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항로도 본토 가까이 옮겨…"위안·코인으로 요금 내라"

파이낸셜뉴스       2026.04.09 18:23   수정 : 2026.04.09 18:23기사원문
휴전기간 호르무즈 관리방침 내놔
이란 "기뢰 가능성" 항로 변경
사실상 이란군 감시하에 통과해야
통행량도 전쟁 전의 10분의 1로
협정에 레바논 포함이냐 아니냐
양측 입장 갈려 향후 협상 '난항'
이스라엘 공격 지속땐 봉쇄 안풀듯
후티반군도 홍해서 통행료 경고



미국과 2주간의 휴전 및 종전 협상에 동의한 이란에서 해당 기간 호르무즈해협 관리 방침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이 나오고 있다. 이란 측은 통행로를 이란 본토 옆으로 옮기고, 통행량을 줄이는 동시에 가상자산 등으로 통행료를 받을 계획이다.

■해협 이란 통제권으로 항로 변경

8일(현지시간) 미국과 2주간 휴전을 선언했던 이란은 이날 일찍 호르무즈해협에서 2척의 건화물 상선을 통과시켰다.

전날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해양 석유물동량의 25%가 지나던 호르무즈해협이 완전히 개방되는 조건으로 휴전에 동의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란 국영 프레스TV는 같은 날 파나마 선적 유조선 '오로라'호가 해협을 통과하려다 회항했다며 해협이 다시 전면 폐쇄되었다고 주장했다.

카타르 알자지라방송에 따르면 이란 항만 당국은 8일 성명에서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려는 모든 선박은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해군과 협조해 대체항로를 이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당국은 인도양에서 페르시아만으로 들어가는 배는 이란의 라라크섬 북쪽을 돌아 페르시아만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페르시아만에서 나가는 배는 라라크섬 남쪽을 거쳐 인도양으로 이동하라고 알렸다. 당국은 "페르시아만 전쟁 상황과 호르무즈해협 주요 교통로에 기뢰가 존재할 가능성을 고려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란이 제시한 대체항로는 기존에 사용하던 해협 통행로와 비교하면 이란 본토 쪽으로 한참 치우쳐 있다. 결과적으로 대체항로를 이용하는 선박들은 이란군의 원거리 무기와 감시에서 벗어나기 힘들 전망이다.

■가상자산·위안으로 요금

8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의하면 이란은 휴전 중재국에 휴전 기간 해협 통행량을 일평균 12척으로 제한한다고 통보했다. 지난 2월 전쟁 전 해협 통행량은 일평균 약 135척이었다. 8일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건화물 상선 총 4척으로 확인되었으며 유조선은 1척도 없었다. 이날 IRGC 해군은 해협 인근 선박에 무선 통신 메시지를 보내 해협 통과를 위해 IRGC와 협조하라며 허가 없이 통과하는 선박은 파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란은 휴전 합의 전에 추진하던 통행료 징수 계획을 휴전 중에 그대로 시행할 예정이다. 이란산 원유나 물자를 실은 선박은 무료 통과, 우호국 선박은 싣고 있는 석유 배럴당 1달러 수준의 통행료 부과, 미국·이스라엘 연관 선박은 차단하는 3단계 구조다. 요금은 중국 위안이나 가상자산으로 받기로 했다.

이란 석유·천연가스·석유화학 제품 수출업자 협회의 하미드 호세이니 대변인은 같은 날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통과하는 모든 유조선으로부터 통행료를 징수하고 각 선박을 검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란은 앞으로 2주간 무기 수송에 이용되지 않도록 해협을 드나드는 선박을 감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모든 선박이 통과할 수 있지만, 각 선박에 대한 절차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며 이란은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세이니는 모든 유조선이 당국에 이메일을 통해 화물에 대해 알려야 하며, 이란이 디지털화폐로 지불해야 할 통행료를 통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석유를 싣지 않은 유조선은 자유롭게 통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호세이니는 선박들이 이란의 심사가 완료된 이후 "몇 초 안에" 가상자산으로 통행료를 지불해야 한다며, 이는 제재로 인해 자금이 추적되거나 압류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협 통행, 레바논 휴전에 달려

CNN에 따르면 호르무즈해협은 이스라엘의 레바논 폭격 직후에 사실상 봉쇄됐다. 레바논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공격하고 있는 이스라엘은 7일 발표에서 미국의 휴전 선언을 지지한다고 밝혔으나 레바논 전선은 예외라고 선을 그었다. 이스라엘은 8일 레바논 전역에서 약 100개의 목표물을 공습했으며 최소 182명이 숨지고 약 900명이 다쳤다.

지난 2월부터 미국과 함께 이란을 공격했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8일 발표에서 "합의 혹은 전투를 통해 목표를 반드시 달성할 것"이라며 "이스라엘에는 완수해야 할 목표가 더 많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은 PBS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에 대해 "휴전 합의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밝혔다. 11일 파키스탄에서 이란과 종전협상을 진행하는 미국의 J D 밴스 미국 부통령도 8일 기자들과 만나 "이란은 휴전이 레바논을 포함한다고 생각한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았다.
우리도, 이스라엘도 그것(레바논)이 휴전 협정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제안한 것은 휴전이고 이란이 내놓은 것은 호르무즈해협 재개방"이라며 "이란이 약속을 어기면 우리도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아랍에미리트(UAE) 매체들은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이 홍해와 인도양을 연결하는 바브엘만데브해협에서 호르무즈해협처럼 통행료를 걷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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