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重필리핀, 로봇으로 효율 극대화-KB證

파이낸셜뉴스       2026.04.10 05:59   수정 : 2026.04.10 05:59기사원문
2030년 10척 건조..5500명으로도 자신
옛 한진重 1만8000명 실패서 교훈
과도하게 다각화된 선종믹스 피해





[파이낸셜뉴스] HD현대그룹이 필리핀 수빅만에 있는 옛 한진중공업 조선소 부지 일부를 임차해 재가동에 들어간 HD현대중공업 필리핀조선소(HHIP)가 ‘로봇+공정 최적화’를 앞세워 생산 효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과거 한진중공업 체제에서 인력 과다 투입과 선종 다각화로 생산성이 흔들렸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구상이다.

KB증권은 10일 HHIP가 미국계 사모펀드 서버러스(Cerberus Capital)로부터 옛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 ‘6도크 일대’를 2024년 임차한 뒤, 방치돼 있던 설비를 빠르게 보수하고 부족 설비는 신규 구매하는 방식으로 재가동 기반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야드 레이아웃과 물류 흐름 역시 HD현대그룹 방식에 맞춰 재정비됐다.

가동 속도도 예상보다 빠르다. 보고서에 따르면 HHIP는 2024년 첫 선박 수주에 성공했고, 2025년 첫 선박 건조를 시작했다. 이어 올해 2월 첫 호선 탑재를 개시했으며 오는 7월 진수를 앞두고 있다.

HHIP의 핵심은 ‘적은 인원으로 더 많이’다. KB증권은 과거 한진중공업이 수빅조선소에서 연 10척 건조 시점의 운용인력을 1만8000명으로 설정했던 것과 달리, HHIP는 2030년 연 10척 건조 체제에서 5500명 수준의 인력 운용을 계획하고 있다. 생산효율 극대화를 전제로, 일부 병목 공정에는 로봇 투입도 병행한다는 전략이다.

선종 전략도 단순화했다. 한진중공업이 가동 초기 중소형 탱커·컨테이너선에서 출발해 이후 초대형 컨테이너선, VLCC(초대형원유운반선), VLGC, 벌크선 등으로 과도하게 선종을 다각화하면서 공정 전반의 문제가 커지고 한국에서 작업자를 공수하는 사례가 늘어 비용 부담이 확대됐다는 게 KB증권 분석이다. HHIP는 이 같은 실패 요인을 의식해 우선 11만5000DWT급 PC선(제품운반선)에 집중하고, 중장기적으로 VLCC까지 확장하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KB증권은 HHIP가 연간 PC선 7척+VLCC 3척 등 최대 10척 건조 체제가 구축될 경우 매출이 1조원 이상(최대 1조5000억원 내외)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현지 인건비가 한국의 10분의 1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생산성이 한국 대비 30% 수준만 확보돼도 영업이익률 15% 수준을 기대할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HHIP 수주잔고는 11만5000DWT급 PC선 13척으로 전해졌다.

이번 필리핀 야드는 HD현대그룹의 글로벌 생산·투자 ‘투트랙’ 전략에서도 요충지로 평가된다. KB증권은 HD현대가 경영환경 변화와 각국 발주처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싱가포르 법인을 중심으로 동남아 생산거점을 확보하는 ‘SEA Belt’ 전략 △미국·페루·모로코·인도 등 국가별 특별 수요에 개별 대응하는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고 정리했다. HHIP는 베트남 조선소(HVS)와 함께 SEA Belt의 핵심 거점이 될 전망이다.

지배구조는 ‘싱가포르 법인’을 중심으로 설계됐다.
KB증권은 HD한국조선해양이 싱가포르 투자법인 지분 60%를 보유하고, 이 싱가포르 법인이 HHIP를 100% 보유하는 구조라고 밝혔다. 동남아 지역 투자·운영을 신속히 집행하기 위한 목적이며, 베트남에서 제작한 데크하우스·연돌을 HHIP로 공급하는 등 해외 법인 간 시너지도 강화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HHIP는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의 실패 요인으로 지목됐던 선종 믹스 다각화와 인력 과다 문제를 피하면서, 레이아웃·물류 흐름 최적화와 로봇 투입 등으로 생산효율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운영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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