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女 "가슴 멍울에 유방암 의심"…암 아닌 '이물질 육아종'
파이낸셜뉴스
2026.04.06 09:00
수정 : 2026.04.06 09: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최근 인도 전인도의학과학원(AIIMS) 연구팀은 가슴에 만져지는 멍울로 인해 병원을 찾은 40대 여성 2명이 다행히 유방암이 아닌 '이물질 육아종'으로 최종 진단받은 사례를 발표했다. 육아종이란 외부 이물질이나 염증에 반응해 생기는 면역세포 덩어리로, 암이 아닌 '염증성 덩어리' 혹은 '양성 염증성 결절'을 의미한다.
멍울 정체는 18cm '수술용 거즈'
해당 환자는 타 의료기관에서 결핵성 유방염으로 오인받아 7개월 동안 항결핵제를 복용했으나 증상이 호전되지 않았다. 정밀 컴퓨터단층(CT) 촬영 결과, 멍울의 실체는 15개월 전 유방 농양 수술 당시 몸 안에 남겨진 약 18cm 크기의 수술용 거즈였으며, 이것이 체내에 잔류하며 거대한 혹을 형성한 것으로 밝혀졌다. 수술용 거즈가 체내에 잔류하며 거대한 혹을 형성한 것이다.
유방 속에 바늘 파편이 수북... 원인은 '인위적 장애'
두 번째 사례인 40세 여성은 왼쪽 유방에 단단한 덩어리가 느껴지고 고름이 나오는 증세로 병원을 방문했다. 정밀 영상 검사 결과, 유방 내부에 다수의 선형 금속 이물질이 산재해 있는 것이 확인되었다. 수술을 통해 적출된 이물질은 온전한 형태의 바느질용 바늘 및 주사용 바늘 파편들이었다. 해당 환자는 과거 사고 이력이나 스스로 바늘을 삽입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으나, 의료진은 임상 소견과 병력 사이의 불일치를 토대로 정신과적 평가를 시행해 이를 '인위적 장애(Factitious disorder)'로 진단했다. 이는 환자의 정신적 요인으로 인해 비정상적인 행동이 유발되었음을 의미한다.
의료진은 두 환자의 체내에서 거즈와 바늘 파편을 각각 적출했다. 시술 직후 통증과 고름 배출 현상은 소멸되었으며, 환자들은 퇴원 후 추적 관찰 과정에서도 합병증 없이 건강을 유지했다. 유방 내 이물질 잔류는 인체 내 전체 잔류 사례의 0.7%에 불과할 만큼 희귀한 경우다.
해당 연구 결과(Silent Intruders: A Dual Case Report of Retained Foreign Bodies in the Breasts)는 최근 국제 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게재되었다.
이번 사례를 보고한 전인도의학과학원(AIIMS)은 인도의 국립 의료기관으로, 한국의 서울대 의대 및 서울대병원에 준하는 위상을 가진다. 유방 내에 이물질이 잔류하다가 수십 년 후에야 발견되는 사례는 국가의 발전 정도와 관계없이 전 세계적으로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환자의 정밀한 병력 청취와 과거 수술 경험 등에 대한 정보 공유가 매우 중요하다.
암으로 오판하게 만드는 이물질 육아종
인체 면역 체계는 외부 이물질이 침투하면 이를 격리하고자 주변을 두꺼운 섬유질 조직으로 층층이 에워싸는데, 이를 '이물질 육아종'이라 부른다. 시간이 경과하면서 이 조직층은 점차 두꺼워지고 경화되는 특징을 보이며, 결과적으로 외부에서도 손으로 느껴질 정도의 혹으로 발전하게 된다.
이물질 육아종은 석회처럼 단단한 촉감을 유발하며, 초음파나 CT 촬영 시 경계가 불규칙해 의료진이 암으로 오판하게 만드는 진단적 함정 역할을 한다. 체내에 남겨진 이물질은 만성적인 진물이나 통증, 감염 등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주요 의료기관들 가슴 멍울 약 80%…악성 종양 아닌 양성 종양으로 판단
가슴 멍울이 유방암이 아닐 가능성은 적용 기준에 따라 상이할 수 있다. 이는 의학적 통계의 범주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발생한다는 의미다.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메이요클리닉, 클리블랜드클리닉, 존스홉킨스대 등 미국의 주요 의료기관들은 가슴 멍울의 약 80%를 악성 종양이 아닌 양성 종양으로 판단한다. 특히 정밀 검사나 조직 검사 단계까지 이행된 멍울 중 비암성 종양의 비율을 산출할 때 주로 이 데이터가 활용된다.
이와 대조적으로 영국 암연구소나 영국 국가보건서비스(NHS) 등은 가슴 멍울의 약 90%를 양성 종양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는 조직 검사 전 단계에서 여성이 인지하는 모든 형태의 멍울이나 일시적 변화까지 합산한 포괄적인 통계 수치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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