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나고 다쳤는데 손해사정은 따로? 이런 불편 12년째 지속

파이낸셜뉴스       2026.04.07 18:12   수정 : 2026.04.07 18:12기사원문
현행 자격체계 11종으로 파편화
크게 4종그룹 개정 뒤 변화 없어
이중 비용·처리 시간 장기화 부담
통합 위한 개정안은 1년째 계류
소비자 편익 VS 전문성 저하 팽팽



12년째 11종으로 쪼개져 있는 손해사정사 자격증을 통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복합 보험사고 발생시 유형별로 손해사정사를 따로 선임해야 하는 금융소비자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정치권의 관심사에서 한참 벗어나 있는 탓에 논의만 반복될 뿐, 제도 개편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행 손해사정사 자격 체계의 근본적 문제는 복합사고가 터졌을 때 드러난다. 가령 상가건물 화재로 시설이 불타고 사람이 화상을 입었다면 재물과 신체에 대해 손해사정사를 각각 선임해야 한다.

소비자는 손해사정 경계가 모호할 때 어떤 종류의 손해사정사에게 업무를 맡겨야 하는 지부터 판단하기 어렵고, 다발적 문제가 발생하면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다. 손해사정 과정에서도 업무가 나뉘어 처리되면서 비효율이 발생한다.

사고는 하나라도 손해사정 영역이 여럿인 경우는 흔히 볼 수 있다. 교통사고의 경우 차량·대인·후유장애·실손 등이 얽혀 있고, 화재사고 역시 건물 피해를 넘어 영업손실 및 배상책임 등과 연계돼 있다.

손해사정사 업무 범위는 지난 1977년 처음 정해진 후 2011년까지 4차례 바뀌었다. 1종(화재·특종)과 2종(해상·항공·운수)은 재물로 합쳐지고, 3종(자동차)은 신체와 차량으로 분리되는 식으로 달라졌다. 4종(보증)도 상해·질병·간병으로 세분화됐다가 신체로 편입됐다. 2014년 개정 이후 재물, 차량, 신체, 종합 등 4종으로 자리 잡았다.

이 형태가 12년 동안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그간 업계 안팎에선 이런 구조를 손 봐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고, 지난해 2월에는 이를 위해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1년 넘게 소관 상임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이윤석 전주대 금융보험학과 교수는 "(개정 이후) 등록 손해사정사가 5000명 정도라 정치권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핵심은 단순히 시험을 합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한 명의 손해사정사 선임으로 사건을 종합 처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민병진 한국손해사정사회장은 "복합사고가 났을 때 손해사정사를 (전문 분야별로) 각기 선임하는 불편을 줄이자는 게 법안의 취지"라며 "다만 2차 시험은 한 번에 합격 여부를 결정하기보다 과목별 합격제를 택하고 있는 보험계리사 방식이 유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합에 따른 부작용도 있다. 무엇보다 영역별 전문성이 저하될 수 있다. 그간 수차례 통합 시도가 번번이 무산된 이유다. 기존 자격소지자를 어떻게 새로운 통합 자격 체계로 편입할 지도 결정해야 한다. 제대로 정립을 못하면 자격증이 1개 추가돼 12개가 난립할 것이란 주장도 있다.


새로 시험을 보게 한다면 반발은 불가피하다. 특정 전문 분야를 선택해 시험 준비를 하고 있던 수험생들은 준비 영역을 대폭 넓혀야 하는 문제도 생긴다. 이윤석 교수는 "시험을 합치면 신체, 재물을 다 봐야 해 수험생 부담을 올라갈 수 있지만 장기적인 시각에선 통합이 맞다"며 "보험사들도 소속 손해사정사들에 대한 활용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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