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문명 파괴" 트럼프 발언 파장…美민주는 '해임' 촉구, 교황·유엔도 비판

파이낸셜뉴스       2026.04.08 10:17   수정 : 2026.04.08 10:1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을 향해 "한 문명이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한 발언을 두고, 미국 정치권과 국제사회에서 비판이 동시에 터져 나오고 있다. 미국 민주당은 수정헌법 제25조 발동을 통한 해임까지 거론했고, 교황과 유엔 등 국제기구도 "용납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美민주 "수정헌법 제25조 발동해야"…공화 일부도 이탈 조짐
7일(현지시간) 미 CNN 방송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오늘 밤 한 문명 전체가 사라져 다시는 되돌릴 수 없을 것"이라고 언급을 한 직후 민주당 의원 여러명이 수정헌법 제25조 발동을 촉구했다.

수정헌법 제25조는 미국 부통령과 내각 과반이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하기 부적합하다고 판단할 경우 대통령 권한을 중단시키기 위해 발동할 수 있다.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을 어디까지 몰고 갈지 우려를 표하면서, "발전소 등 민간 기반 시설을 타격하겠다는 위협은 전쟁 범죄"라고 비판했다.

슈리 타네다르 하원의원(민주·미시간)은 "트럼프 대통령이 '1억명을 학살하겠다'고 위협했다"며 "의회는 트럼프 대통령과 이 전쟁을 막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멜라니 스탠스버리 하원의원(민주·뉴멕시코)도 "수정헌법 제25조를 발동할 때"라며 "공화당 동료들이 옳은 일을 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한 오마르 하원의원(민주·미네소타) 역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당장 공직에서 물러나야 할 정신 나간 미치광이"라고 맹공했다.

CNN은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 해임을 위한 수정헌법 제25조 발동을 촉구한 민주당 인사는 대권 잠룡으로 꼽히는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를 비롯해 20명이 넘는다"고 전했다.

민주당 의원들뿐 아니라 일부 공화당 의원과 우파 인사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에 반대하는 움직임에 합류하고 있다.

한때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었다가 결별한 마조리 테일러 그린 전 공화당 하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문명 파괴" 발언 후 SNS에 "수정헌법 제25조!!!"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악이자 광기"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충성파'였던 론 존슨 상원의원(공화·위스콘신)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민간 목표물을 공격한다면 나도 그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 이 같은 공격을 불법으로 본다는 뜻을 내비쳤다.

보수 논객 터커 칼슨은 지난 6일 자신의 방송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량 살상을 초래할 방식으로 이란의 기반 시설을 공격하겠다고 위협하는 것을 두고 "전쟁 범죄이자 도덕적 범죄"라고 비판한 바 있다. 당시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민간인 공격을 명령하면 미국 관료들이 이를 거부해야 한다"고도 촉구했다.

교황 "진심으로 용납 못해"…유엔·국제적십자위원회도 동시 압박
국제사회의 반응은 더욱 직설적이다.

이날 교황 레오 14세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진심으로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국제법적 문제도 있지만 이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도덕적 문제"라며 "모든 사람의 안녕을 위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 부활절 미사에서 언급한 것처럼 "항상 폭력이 아닌 평화를 추구하고 전쟁, 특히 부당하고 계속 악화되며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하는 전쟁을 거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우려를 표했다. 사무총장 대변인은 "해당 발언은 민족·문명 전체가 정치·군사적 결정의 결과를 감당해야 함을 시사한다"고 했다. 그는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어떠한 군사적 목표도 사회 인프라를 전면 파괴하거나 민간인에게 고의로 고통을 가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무총장은 파괴 대신 대화를 선택할 때 분쟁이 끝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고, '아직 선택의 여지가 있기에 그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폴커 튀르크 유엔 인권 최고대표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끔찍하다"면서 "민간인에게 공포와 테러를 조장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으며, 즉시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르야나 스폴야릭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위원장 역시 "민간 시설과 핵시설을 향한 고의적 위협은 수사적으로든 실제 행동으로든 전쟁의 새로운 규범이 돼서는 안 된다"면서 "제한 없는 전쟁은 법에 어긋나고 정당화될 수 없으며, 수많은 사람들에게 비인도적인 파괴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whywani@fnnews.com 홍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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