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유명 작가 질적 조화 흥행"...역대 최대 화랑미술제 개막
파이낸셜뉴스
2026.04.09 14:18
수정 : 2026.04.09 16:2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신진 작가와 유명 작가의 작품 질과 양이 만족스러워 아트페어가 흥행하는 것입니다."(한국화랑협회 관계자)
2026 화랑미술제는 8일 VIP 프리뷰를 시작으로 오는 12일까지 열린다. 한국화랑협회가 주최하는 이번 행사는 갤러리현대, 국제갤러리, 학고재 등 국내 주요 화랑을 포함해 총 169개 갤러리가 참여하는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진다.
개막 첫날부터 흥행 신호는 분명했다. VIP 프리뷰에는 약 4500명이 방문하며 행사장 입구부터 긴 대기 행렬이 이어졌다. 특히 젊은 컬렉터의 유입이 눈에 띄게 늘며 미술시장 저변 확대 흐름이 뚜렷하게 감지됐다.
한 갤러리 관계자는 "개막 첫날부터 활발한 상담과 거래가 이어지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올해 화랑미술제의 가장 큰 특징은 '작가 중심' 기획 강화다. 지난해 신설돼 호응을 얻은 '솔로부스' 섹션은 C홀 메인 동선에 배치되며 존재감을 한층 키웠다. 19개 갤러리가 참여해 단일 작가의 작업을 집중 조명하며, 관람객들에게 보다 밀도 높은 감상 경험을 제공한다.
가나아트, 갤러리현대, 국제갤러리, 학고재, PKM갤러리 등 국내 미술시장 선두주자들을 비롯해 갤러리바톤, 갤러리조은, 공근혜갤러리, 금산갤러리, 리안갤러리, 박여숙화랑, 아트사이드갤러리, 아뜰리에아키, 우손갤러리, 이화익갤러리, 표갤러리 등 국내 미술계의 허리를 담당하는 갤러리들이 빠짐없이 이름을 올렸다.
아울러 노화랑, 동산방화랑, 맥화랑, 미광화랑, 샘터화랑, 선화랑, 수화랑, 예화랑, 조선화랑, 조현화랑, 진화랑 등 한국화랑협회와 역사를 함께해 온 갤러리들도 올해 대다수 참여해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화랑협회 창립 50주년을 기념한 특별전도 주목할 만하다. 역대 회장단 인터뷰와 아카이브 자료, 초기 도록, 미공개 사진 등을 통해 한국 미술시장의 형성과 성장 과정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이 전시는 단순한 회고를 넘어 향후 시장의 방향성까지 제시한다는 평가다.
신진 작가 발굴 프로젝트 'Z00M-IN' 역시 현장의 열기를 견인하고 있다. 올해로 7회를 맞은 이 프로그램에는 김수연, 박시월, 송다슬, 윤인선, 이수지, 이신아, 이진이, 정미정, 정진, 하성욱 등 10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개막 직후 일부 작품이 빠르게 판매되는 등 즉각적인 시장 반응도 이어졌다. 특히 이진이 작가의 작품은 공개 10분 만에 판매되며 이목을 끌었다.
시장 반응 역시 긍정적이다. 국제갤러리는 줄리안 오피와 김윤신 작품을 각각 수천만원대에 판매했고, 가나아트, 학고재, 갤러리조은, 공근혜갤러리, 박여숙화랑, 금산갤러리, 갤러리박영, 아트소향 등 주요 참여 화랑에서도 다수의 거래가 성사됐다.
특히 가나아트는 문형태의 100호 작품을 포함해 다수 작품을 판매했고 학고재는 채림의 작품을 거래했다. 박여숙화랑은 패트릭 휴즈의 작품을 2000만원대에 판매했고, 갤러리박영은 강희영의 작품을 1점 거래했다. 더컬럼스갤러리는 김강용의 40호 작품을, 갤러리 조은은 성률 작품 3점과 조원재 작품 5점을, 아트소향은 감성빈 출품작 대부분을 판매했다. 블루칩 작가부터 신진 작가까지 고르게 판매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시장의 균형 잡힌 흐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화랑미술제는 작가들의 작품성도 크게 인정받았다는 평가다. 국제갤러리가 출품한 김윤신 회화작 '영혼의 빛 2025-49(2025)'은 삼각형과 원형 등 기하학적 패턴들이 리듬감 있게 화면을 분할하며, 다양한 층위의 청색이 서로 조화를 이뤄 마치 화면이 진동하는 듯한 시각적 효과를 자아냈다.
오는 24일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개인전을 앞둔 홍승혜의 작품도 미리 만나볼 수 있다. '액자형 부조(2024)'는 작품 안팎의 형태가 자유롭게 교차하도록 의도한 여백이 특징으로, 완성된 형태가 아닌, 작업 요소의 조합 방식에 따라 가변적인 '조립식 규칙'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풍경 이면의 역사와 서사를 화폭에 담아온 민정기의 신작 '지도가 보이는 선인장(2026)'도 작가가 오랜 시간 천착해 온 고지도에 대한 탐구와 최근 새롭게 관심을 둔 정물화의 요소를 한 화면에 조화롭게 배치해 다층적이고 원숙한 작업 세계를 응축해 보여주는 작품이다.
갤러리조은도 신진부터 중견 작가까지 아우르며, 각기 다른 방식으로 동시대 미술의 확장 가능성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대표 작가인 권용래는 스테인리스 스틸 유닛을 조립해 회화와 조각, 설치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을 선보였다. 금속 표면 위에 남은 용접의 흔적과 그 위를 흐르는 빛은 관람자의 시점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며, 작품에 시간성과 공간성을 부여한 게 특징이다. 또 다른 대표 작가 김병주는 대표 시리즈 'Ambiguous Wall'을 통해 관람객들의 시점과 움직임에 따라 안과 밖, 2차원과 3차원의 경계를 끊임없이 해체하며, 다층적인 시지각적 경험을 시도했다.
공근혜갤러리도 북유럽 사진 예술의 정수와 한국 동시대 회화의 에너지를 결합한 독보적 부스를 선보여 이목을 끌었다. 회화 부문에서는 지난 2023년 화랑미술제 '줌인' 프로그램 대상과 포르쉐코리아 특별상을 동시에 수상한 젠박의 신작이 공개됐다. 젠박은 레고를 기반으로 한 기하학적 색채와 구성으로 대도시를 재해석하는 작업으로 주목받아왔다.
관람 환경 역시 한층 진화했다. 올해부터 디지털 티켓과 온라인 도록이 전면 도입되며 관람 편의성과 친환경성을 동시에 강화했다. 여기에 'ART&ARTIST TALK' 프로그램, 작가 참여 토크, 컬렉팅 강연 등 다양한 부대 프로그램이 더해지며 단순한 전시를 넘어 복합 문화 플랫폼으로 확장된 모습이다.
올해 화랑미술제는 규모, 프로그램, 시장 반응 모든 면에서 한 단계 도약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단순한 '전시'가 아닌 시장과 문화, 세대가 교차하는 현장의 중심인 만큼 화랑미술제가 관람객들의 발걸음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성훈 한국화랑협회 회장은 "올해 화랑미술제는 협회 창립 50주년을 맞아 한국 미술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자리"라며 "앞으로도 미술시장 성장과 컬렉팅 문화 확산을 이끄는 핵심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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