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단기 전쟁추경'이 놓친 것들

파이낸셜뉴스       2026.04.06 18:31   수정 : 2026.04.06 18:31기사원문

26조원대 추가경정예산(추경) 정부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일주일이 지났다. 그사이 미국·이란 전쟁은 돌발적이고 복잡해지며 장기화되는 양상이다. 고유가 충격이 가중되고, 석유화학 원료 공급 중단에 따른 각종 파생 생필품 수급난에 현장은 더 어렵게 돌아가고 있다.

이런 급박한 상황 변화가 '역대 최단기' 추경안에 담긴 사업 우선순위마저 바꿀 것 같다.

이번 추경안은 내용 면에서 아쉬운 대목이 많다. 시간 단축을 위해 하향식으로 사업을 짰고, 현장에서의 고민과 토론이 부족했다.

첫째, 현금 지급의 관행화다. 소득하위 70% 국민 3577만명에게 10만~60만원을 나눠주는 고유가 피해지원금에 4조8000억원이 책정됐다. 외식과 서비스 수요는 늘고, 관련 용품의 수급이 불안해져 가격은 더 오르고 물가를 자극할 것이다. 이번 추경안을 포함하면 현 정부 출범 이후 대국민 현금성 지원은 18조원에 달한다. 현금쿠폰이 관행화될수록 실효성은 떨어진다. 휘발성도 강해 효과 또한 짧다. 소상공인 체감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지난해 10월 소비쿠폰 효과로 79.1까지 올랐다가 올 2월 68.1로 하락한 지표가 이를 잘 보여준다.

둘째, 정부 기조와의 모순이다. 숙박·휴가·영화·공연 할인쿠폰 586억원어치를 지난해 2차 추경(쿠폰 780만장, 예산 778억원)에 이어 또 한번 국민에게 뿌리는 방식은 정부 방침과 배치된다. 차량 이동이 늘고 석유 소비가 증가하는 정책 모순이 발생한다. 원유 위기경보를 3단계(경계)로 격상한 정부는 상황 악화 시 '민간 차량 5부제'도 열어뒀는데, 국민들은 석유 소비 절약과 무관하게 차를 몰고 여행을 가라는 말인지 혼란스러워 할 것이다.

셋째, 시급성과 적절성에 대한 판단이다. 문화예술인 지원과 일회성 취업·창업이벤트를 전쟁추경에 긴급히 넣어야 했는지 의문이 든다. 코로나 때는 공연장 띄어앉기 등의 거리두기 조치로 이 분야가 큰 타격을 받았으나 전쟁추경은 성격이 다르다. 올해 본예산에서 빠진 청년 창업 5000명 선발 이벤트('모두의 창업' 1550억원 배정)도 전쟁추경에 끼워 넣은 것이 합리적인지 의아하다. 체납관리단 9500명(2134억원), 농지 특별조사 5000명(588억원), 사회연대경제 일경험 3500명(195억원) 등 단기고용의 정부 일자리 사업도 고유가발 긴급처방을 요하는 일인지 확신이 들지 않는다.

아파트 베란다 태양광(250억원) 사업도 그렇다. 과거 이 사업은 낮은 전력 생산효과, 저가 중국산 범람, 무자격 특정업체 일감 몰아주기 및 보조금 비리로 문제가 많았다. 이를 개선·보완할 대책을 내놓는 것이 먼저다.

이번 전쟁추경 집행 이후에도 고유가의 여파는 1년 정도 지속될 것이다. 국제유가는 상당기간 전쟁 이전 수준(배럴당 63달러)으로 회복하기 어려울 것(대외경제정책연구원)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번 전쟁은 원유 공급망을 직격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후유증이 크고 길 것이다. 시장에서는 현금성 추경으로 인한 통화량 증가가 인플레이션 기대를 자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전쟁으로 오른 국채 금리의 추가 상승 가능성을 높인다. 한 해 30조원이 넘는 국채 이자 부담도 커진다.

이번 추경은 고유가와 석유공급망 위기가 핵심이다. 직격탄을 맞은 산업 위기지역과 근로자 지원, 관련 산업단지의 재구조화 혁신사업, 나프타와 석유화학 원료가 없어 공장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 기업 등을 더 폭넓게 지원해야 했다.
전력망 확충 등 어려움을 겪는 국책사업의 패스트트랙 지원, 석유·가스 자원 비축을 위한 에너지 터미널 증설 등 인프라 투자 촉진도 포함돼야 한다고 본다. 고환율·고물가발 사업비와 원료·자재비 급증으로 공기가 지연되는 중요한 국가 인프라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다. "전쟁이 없었다면 안 했을 추경"이라던 추경 총괄 공직자의 말대로라면, 이런 내용을 더 촘촘하게 담았어야 했다.

skjung@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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