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봉쇄 장기화 수순… 불안한 2주 휴전
파이낸셜뉴스
2026.04.13 09:26
수정 : 2026.04.13 09:26기사원문
휴전 합의 닷새만에 미군, 해협 역봉쇄 공식화
현재 하루 약 1300만배럴 생산 차질 발생+이란 수출(약 200만배럴) 추가 차단 우려
해협 통제시 선박 일부만 차단해도 공포 효과로 해상 운송 위축, 가격 상승
아시아 공장 생산 축소, 일부 지역 연료 배급 등장 등 실물경제 충격파
유럽·걸프국은 연합 구성 불확실, 글로벌 경제 버티기 시험대
[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 최대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역봉쇄 조치를 공식화하면서 중동의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지난 7일(현지시간) 극적으로 체결됐던 2주간의 휴전 합의가 불과 닷새 만에 파기 수순을 밟게 된 것이다. 미국이 기뢰 제거와 선박 차단을 병행하는 전면적이고 장기적인 해상 통제 작전에 돌입함에 따라 글로벌 원유 수급 균형이 붕괴하고 전 세계 실물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美 "해협 역봉쇄", 이란 "죽음의 소용돌이"
파이낸셜타임즈는 "이번 조치는 6주째 이어지고 있는 중동 전쟁의 양상을 바꾸는 중대 분수령"이라며 "그동안 군사 시설 타격에 집중했던 미군의 작전 개념이 해협 통제라는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소모전 형태로 전환한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미 해군은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함을 핵심 작전 기지로 삼고 구축함 전력을 투입해 유조선 이동을 철저히 통제할 계획이다. 필요시 대서양과 인도양 등 다른 해역에서 유조선을 나포하는 강경책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란은 즉각 반발하며 무력 충돌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적들이 단 한 번이라도 오판한다면 해협은 죽음의 소용돌이가 될 것"이라며 강도 높게 경고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의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다수의 고속 공격정과 드론, 기뢰를 배치해 둔 상태다. 여전히 전체 전력의 60% 이상이 건재한 것으로 파악된다.
미 해군 출신 브라이언 클라크 연구원은 "현재 배치된 전력으로 봉쇄를 시작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면서도 "이란이 좁은 해협에서 비대칭 공격에 나설 경우 미군의 방어 부담이 급격히 커진다"고 분석했다.
하루 1500만 배럴 증발 위기… 세계 경제 충격파
미군의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전례 없는 연쇄 충격을 예고하고 있다. 현재 지속되는 전쟁으로 인해 이미 하루 약 1300만 배럴의 원유 생산 차질이 발생한 상황에서 미국의 봉쇄로 이란의 원유 수출 물량인 약 200만 배럴이 추가로 시장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20% 이상이 통과하는 핵심 동맥이 막히면서 글로벌 원유 수급 균형은 사실상 붕괴 직전이다.
특히 해협 통제가 현실화할 경우 모든 선박을 물리적으로 나포하지 않더라도, 이른바 '공포 효과(Fear Effect)'만으로도 치명적인 결과가 초래된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극도로 치솟으면서 해운사들이 자발적으로 위험을 회피해 항로를 이탈하게 되고, 해상 운송의 급격한 위축과 막대한 물류비 폭등으로 직결된다. 이란이 통과 선박을 하루 10여척 수준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무단 통과 시 타격을 경고하면서 이미 수백 척의 상선과 유조선이 해협 인근에 발이 묶여 있는 실정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의 주요 공장들은 치솟는 에너지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선제적으로 생산량을 축소하고 있으며 일부 국가에서는 연료 배급제까지 부활하는 등 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다. 유럽과 아시아의 주요 허브 공항에서는 항공유 부족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중동 산유국들의 경제 전망도 암울하다. 주요 연구기관들은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올해 카타르의 국내총생산(GDP)이 13% 급감하고,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각각 8%, 6.6% 역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경제의 생존은 국제 연합 구성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독 작전으로는 통제력 유지에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다국적 협력을 자신하고 있지만 유럽연합(EU)과 주요 걸프 국가들은 확전 방지와 장기 휴전이라는 명확한 명분이 전제되지 않는 한 함부로 연합 함대에 합류하기 어렵다는 조건부 협력 의사만을 내비치고 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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