실무진까지 직접 챙기며 K-조선의 중요성을 알리는 행보다.

정인섭, 국민의힘 보좌진과 '밥상머리 조선학' 나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정 사장은 오는 10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국민의힘 보좌진협의회가 여는 '국회 맞춤형 보좌진 성장 프로젝트 조선산업 특강'에서 강연자로 나선다.

점심 특강으로 진행돼, 바쁜 의정활동 속에서도 밥 한 끼를 나누며 조선산업의 현주소를 자연스럽게 흡수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또 다른 강연자인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학구적인 산업 분석이 아닌, 증권 애널리스트의 시각에서 자본시장이 보는 조선산업을 풀어낸다. 보좌진들이 조선산업의 전략적 가치를 '증시의 숫자'로 체감하도록 하겠다는 기획이다.

그는 이미 지난 2월 23일 더불어민주당 보좌진협의회를 대상으로 한 조선산업 특강에도 강연자를 자처했다. 이 자리에서 정 사장은 △조선산업의 위상에 대한 지정학적·산업적·사회적 고찰 △한미 관세협상에서 조선산업의 역할 △방산 수출의 중요성을 심도 있게 풀어냈다. 마스가(MASGA), 최대 81조원 규모로 불어난 캐나다 잠수함(CPSP) 수주전 등 K-조선의 최전선 이슈가 집중 논의됐다. 함께 강연에 나선 권효재 COR 에너지인사이트 대표는 에너지 전환 시대의 조선산업 역할을 조명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보좌진 관계자는 "입법을 수행하는 국회 보좌진 대상으로 조선산업에 대한 이해도를 증진시키고자 진행된 일정"이라며 "세계 최고 수준의 상선·해양 및 함정 건조 능력을 갖춘 국내 조선산업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정 사장이 국회의원이 아닌 보좌진을 타깃으로 삼은 것은 보좌진이 법안 초안을 쓰고, 정책 브리핑을 올리고, 예산안의 우선순위를 건의하는 핵심 업무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 의원실에서 '조선산업 지원법 발의, 방산 수출 예산 증가'라는 한 줄의 건의가 올라가려면, 보좌진의 머릿속에 조선산업의 전략적 가치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어야 한다. 보좌진이야말로 국회의원에게 실제 아이디어와 실무를 제공하는 '입법의 엔진'이다.

그가 대우그룹 비서실 출신이라는 것도 보좌진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그는 최고 의사결정자를 가장 가까이에서 보필한 경험이 있다. '결정권자를 움직이려면, 결정권자에게 정보를 올리는 사람을 먼저 설득해야 한다'는 현실을 체득했다. 이번에 국회에서도 같은 문법을 적용하고 있다.

국회의원의 판단을 실질적으로 설계하는 보좌진에게 조선 DNA를 직접 이식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소통 경로임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는 그다. 여야를 모두 찾아간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당이 바뀌어도, 다수당이 달라져도, 보좌진의 머릿속에 심어진 조선산업에 대한 이해는 남는다. 정치적 편향 없이 '조선·방산'이라는 의제 자체를 국회의 공통 자산으로 만들겠다는 장기 포석이다.



한화오션, 국회와 스킨십 필요한 타이밍
한화가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가 지난 3월 31일 바드마린US와 협력해 미 해군 차세대 군수지원함(NGLS) 개념설계 사업을 수주하며 마스가의 첫 열매를 맺은 것도 한화오션이 국회와 스킨십이 필요한 타이밍임을 보여준다. 마스가 개념이 나온 후 한국 기업이 미 해군 공급망에 진입한 첫 사례다. 필리조선소의 연간 건조 능력을 10배 이상 끌어올리겠다는 청사진이 현실로 전환되기 시작됐다.

정부와 국회 차원의 '원팀 대응'이 필요한 캐나다 잠수함 수주전이 막바지인 것도 그렇다. 한화오션은 독일 TKMS와 최종 2파전을 벌이고 있으며, 올 여름 계약 체결이 목표다. 캐나다 현지 기업인 알골마 스틸, 텔레샛, MDA 등과 잇따라 협력 계약을 맺으며 현지화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대미투자 특별법의 본회의 절차에서 보좌진의 이해도는 결정적 변수가 되는 것도 한몫한다. 미국 측은 한국 조선업체의 현지 투자, 기술 이전, 인력 양성을 요구했고, 한국은 이를 관세 예외 확보의 지렛대로 활용한 바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매출 12조6884억원, 영업이익 1조1091억원으로 7년 만에 '영업이익 1조 클럽'에 복귀했다. 이 모멘텀을 지속하려면 방산 수출 촉진법, 조선산업 진흥 정책, 예산 배정 등 입법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관세 협상, 중동 전쟁 등 이슈에 적극 나서
정 사장은 1969년 경남 하동 출생이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보스턴대 MBA를 취득한 뒤, 고(故)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비서실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KPMG 컨설턴트, 벽산그룹 회장 비서실장을 거쳐 한화그룹에 합류했다. 한화에서 그가 처음 맡은 자리는 한화 3세들의 가족회사로 불렸던 에이치솔루션 대표이사를 맡았다.

김동관 부회장이 2015년 한화큐셀에서 태양광 사업으로 경영 수업을 시작할 때부터 정 사장은 곁에 있었다. 김동관이 삼성 빅딜 실무를 거쳐 방산·조선 포트폴리오를 설계하는 전 과정을 함께 걸었다. 이후 정 사장은 한화에너지 대표이사(2019년),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총괄을 거치며 사업 현장을 직접 이끌었고, 2024년 5월 새로 신설된 한화오션 대외협력실장에 선임됐다.

대외협력실은 한화오션의 정관계·언론·지역사회 소통을 총괄하는 조직이다. 실제 정 사장은 한미 관세협상에서 삼성전자 김용관 사장, SK 이형희 부회장과 함께 '관세협상 특급 공신'으로 이름을 올렸고, 지난해 9월에는 미국 워싱턴 D.C.에서 '친한파' 태미 덕워스 상원의원과 직접 회동해 보조선·수송함 건조 협력을 논의했다.
올해 3월 5일에는 더불어민주당-재계 중동 현안 긴급 간담회에 삼성전자·현대자동차와 나란히 한화오션 대표로 참석했다.

정 사장은 특히 거제사업장에서는 한화와 구(舊) 대우조선의 문화 통합이라는 난제를 풀었다. 한미 관세협상에서는 미국 정·관계에 K-조선의 가치를 가르쳤고, 덕워스 상원의원에게는 보조선·수송함 협력의 가능성을 설명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