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외교/통일

신각수 "호르무즈 사태, 李 외교력 미흡 방증" [인터뷰]

송지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4.14 05:00

수정 2026.04.14 09:17

美 파병·이란 항행료 요구, 외교역량 부족
일본·EU 등 서구진영 미들파워 연대 제언
李대통령 이스라엘 겨냥 SNS '실책' 비판
北中 규탄 G7 가치 받아들일지 재고 필요
신각수 전 주일대사가 2022년 제주 서귀포시 국제컨벤션센터에서 한 매체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신각수 전 주일대사가 2022년 제주 서귀포시 국제컨벤션센터에서 한 매체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6월 중순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G7(주요 7개국) 정상회담에 초청받은 것을 두고 국내 정가에서는 자부심을 숨기지 않는 분위기다. 이 대통령의 실용 외교 능력이 국제 사회에서도 인정받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40여년 간 베테랑 직업 외교관으로 살아온 신각수 니어재단 부이사장은 13일 이에 대해 '자만은 금물'이라고 지적했다. 빠른 경제 발전이나 문화콘텐츠 부흥에 따른 국제적 위상이 올라간 것은 사실이나, 다자연대가 필수인 시대적 배경도 크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 대통령이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스라엘 외교부와 공방을 벌인 것을 두고 훗날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며 우려 섞인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韓, 칠 때 치고 빠질 때 빠지는 노련함 부족해"

외교부 2차관, 조약국장, 주유엔대표부 차석대사 등 요직을 두루 섭렵한 신 부이사장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다자외교 전문가다. 미국 중심 세계 질서가 개편되며 서방 자유 진영국 간 느슨한 연대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강조되는 만큼, 우리 외교 역시 다양한 선진·중견국가들과 원만한 관계를 기반으로 고차원적인 외교 방정식을 풀고 실리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을 지론으로 삼는다.

다만 필요 여부와 별개로 우리 정부의 다자외교 능력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는 게 신 부이사장의 의견이다. 특히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구와 이란의 통행료 제도화 문제를 두고서는 "칠 때 치고 빠질 때 빠지는 노련함이 부족했다"고 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병을 요구할 때 노골적으로 거절하는 게 아니라, 한반도 안보 상황과 실제 군사 능력 부족 등을 설명하며 가능한 협조방안을 검토하는 선에서 대응해야 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이란이 종전 협상으로 구상하고 있는 통행료 수납 방침에 대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국제법에 어긋난다는 원칙을 분명히 하고 대외적으로 알려야 했다고 주장했다. 신 부이사장은 "동맹인 미국을 간접적으로 거들 수 있는데 이란 외무부 장관과 두 차례나 통화를 하고도 이같은 입장을 명확히 하지 못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파병을 거부한 동맹국들 중 한국만 유난히 콕 집어 연거푸 불만을 표출한 데에도 이러한 고도의 외교력 부재가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日·豪·加·歐 등 서구 자유진영 미들파워와의 연대가 생존의 열쇠

신 부이사장은 "미국이 유일 초강대국으로서 서방에 속하는 한국을 안보와 경제 면에서 '케어(보호)'해주는 시기가 지났다"며 "우리 국익을 위해선 비용 부담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특히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제 여부가 우리 실물 경제와 직결되는 만큼 "더 적극적이고 대범해져야한다"고 강조했다.

'국제 해협에서 통항권 확보'라는 하나의 공동 의제를 설정해 비슷한 이해 관계를 가진 일본,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유럽연합(EU) 국가들과 '자발적 연대'를 구축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이를 통해 유엔 등 국제 무대에서 우리 외교력의 승수 효과는 물론 서구 자유 진영 중견국가로서 국익과 국제 위상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지난달 19일 미국을 제외한 G7 6개국(일본, 영국, 캐나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과 네덜란드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대한 규탄 성명서에 선제적으로 이름을 올리지 못한 점은 "우리 외교가 여전히 주도적이지 못하고 소극적 추종 외교에만 머물러 있다는 것"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 '보편 인권' 강조 李 이스라엘 겨냥 SNS..北中 인권탄압에 같은 잣대 둘지 주목

같은 선상에서 이 대통령이 최근 SNS에 이스라엘군의 팔레스타인 민간인 학살 영상을 올린 것은 우리가 나아가야 할 외교 방향에 역행하는 것은 물론 실용외교와도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보편적 인권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 자체는 응당하지만,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인정하는 G7 국가들의 정상회담을 코앞에 두고 이러한 게시물을 올린 것은 시의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G7에 편입될 경우 북한의 인권 유린이나 중국의 위구르족 탄압에 대해 공동 규탄 성명서를 내야 한다. 이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고 북한을 대화 상대로 보는 현 정부 기조와 모순된다.

여기에 이스라엘은 동맹인 미국마저 '일본해(Sea of Japan)'이라고 표기한 동해(East Sea)를 제대로 표기한 몇 안 되는 우방이자 미국 수뇌부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나라다.
개별 국가로서도 우호적인 관계를 맺은 이스라엘과 외교적 공방을 벌인 것은 단순한 긁어 부스럼 차원을 넘어서 향후 국제 사회에서 우리 편이 되어줄 우방을 제 손으로 쫓는 거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신 부이사장은 정상회담을 앞둔 G7 국가들이 이러한 사태를 "주시하고 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일이 점점 쌓이면 자칫하다 냉혹한 국제 질서 속에서 내 편 하나 없이 낙동강 오리알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jiwon.song@fnnews.com 송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