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원유 쇼크에 '실물 원유' 고갈 위기…"역대급 수급 불균형"
뉴시스
2026.04.07 15:31
수정 : 2026.04.07 15:31기사원문
"결국 바닥날 것"… 선물보다 무서운 실물 가격 폭등 사우디 '역대급 프리미엄' 요구…항공·물류 마비 우려 전 세계 에너지 쇄국 확산…"결국 미국도 영향권"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중동 전쟁 여파로 사상 최대 규모의 원유 공급 차질이 발생하면서 글로벌 경제를 지탱하는 실물 원유 시장에 비상이 걸렸다.
앤디 리포우 리포우 오일 어소시에이츠 대표는 "상황이 길어질수록 더 위험해진다"며 "지금 당장은 부족하지 않을 수 있지만 결국에는 부족해지고, 현재 흐름이 이어질 경우 연료가 고갈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선물시장과 실물시장 모두에서 경고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현재 원유 시장은 근월물 가격이 원월물 가격보다 높은 '백워데이션(Backwardation)'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는 당장 인도 가능한 원유 부족에 대한 시장의 불안을 반영한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공급 차질이 빚어지면서 미국 원유 선물 가격은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국제 유가 기준인 브렌트유는 배럴당 110달러를 넘어섰다. 실물 가격을 반영하는 데이트드 브렌트는 최근 배럴당 141.26달러까지 치솟으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산유국들의 이른바 '배짱 영업'도 공급 부족 신호로 해석된다.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사상 최고 수준의 프리미엄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시아 고객에게는 아랍 경질유 기준 대비 배럴당 19.50달러, 유럽 고객에게는 브렌트유 대비 최대 30달러의 프리미엄을 요구하고 있다.
◆아시아서 시작된 연료 위기…항공·수출 제한으로 확산
휘발유와 항공유 등 운송 연료 비용도 전쟁 이전보다 하루 약 8억3000만 달러 증가하면서 미국 소비자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
항공유 가격은 최근 한 달 사이 두 배로 급등했는데, 공항은 통상 수일치 재고만 보유하고 있으며 항공사들도 최근 몇 년간 연료 헤지와 비축을 줄여온 상태다.
이에 연료가 고갈되기 전 항공사들이 먼저 항공편을 취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일부 항공사는 운항 규모 축소에 나섰다. 유나이티드항공은 향후 6개월간 운항 일정의 약 5%를 줄일 계획이다.
전쟁이 지속되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6~8주 더 이어질 경우, 디젤은 물론 휘발유 부족 가능성도 제기된다. 원유의 경우 다른 경로로 운송이 가능하지만, 항공유·디젤·휘발유는 파이프라인 중심 공급 구조로 인해 대응이 더 어렵다는 분석이다.
일부 국가는 공급 부족 우려에 대응해 수출 제한 조치를 도입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 태국, 파키스탄은 연료 수출을 제한했고, 러시아는 휘발유 수출을 금지했다. 미얀마와 방글라데시 등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는 연료 배급제를 시행하며 수요 억제에 나섰다.
독립 에너지 분석가 톰 클로자는 "선체에 큰 구멍이 난 배와 같다"며 "문제는 아시아에서 시작해 아프리카와 유럽으로 확산되고, 결국 미국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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