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탐의 우물물과 장상군의 상지수(上池水)
파이낸셜뉴스
2026.04.11 06:00
수정 : 2026.04.11 06: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본초여담(本草餘談)은 한동하 한의사가 한의서에 기록된 다양한 치험례나 흥미롭고 유익한 기록들을 근거로 이야기 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쓴 글입니다. <편집자주>
옛날 한나라 때 소탐(蘇耽)이란 자가 있었다. 그는 아버지를 일찍 여의었다.
그런데 어느 날, 소선공이 어머니와 함께 식사를 하던 중 어머니가 갑자기 수저를 놓는 것이다. 이를 본 소선공이 “어머니 왜 식사를 하지 않으십니까?”하고 물었다. 그러자 어머니는 “요즘 입맛이 통 없구나. 만약 젓갈이 있다면 밥을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다.”라고 했다.
소선공은 그 말을 들은 즉시 수저를 놓고 일어나서 돈을 챙겨 나갔다가 잠시 후에 들어왔다. 그런데 그의 손에는 젓갈이 들려 있었다. 어머니는 “아니 그 젓갈은 어디서 났느냐?”하고 물었다. 그러자 소선공은 “이 젓갈은 현(縣) 마을의 시장에서 구해 온 것입니다.”라고 했다.
그의 집은 현 마을까지는 성인 남자가 걸어서 가면 8~10시간이 걸린 거리다. 말을 탄다고 해도 약 3~5시간은 족히 걸릴 것이다. 그러니 어머니는 소선공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어머니가 “아니, 집에서 현까지 거리가 백여 리가 넘는데, 네가 나를 속이는구나.”라고 화를 냈다. 그러자 소선공은 “제가 젓갈을 살 때 현 시장에서 외삼촌을 뵈었는데, 내일 오시기로 약속했습니다.”라고 하는 것이다.
어머니는 단지 아들이 마을의 한 집에서 젓갈을 구해왔으면서도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아직 점심 때가 지나지 않아서 젓갈로 밥을 맛있게 먹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다음날 과연 외삼촌이 왔다. 어머니는 남동생에게 “혹시 어제 현 시장에서 소탐을 만났느냐?”하고 물었다. 그러자 남동생은 “네 누님, 점심 무렵 소탐이 누님께서 젓갈을 드시고 싶어 하신다고 하면서 젓갈을 사러 왔다기에 반갑게 인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좀 이야기를 나누고자 했는데, 바로 사라져서 아쉬웠습니다. 젓갈은 맛있게 드셨습니까?”라고 하는 것이다. 어머니는 깜짝 놀랐다.
소선공은 도(道)를 닦는 도중에 항상 꿈 속에서 ‘너는 세상을 구할 인물이다. 우리가 곧 너를 데리러 가겠다.’라는 계시가 내려와서 괴로워했다. 어머니를 홀로 두고 떠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참의 시간이 흘러 소탐도 나이가 들었다. 그런데 어느 날, 안개가 자욱하더니 구름 속에서 의장대(儀仗隊)가 집 마당으로 내려왔다. 의장대의 여러 신선들이 북을 치고 나팔을 불면서 소선공을 둘러쌌다. 이를 본 소선공은 ‘때가 왔구나.’라고 생각이 들었지만, 이를 본 어머니는 ‘무슨 일인가?’ 하고 놀라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소선공은 어머니에게 “어머니, 저는 신선들의 명단에 이름을 올리라는 천명(天命)을 받았습니다. 그리하여 이 집을 떠나 천상계로 올라가야 하니 봉양의 도리를 어기게 되었습니다. 이 불초한 자식을 너그럽게 용서하여 주십시오.”라고 했다.
어머니는 자신이 낳은 자식이 신선이 된다는 말이 어이가 없었다. 그런데 주위의 아들을 감싸고 있는 신선들을 보니 믿을 수밖에 없었다.
현실을 직시한 어머니는 “그럼 나는 이제 생계를 어떻게 꾸려야 하느냐? 네가 없으면 이 집은 누가 먹을 것을 구하느냐? 나도 나이가 많아 죽을 날이 머지 않았지만 하루라도 혼자 살 것이 걱정이다.”라고 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그 때 의장대의 한 신선이 소선공에게 두 개의 쟁반을 주었다. 그러면서 “이 쟁반을 어머니에게 드리시오. 음식이 필요할 때는 작은 쟁반을 두드리고, 만약 돈이나 비단이 필요할 때는 큰 쟁반을 두드리면 필요한 물건이 즉시 나타날 것이요.”라고 했다. 소선공은 어머니께 쟁반 두 개를 주면서 안심시켰다.
그러자 어머니는 “그럼 내 건강은 어찌하느냐?”하고 물었다. 그러나 소선공은 “어머니, 평소 뒤뜰에 있는 귤나무 옆에 있는 우물물을 길러 드시면 결코 병들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내년이면 천하에 역병(疫病)이 돌 것입니다. 역병을 앓는 사람에게 우물물 1승(升)과 귤잎 1장을 주십시오. 그것을 마시고 먹으면 사람들이 곧 나을 것입니다.”라고 했다.
정말 다음 해에 역병이 돌았다. 어머니는 물론이고 마을 사람들은 집의 뒤뜰에 있는 우물물을 마시고 귤잎을 먹자 역병에 걸리지 않았다. 역병에 걸린 사람들도 바로 나았다. 이 우물물과 귤잎을 구하는 자가 멀리 천 리 밖에서도 왔다.
후세 사람들은 소선공 이야기를 시로 노래했다.
「아침에는 소탐의 귤나무 우물물을 마시고
저녁에는 장상군의 상지수(上池水)를 마시니
장강 남쪽 십만 민가에 집집마다 봄바람 생기를 불어넣고
그 덕의 물결이 번져 오 땅에까지 은혜가 닿았고
병든 어머니를 살려 주었네」
시에서 말한 장상군은 다름 아닌 주나라 때 명의 편작에게 의술을 전수해 준 사람이었다. 장상군은 자신의 비방을 편작에게 전해 주면서 상지수(上池水)로 마시게 했다. 장상군은 “상지수로 이 환약을 먹으면 30일이면 마땅히 사물을 꿰뚫어 볼 것이오.”라고 했는데, 편작은 상지수로 환약을 삼킨 후로 사람의 오장육부를 들여다보는 능력을 갖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상지수는 <동의보감>에는 반천하수(半天河水)라고도 불렀는데, 대나무 울타리 끝에 있는 물이나 속이 빈 나무의 구멍 속에 있는 물로 땅에 닿지 않은 물로 정신을 안정시키고 헛소리하는 것을 치료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부스럼에 바르거나 백발노인이 머리를 감으면 흑발이 된다는 속담도 있다.
이처럼 옛 사람들은 물에도 특별한 효능이 있다고 여겼다. <동의보감>에는 약으로 사용하는 물의 종류를 33종이나 예를 들고 있다. 예를 들면 새벽에 처음 길은 우물물인 정화수(井華水)는 청열해독의 효능이 있고, 황토물을 가라앉힌 위의 맑은 물인 지장수(地漿水)는 해독작용을 하고, 끓인 물과 냉수를 섞은 음양탕(陰陽湯, 생숙탕)은 위장병을 치료한다고 했다.
우리가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고 마시는 물은 마시는 종류에 따라서 그 기운과 효능은 달라진다. 물이라고 해서 다 같은 물이 아니다.
오늘의 본초여담 이야기 출처
<의부전록> ○ 醫術名流列傳. 漢. 蘇耽. 按《列仙傳》, 蘇耽, 桂陽人也, 漢文帝時得道, 人稱蘇仙公. 早喪所怙, 鄉里以仁孝著聞. 宅在郡城東北, 距縣治百餘里. 公與母共食, 母曰:"無鮓." 公即輟箸起身取錢而去, 須臾以鮓至. 母曰:"何所得來?" 公曰:"縣市." 母曰:"去縣道往返百餘里, 頃刻而至, 汝欺我也." 公曰:"買鮓時, 見舅氏, 約明日至." 次日, 舅果至. 一日, 云間儀衞降宅, 公語母曰:"某受命仙籙, 當違色養." 母曰:"我何存活?" 公以兩盤留. 母需飲食扣小盤, 需錢帛扣大盤, 所需皆立至. 又語母曰:"明年天下疾疫. 庭中井水橘樹, 患疫者, 與井水一升, 橘葉一枚. 飲之立愈." 後果然. 求水葉者, 遠至千里, 應手而愈. (의류명류열전. 한나라. 소탐. 열선전에 의하면 소탐은 계양 사람으로 한문제 때 득도하여 사람들이 소선공이라고 불렀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었는데, 어질고 효성스럽기로 고을에 소문이 났다. 집은 군성의 동북쪽으로 현치에서 백여 리 떨어진 곳에 있었다. 소선공이 어머니와 함께 식사를 하던 중 어머니가 "젓갈이 없다."고 하자, 공은 즉시 젓가락을 놓고 일어나서 돈을 들고 나갔다가 잠시 후에 젓갈을 가지고 돌아왔다. 어머니가 "어디서 났느냐?"라고 물으니 공은 "현의 시장이지요." 하였다. 어머니가 "현까지 백여 리 길을 갔다 오는데 순식간에 도착하다니, 네가 나를 속이는구나." 하자, 공은 "젓갈을 살 때 외삼촌을 뵈었는데, 내일 오시기로 약속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다음날 과연 외삼촌이 왔다. 어느 날 구름 속에서 의장대가 집으로 내려오니, 공이 어머니에게 말했다. "저는 선록의 천명을 받았으므로 봉양의 도리를 어기게 되었습니다." 어머니가 "나는 어떻게 생계를 꾸릴까?" 하자, 공은 두 개의 쟁반을 남겨 주었다. 어머니가 음식이 필요할 때는 작은 쟁반을 두드리고 돈이나 비단이 필요할 때는 큰 쟁반을 두드리면 필요한 물건이 즉시 나타났다. 또 어머니에게 말하기를 "내년이면 천하에 역병이 돌 것입니다. 뜰에 우물과 귤나무가 있으니 역병을 앓는 사람에게 우물물 1승과 귤엽 1장을 주십시오. 그것을 마시면 곧 낫습니다."라고 하였는데, 후에 과연 그렇게 되었다. 물과 잎을 구하는 자가 멀리 천 리 밖에서도 왔으며, 조치하는 대로 나았다.)
○ 醫術名流列傳. 周. 長桑君. 按《史記》扁鵲傳, 扁鵲少時爲人舍長. 舍客長桑君過, 扁鵲獨奇之, 常謹遇之. 長桑君亦知扁鵲非常人也, 出入十餘年, 乃呼扁鵲私坐, 間與語曰:"我有禁方, 年老欲傳與公, 公毋泄." 扁鵲曰:"敬諾." 乃出其懷中藥予扁鵲, 飲是以上池之水, 三十日當知物矣. 乃悉取其禁方書, 盡與扁鵲, 忽然不見, 殆非人也. 扁鵲以其言飲藥三十日, 視見垣一方人. 以此視病, 盡見五臟癥結, 特以診脈爲名耳. (《사기(史記)》의 편작(扁鵲) 전기(傳記)에 의하면, 편작은 젊었을 때 남의 객사(客舍)에서 관리인으로 일했다. 손님 중에 장상군(長桑君)이 묵어가곤 했는데, 편작은 유독 그를 기이하게 여겨 항상 조심스럽게 맞이하였다. 장상군 역시 편작이 보통 사람이 아님을 알아서, 〈객사에〉 출입한 지 10여 년 만에 마침내 편작을 불러 조용히 앉아서 말하였다. "내가 금방(禁方)을 가지고 있는데 나이가 들었으므로 공(公)에게 전하고자 하니, 공은 누설하지 마시오." 편작이 말하였다. "공경히 받들겠습니다." 이에 그 품속의 약을 꺼내 편작에게 주어서 상지(上池)의 물로 마시게 하였으며, 30일이면 마땅히 사물을 꿰뚫어보리라고 하였다. 그리고 그 금방서(禁方書)를 모두 취하여 전부 편작에게 주고는 홀연히 보이지 않게 되니, 아마도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다. 편작이 그의 말대로 약을 30일간 마시자 담장 저편의 사람이 보이게 되었다. 이때부터 병을 볼 때 오장(五臟)의 징결(癥結)이 다 보였으나, 단지 진맥(診脈)을 명목으로 삼았을 뿐이다.)
○ 藝文 詩. 濟川篇爲太醫邢先生題. 前人. 在佛說法時, 藥王爲導師. 太乙操蓮葉, 下救人阽危. 儒用久寂寞, 其功或明醫. 邢子利涉才, 托跡在黃岐. 朝飲蘇橘井, 夕飲長桑池. 江陰十萬家, 家家春風吹. 餘波來惠吳, 起我北堂慈. 傅楫吾所難, 清泌可樂飢. 彼哉問津人, 愧汝濟川辭. (예문 시. 제천편 위태의 형선생제. 전인. 부처님이 설법할 적엔 약왕을 도사로 삼고 태을진인은 연잎 배 몰고서 하계의 백성들을 구한다지 유학의 쓰임이 드문 지 오래인데 공효가 어쩌면 의학에서 나타났나 형 선생은 세상을 구제할 인재로서 황제와 기백의 의술에 의탁하여 아침에는 소탐의 귤정 물을 마시고 저녁에는 장상군의 상지수를 마시니 장강 남쪽 십만 민가에 집집마다 봄바람 생기를 불어넣고 은택의 여운이 오 땅에 미쳐 우리 북당 자모도 일으켰다네 내가 부열처럼 노는 못 되니 맑은 샘물로 허기나 달래야지 여보게 거기 나룻배 사공 자네에겐 미안하나 나는 강을 안 건너네)
<동의보감>長桑君授扁鵲, 飮以上池之水, 乃竹籬藩頭管內之積水耳. 取其淸潔自天而降, 未受下流汚濁之氣, 故可以煉還丹, 調仙藥之用也. 《正傳》
장상군(長桑君)이 편작에게 주어 마시게 했던 상지수(上池水)가 바로 대나무 울타리 꼭대기의 대롱에 차 있던 물이다. 하늘에서 내려와 아직 땅에 흐르는 더러운 기운을 받지 않아 청결한 기운을 가지고 있으니 환단(還丹)이나 선약(仙藥)을 만드는 데 쓸 수 있다. 《정전》
/ 한동하 한동한의원 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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