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에 치인 민생사건

파이낸셜뉴스       2026.04.12 19:15   수정 : 2026.04.12 19:15기사원문

67. 지난해 하반기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상병)이 기소한 건수다. 이 모든 사건은 서울중앙지법이 그대로 껴안았다. 16개 형사합의부 중 13개가 특검 사건을 담당하고 있다.

적게는 1개의 사건에서 많게는 6개의 사건을 맡고 있다. 여기에 기소된 사건들에서 분리된 재판까지 하면 실제 재판은 더 많다.

이 때문에 해당 재판부들에 배당된 일반 사건들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특검 사건은 특검법상 정해진 기한(1심 6개월)을 맞추기 위해 최소 주 1회 기일을 진행하며 속도를 내고 있다. 여기에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사건 등 중요 사건은 주 2회 진행되고 있다. 이론상 특검 사건으로만 주 5회 재판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피해는 민생으로 돌아왔다. 해당 재판부들에 배당된 사건들은 제대로 기일조차 잡아보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또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로, 일반 재판부에 몰리는 사건은 늘었다. 서울중앙지법은 인사를 통해 법관을 추가 배치하고 민생전담재판부를 설치했지만 역부족이다. 한 부장판사는 "특검 사건으로 넘어온 일반 사건들의 양이 많아져 제대로 진행을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하소연했다. 안 그래도 늘어난 재판에, 재판 지연이라는 단어가 나올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재판의 목적은 억울한 사람이 나오지 않게 판단하고, 잘못한 사람을 처벌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법원의 모습은 '특검 재판'으로 '민생 재판'이 뒷전으로 밀려난 모양새다. 재판 지연은 심화됐고, 피해자들과 피의자들은 자신의 재판이 언제 잡힐지도 모른 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 피해 구제와 처벌을 떠나 계속되는 변호사비 지출 등 결국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오고 있다.

종합특검이 수사를 진행하면서 특검 재판은 더 많아질 예정이다. 법원은 전쟁을 치르고 있다. 하지만 재판을 받고 있는 당사자들도 각자만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는 것도 역할이겠지만, 법원만 바라보고 있는 당사자들을 위해야만 한다.


'특검 재판'과 '민생 재판'이 동시에 제 속도를 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지 않는다면, 사법 불신은 특정 사건의 결론이 나온 뒤에도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정의는 결과만큼이나 속도에도 달려 있다. 기다리다 지친 국민에게 법원이 먼저 답해야 할 때다.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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