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안심보험, 재난 불평등 끊는 '약자와의 동행'
파이낸셜뉴스
2026.04.06 18:16
수정 : 2026.04.06 18:27기사원문
특히 저소득층, 고령자,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게 화재는 회복이 어려운 '종말적 사건'에 가깝다. 재난의 크기보다 더 잔인한 것은 복구의 격차다.
우리 사회의 현행 보험제도는 이러한 현실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중대형 건물이나 다중이용시설은 의무보험으로 보호받고 있지만 정작 화재에 가장 취약한 주거지는 제도 밖에 놓여 있다. 취약계층에게 자발적 가입을 기대하기도, 의무를 부과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방치된 사각지대는 점점 커지고 있다.
재정 측면에서도 화재안심보험은 '비용'이 아닌 '투자'다. 현재의 사후 구호 방식은 사고 규모에 따라 지원 편차가 크고, 예산 역시 예측하기 어렵다. 반면, 보험 방식은 재정 지출이 사전에 확정돼 예산의 투명성과 안정성을 높인다. 적은 비용으로도 더 촘촘한 보장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후 지원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지속가능한 정책이다.
물론 보험 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진정한 안전망은 '보상'과 '예방'이 함께 작동할 때 완성된다. 사고 이후의 지원을 넘어 위험 요소를 사전에 점검하고, 안전교육을 강화하는 '통합형 예방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화재보험협회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지난 수십년 동안 축적해온 화재 안전점검 역량을 바탕으로, 지자체의 행정력과 보험의 보장성을 연결하는 핵심적인 가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공공의 책임과 전문성이 결합될 때 비로소 빈틈없는 안전망이 구축될 수 있다.
이미 변화는 시작됐다. 경기도는 지난해 화재보험협회와 협력해 지자체 지원 모델을 도입했고, 전남도는 '예방-보험-복구'를 아우르는 3단계 체계를 제도화하고 있다. 서울시의회 역시 관련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화재안심보험이 특정 지역의 시도를 넘어 전국적으로 확산 가능한 정책 모델임을 보여준다.
화재안심보험은 단순한 시혜적 복지가 아니다. 재난 앞에서 우리 사회가 누구를 먼저 보호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이자 선언이다. 화재는 예고 없이 찾아오지만 회복의 기회는 우리가 미리 준비할 수 있다. 단 한 명의 시민도 잿더미 속에서 홀로 절망하게 두지 않는 것, 그것이 재난에 강한 사회로 나아가는 출발점이다.
사공람 화재보험협회 경영지원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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