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반대·투자 재원·공급망' 풀어야 2030년 준공 지킨다
파이낸셜뉴스
2026.04.06 18:21
수정 : 2026.04.06 20:07기사원문
지역갈등에 9년 사업이 13년 걸려
인센티브 내걸어도 지자체 비협조
한전 부채 200조…재원조달 한계
변압기 수입에 의존, 국산화 시급
■주민 수용성 갈등에 평균 3~4년 지연
6일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전력 등에 따르면 345kV 송전선망의 표준 사업기간은 9년이지만 실제로는 평균 13년이 소요된다.
에너지고속도로의 핵심인 서해안 HVDC(고압직류송전)가 해저 노선 중심이라는 점은 육상 사업보다 지역 갈등 변수가 작다는 이점을 준다. 그러나 해저 케이블도 육지에 닿아야 하고, 변환소는 지상에 세워진다. 2025년 10월 관계기관이 8개 변환소 입지 선정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지만, 이는 합의의 시작일 뿐 끝이 아니다.
역대 사례를 보면 이 단계에서 얼마나 긴 싸움이 벌어지는지 드러난다. 충남 당진시는 345kV 북당진-신탕정 사업에서 개발행위허가를 불허하고 공사중지 명령까지 내렸다. 한전이 대법원 승소를 받아내기까지만 72개월이 걸렸다. 345kV 당진TP-신송산 사업에서는 지자체가 환경영향평가 행정절차 자체를 거부해 감사원 심사청구로 사태가 번지기도 했다.
정부는 전력망 건설 촉진 특별법 하위 법령으로 이 고리를 끊으려 한다. 인허가를 전력망위원회 의제로 처리하고 공청회 주체를 지자체에서 한전으로 바꾸는 절차 단축이 한 축이고, 파격적 보상 확대가 다른 한 축이다. 현행 철탑 부지의 30%에 그쳤던 선하지 보상을 감정평가액 100% 전액 매수로 바꾸고, 보상금은 최대 10년 분할지급에 이자율·지가상승분까지 반영한다. 지자체에는 가공 송전선로 1km당 20억 원이 지급된다.
다만 두 전략이 충돌할 수 있다는 점은 변수다. 권한을 우회당한다는 인상을 받은 지자체가 경제적 인센티브에 선뜻 응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역대 사례에서 지자체의 비협조가 소송 판결 이후에도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 재원 조달·장비 국산화도 해결해야
서해안 HVDC 4개 선로의 공식 투자비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1단계인 새만금-서화성 220km만 해도 수조 원대가 예상되고, 전체 1070km의 총 사업비는 수십조 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HVDC 해저 케이블은 일반 육상 가공 송전선로보다 단위 비용이 현저히 높다. 해저 지형 조사와 전용 케이블 포설선 운용, 변환설비 구축에다 핵심 장비의 전량 수입 의존 구조가 비용을 더욱 끌어올린다.
사업 주체인 한전은 200조원이 넘는 부채에 시달리고 있어 자체 재원 조달에 한계가 있다. 정부 재정 지원, 국채 발행, 민간 투자 유치 등의 방안이 거론되지만 구체적인 재원 조달 로드맵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재원 구조가 확정되지 않은 채 설계 이후 단계까지 나아가면 그 지점에서 사업이 멈출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장비 공급망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500kV급 HVDC 변환용 변압기는 현재 국내 생산이 불가능하다. 해외 소수 제조사가 글로벌 공급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어 납기는 수 년이 걸리고, 가격 협상력은 발주처가 아닌 공급사 쪽에 기울어져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국산화 개발에 착수하고 정부가 'HVDC 산업육성전략'을 공표한 것은 이 구조를 바꾸려는 시도다.
그러나 1단계 준공 목표를 맞추려면 핵심 장비 발주가 늦어도 2027~2028년에는 이뤄져야 한다. 국산화가 그 시점을 맞추지 못하면 결국 수입에 의존해야 하고, 납기 지연과 가격 리스크를 그대로 안게 된다. 국산화 일정과 사업 발주 일정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메울지가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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