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까지 놓으면 '진짜 영영 묻힌다'"...20년 전 진실 쫓는 신재문 경정의 집념

파이낸셜뉴스       2026.04.08 15:27   수정 : 2026.04.08 15:34기사원문
신재문 서울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 4계장(경정) 인터뷰
변호사 경채 출신..."적법 절차에 맞춰 치밀하게 수사"
미제 사건 수사 시 원점부터 치열하게 검토
"미제 수사는 시간과의 싸움...관심이 수사 동력"



[파이낸셜뉴스] "제가 보지 않으면 영영 미제가 된다는 생각으로 사건을 대하고 있습니다."

8일 신재문 서울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 4계장(경정)은 "서울청에서 장기미제 사건을 수사하는 단 하나뿐인 팀을 이끄는 만큼 내가 마지막 보루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는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 2015년 변호사 경력 채용 2기로 경찰에 입직한 신 계장은 관악서 경제팀과 수사민원 상담센터를 시작으로 서울청 초대 범죄수익 추적팀장, 중랑서 영장심사관, 경기남부청 부천원미서 형사과장과 하남서 수사과장, 종암서 수사과장, 서울청 공공범죄수사계장 등을 거쳐 현재 광수대 4계장을 맡고 있다.

강력·경제 사건을 두루 경험한 신 계장이 수사 현장을 선택한 계기는 변호사 시절 경험이었다. 신 계장은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사건을 2심에서 맡아 무죄 판결을 받아낸 적이 있다"며 "검찰이 확신을 갖고 기소한 사건을 뒤집는 과정에서 경찰 수사 기록을 들여다보는 것이 굉장히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이어 "변호사는 이미 조사된 사건을 기록으로 만나는 입장이지만 수사는 사건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며 "적법한 절차에 맞게 치밀하게 수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법률가 출신이라는 점은 신 계장의 수사 방식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는 "재판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한다는 점이 강점"이라며 "공소 유지가 가능한지, 유죄 판결로 이어질 수 있는 증거 구조가 갖춰졌는지를 항상 고려한다"고 짚었다. 특히 형사소송법 개정 이후 진술만으로는 증거 능력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실제 법정에서 증거로 사용될 수 있는 자료를 얼마나 확보했는지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광수대 4계에는 서울청 내 유일한 장기 미제 사건 전담팀을 포함해 총 5개 수사팀이 있다. 신 계장이 수사 지휘한 대표적인 사건은 20년간 미제로 남아 있던 '서울 양천구 신정동 부녀자 연쇄살인 사건'이다. 이는 2005~2006년 신정동 일대에서 여성 2명이 납치·성폭행·살해된 사건으로 수사팀은 사건 기록과 증거물을 반복적으로 재검토한 끝에 이미 사망한 인근 빌딩 관리인을 피의자로 특정했다.

미제 수사는 일반 사건과 접근 방식부터 다르다. 신 계장은 "일반 사건은 신속성이 중요하지만, 미제 사건은 이미 1차 수사가 끝난 기록을 다시 원점에서 들여다보는 것이 출발점"이라며 "놓친 단서가 없는지 재검토하는 과정이 핵심"이라고 풀이했다. 당초 조사했던 사람들을 다시 접촉하는 것도 쉽지 않고 과거 수사에 대한 반감이 있는 경우도 많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것도 특징이다.

그런 만큼 미제 수사의 핵심은 용의자 압축이다. 성별, 주거지, 직업, 전과, 범행 패턴 등을 기준으로 용의선상을 넓게 설정한 뒤 점차 좁혀가는 구조다. 신 계장은 "용의자가 특정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DNA를 하나씩 확보해 비교할 수밖에 없고 새로운 대조 DNA를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수사 기법을 활용해 용의자를 추려낸다"고 언급했다.

신정동 사건에서도 이 같은 방식이 적용됐다. 신 계장은 "기존에는 생존 피해자 중심으로 접근했지만 사망자를 중심으로 다시 들여다본 것이 전환점이 됐다"며 "유력 용의자를 특정한 뒤 DNA가 매칭되면서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었다"고 부연했다.

신 계장이 꼽은 미제 수사의 어려움은 '동기 부여'다. 그는 "이미 한 차례 수사가 끝난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는 일이기 때문에 '다시 수사해서 성과가 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가장 크다"며 "증거는 점점 사라지고 진술은 기억에서 멀어지는 만큼 결국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제보와 증거 자체가 희소한 가운데 언론 보도나 사회적 관심이 새로운 제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관심 자체가 수사의 중요한 동력이 된다"고도 강조했다.

신 계장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수사 원칙은 '피해 회복'이다. 그는 "과거에는 범인을 구속해 일망타진하는 것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피해자에게 얼마나 실질적인 회복이 이뤄졌는지가 더 중요하다"며 "신체·재산 피해뿐 아니라 2차 피해를 예방하는 것까지 포함해 수사의 관점이 바뀌어야 한다"고 전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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