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기·수액제 재고 2개월 뒤 바닥, 주문 불가"
파이낸셜뉴스
2026.04.06 18:26
수정 : 2026.04.06 21:00기사원문
나프타 수급 차질에 식품·의료업계 비상
식품업계, ESG 경영 일환 '탈플라스틱'
재생원료 확대…포장재 대란 대안 주목
의료업계, 의료소모품 긴급관리 착수
중동 사태로 인해 석유화학 원료인 나프타 수급에 비상이 걸리면서 대표적 전방산업인 국내 식품·의료업계가 산업대란을 막기 위한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식품업계는 현재 포장재 재고가 1~2개월가량 남은 상황에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의 일환으로 추진해온 '탈(脫)플라스틱'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는 주사기 등 주요 의료소모품을 긴급 관리품목으로 지정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한 모습이다.
식품업계 '탈플라스틱' 속도
6일 업계에 따르면 중동발 나프타 공급 차질로 인해 국내 주요 식품기업들이 확보한 라면 용기, 페트 등 포장재 재고는 1~2개월 치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석유화학 산업의 기초원료인 나프타는 플라스틱 포장재의 '시작점'이다. 석유화학사들은 나프타분해시설(NCC)을 통해 식품 포장재의 핵심 원료인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폴리스티렌(PS) 등을 생산한다.
나프타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포장재 가격 상승을 넘어 원료 자체가 부족해지면서 완제품 생산중단 사태까지 발생할 수 있다. 식품업체 관계자는 "나프타 수급 어려움으로 인해 포장재 재고가 이르면 5월이면 소진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비주력 제품 먼저 생산이 중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식품기업들이 수년 전부터 환경규제 대응과 탄소 감축을 목적으로 추진한 '탈플라스틱'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동원F&B는 최근 플라스틱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인 액상제품 용기 개발에 성공했다. 불연속적인 고리 형태의
(페트를 만들기 전 단계의 반제품)이 접목된 친환경 용기다. 이 용기를 참치액, 식용유 등의 제품에 우선 적용하고 추후 다른 카테고리에도 확대할 계획이다.
롯데칠성음료는 재생 플라스틱 원료를 100% 적용한 제품군을 선제적으로 확대해왔다. 특히 '2030 플라스틱 감축 로드맵'에 따라 재생원료 비중을 오는 2030년까지 30%로 확대할 계획이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022년 생분해 소재 전문 브랜드 'PHACT'를 론칭한 이후 화장품 용기, 일회용 포장재, 칫솔, 인조잔디 충전재 등으로 생분해성 바이오 소재(PHA) 적용을 확대해왔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나프타 등 석유계 소재 수급이 불안정해지며 PHA가 대체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며 "글로벌 비닐 포장재와 패키징 기업들의 PHA에 대한 문의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정부, 치료재료 건보수가 상향 검토
국내 병·의원 등 일선 의료현장도 주사기와 수액 관련 제품 등 필수 의료소모품 수급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주요 의료소모품을 긴급관리 품목으로 지정하는 등 공급 안정화에 나섰다.
소화기내과 전문의 A씨는 "최근 소모품 거래처로부터 주사기와 시린지 일부 규격이 품절이거나 공급이 제한되고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며 "수급 불안이 길어질 경우 검사 준비나 처치 과정에서 불편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구로구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B씨는 "주사기와 수액 등을 주문하려고 보니 대부분 품절로 표시된다"며 "현재 보유한 물량 외에는 추가 주문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주사기의 경우 업체들은 최대 2개월 물량을 보유 중이지만, 일부는 이미 재고가 바닥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정은경 장관 주재로 '중동 정세 대응 보건의약단체 2차 회의'를 열고, 민관 공동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의료현장 수요가 높고 환자 치료에 필수적인 품목을 중심으로 집중관리 체계를 가동하고, 신속 대응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정부는 물량 선점이나 사재기 등 유통질서 교란행위를 막기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한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치료 재료의 경우 환율 상승 등을 반영해 건강보험 수가를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정상희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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