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적 금융 손실 면책 카드 꺼냈지만… "은행 내 IB전문가 키워야"
파이낸셜뉴스
2026.04.09 18:13
수정 : 2026.04.09 18:13기사원문
금융위, 은행 기업대출 면책조치 검토
심사역·영업담당자 등 부담 완화 기대
고의·중과실 기준 모호해 실효성 의문
금융당국이 5대 금융지주의 생산적 금융 영업 활성화를 위해 면책 카드를 꺼내들었다. 앞서 국민성장펀드 운용과정에서도 실패를 용인한 금융당국은 KB·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지주의 의견을 반영해 상반기 내 면책안을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금융권에서는 여신 업무와 관련된 담당 임직원의 문책성 인사 금지와 같은 조항이 포함되지 않는 한 제도가 실효적으로 작동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의·중과실'이라는 모호한 조항이 부당·부적격 대출로 이어질 수도 있는 만큼 근본적으로는 은행 내 기업금융(IB)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에 쏠린 자금을 정부 정책에 따라 일시에 기업으로 흘러가게 하는 과정에서 일부 연체율 상승은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성공적인 생산적 금융을 위해서 은행이 우량한 대출처를 선별해야 하는 것은 물론 비재무적인 지표를 통해 '부도 위험'이 있더라도 성장 가능성이 높은 대출처를 찾아 내야 한다.
이에 금융지주의 관련 민원이 이어지자 당국은 국민성장펀드에 한정됐던 면책 조치를 은행권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앞서 금융위는 국민성장펀드에 참여한 금융기관에 대해선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금융감독원 제재를 면제하는 면책 특례를 도입했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금융사별로 생산적 금융 투자 손실에 대해 과감한 면책이나 인사상 불이익 제거를 검토하고, 정부 차원의 면책이 필요한 경우에는 구체적으로 건의해달라"고 말했다.
국민성장펀드와 생산적 금융 활성화에 참여한 금융기관은 물론 실무 담당자가 예측할 수 없는 손실을 회피하기 위해 소극적인 대출·투자처만을 찾는 행태를 차단한다는 취지다.
권 부위원장은 또 생산적 금융을 위한 조직·인력 개편과 함께 핵심성과지표(KPI) 개선, 산업 분석 역량 강화 등으로 현장 중심의 의사결정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금융위는 은행연합회를 통해 각 금융지주에 투자 손실 시 적용될 면책 수준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늦어도 상반기 내 관련 내용을 구체화해 발표할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생산적 금융과 관련해 면책 특례 확대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서 "각 회사의 경영진과 실무진의 의견이 다를 수 있는 만큼 그 부분에 대해서도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 안팎에서는 생산적 금융 '면책' 가이드라인이 지난 코로나19 유행 당시 운영된 면책 특례와 유사할 것으로 전망한다. 2020년 당시 금융당국은 기업 지원 과정에서 발생한 부실에 대해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경우 임직원 제재를 면제받을 수 있도록 했다.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제재면책심의위원회를 통해 면책 여부를 판단했다. 당시 면책 대상에는 동산·채권·지식재산권(IP) 담보대출, 기술력 기반 중소기업 대출, 벤처·창업기업 투자 및 인수합병 관련 업무 등이 포함됐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고경영자가 지시를 해도 실제 현장에서 위험을 회피하려는 실무진의 판단을 앞설 수는 없다"면서 "면책 제도가 이뤄지면 심사역과 영업 담당자의 판단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은행 내에서 IB 전문가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의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결국 은행이 리테일 커리어가 아닌, IB 커리어를 쌓은 이들을 중용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면책 제도가 실효적으로 작동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A금융지주 관계자는 "고의나 중과실이 무엇인지 판단하기 어렵다"면서 "그럼에도 표면상 면책 상태인 담당자가 좌천성 인사 배치를 겪을 수 있는 가능성은 짙다"고 말했다. 실제 여신 업무에서 고의나 과실이 없는 경우는 현재도 감독당국의 징계 대상이 아니다. 면책 제도가 추가되더라도 실질적인 변화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100개 기업에 투자를 해서 1개만 성공해도 생산적 금융 정책의 성공"이라는 "내부 공감대가 중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연체, 부실이 커지면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하는데 당연한 것"이라며 "면책이 양날의 칼인 이유는 고의·중과실 없이도 부적격 대출을 원하는 기업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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