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숏 치다 망하더니 또?"…마이클 버리의 팔란티어 저격, 치명적 오류 3가지
파이낸셜뉴스
2026.04.10 18:00
수정 : 2026.04.10 18:55기사원문
빅쇼트 주인공 마이클 버리, 앤트로픽 고속 성장 근거로 팔란티어 저격
'AI 엔진' 앤트로픽과 '통제 플랫폼' 팔란티어의 공생 관계를 경쟁으로 오판
미 국방부·CIA 록인 효과라는 '경제적 해자'의 가치 폄하
과거 테슬라 숏 베팅 실패 이력 재조명… 투자자들, 노이즈와 팩트 구분해야
[파이낸셜뉴스]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으로 잘 알려진 전설적인 투자자 마이클 버리가 또다시 날 선 비판의 무대에 올랐다.
이번 타깃은 AI 기반 데이터 분석업체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PLTR)'다. 그는 챗GPT의 대항마로 꼽히는 앤트로픽의 폭발적인 매출 성장을 근거로 들며, 팔란티어의 시장 점유율이 잠식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감정과 이름값이 주는 공포를 걷어내고 비즈니스의 본질과 팩트만 냉정하게 뜯어보면, 그의 주장은 온전히 모든 것을 받아들이기 힘든 허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단추부터 잘못 끼운 비교… '엔진'과 '자동차'는 경쟁하지 않는다
버리의 가장 큰 논리적 비약은 앤트로픽과 팔란티어를 동일 선상의 '경쟁자'로 규정했다는 점이다.
앤트로픽의 '클로드'나 오픈AI의 '챗GPT'는 본질적으로 범용 AI '엔진(거대언어모델, LLM)'을 만드는 곳이다.
반면 팔란티어의 인공지능 플랫폼(AIP)은 그 거대한 엔진들을 기업 내부의 방대한 비밀 데이터와 연결해 목적에 맞게 안전하게 굴러가게 통제하는 '플랫폼(자동차)'에 가깝다.
팔란티어는 특정 AI 모델을 고집하지 않는다. 고객사가 원하면 앤트로픽의 클로드를 팔란티어 플랫폼 위에 얹어서 사용하게 해준다.
즉, 앤트로픽의 엔진이 강력해지고 AI 시장 자체가 커질수록, 그 통제되지 않는 방대한 AI를 기업 내부에 안전하게 정착시키려는 팔란티어 소프트웨어에 대한 수요도 덩달아 폭증하게 된다. 둘은 제로섬 게임을 하는 적이 아니라, 서로의 가치를 높여주는 완벽한 '공생 관계'다.
■정부 계약이 매력 없다?… 워런 버핏도 탐낼 궁극의 '경제적 해자'
버리는 "팔란티어가 수익성이 낮고 규모가 작은 정부 부문을 공략하고 있다"며 앤트로픽의 상업용 매출 성장과 비교해 날을 세웠다.
하지만 가치투자의 본질을 이해하는 이들이라면 이 대목에서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다.
미 국방부(DoD)나 중앙정보국(CIA)의 극강의 보안 인증을 통과하고 핵심 작전 시스템으로 자리 잡는 것은 다른 기업이 감히 넘볼 수 없는 어마어마한 진입 장벽이다.
초기 구축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요될 뿐, 한 번 록인(Lock-in)되면 정권이 바뀌어도 쉽게 교체할 수 없는 궁극의 '경제적 해자'로 작동한다.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가장 확실한 캐시카우를 폄하한 것이다.
게다가 최근 팔란티어의 실적을 견인하는 진짜 동력은 정부 부문이 아니라, 폭발적으로 우상향 중인 '미국 상업용(민간 기업) 부문'이라는 팩트 역시 교묘하게 가려져 있다.
당장 올해 초(2026년 2월) 발표된 팔란티어의 최신 실적(2025년 4분기)만 봐도 버리의 주장은 힘을 잃는다. 해당 분기 팔란티어의 미국 상업용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37% 폭등한 5억 7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미래의 매출을 담보하는 신규 계약의 잔존가치(RDV) 역시 전년 대비 145% 치솟으며 43억 8000만 달러를 돌파했다.
앤트로픽의 성장이 매섭다 한들, 이미 민간 상업 시장에서 전년 대비 130%대 성장을 찍어누르며 월가의 컨센서스를 박살 낸 팔란티어를 향해 '점유율 잠식'을 운운하는 것은 현실의 숫자를 철저히 외면한 억지 생떼에 가깝다.
■테슬라 급등에 백기 들었던 '만년 비관론자'의 헛발질 이력
마이클 버리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정확히 꿰뚫어 본 천재적인 매크로 투자자임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시장이 오를 때도 하락을 외치는 만년 비관론자이기도 하다.
과거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가 고평가되었다며 대규모 풋옵션(공매도)을 걸었다가, 혁신 기업의 성장 속도를 오판해 주가 폭등의 쓴맛을 보고 조용히 포지션을 청산한 흑역사는 월가에서 유명하다.
거시 경제의 거품을 짚어내는 데는 탁월하지만, 특정 혁신 기술 기업의 미시적인 비즈니스 모델과 생태계를 분석하는 데는 잦은 오판을 보여왔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공포에 던질 것인가, 기분 좋게 줍줍할 것인가
결국 선택은 투자자 각자의 몫이다. 만약 마이클 버리의 분석이 시장의 진실이라고 100% 확신한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미련 없이 주식을 던지고 나오는 것이 내 계좌를 지키는 가장 이로운 길일 것이다.
하지만 버리의 주장이 혁신 생태계를 오판한 억측에 불과하며, 팔란티어라는 기업의 본질적 가치와 펀더멘털에 아무런 타격을 주지 못한다고 판단한다면 상황은 180도 달라진다.
거물의 입김에 겁을 먹은 시장이 일시적으로 주가를 짓눌러준다면, 이 시끄러운 '노이즈'는 오히려 내가 믿는 훌륭한 기업의 수량을 가장 싼 가격에 늘릴 수 있는 완벽한 바겐세일 기간이 된다.
흔들리는 것은 주가일 뿐, 기업의 본질이 아니다. 거장의 경고 앞에서도 내가 치열하게 공부한 기업의 '가치'를 굳게 믿는다면, 지금의 하락은 두려움이 아닌 기분 좋은 매수 기회가 될 것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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