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쌓였더니 늙었다… 코르티솔이 부르는 노화의 덫
파이낸셜뉴스
2026.04.18 07:00
수정 : 2026.04.18 07: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호르몬은 생명의 진화와 함께 종에서 종으로 전달되고 발전했다. 생명이 존재하는 한 반드시 존재할 화학물질이 있다면 바로 '호르몬'이다. 이런 의미에서 호르몬은 불멸이다.
안철우 교수가 칼럼을 통해 몸속을 지배하는 화학물질인 호르몬에 대해 정확히 알려주고 삶을 좀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낼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이렇게 피부가 약해지는 이유는 높은 코르티솔 분비가 노화를 촉진하기 때문이다. 코르티솔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탄수화물을 빠른 속도로 분해해서 혈당을 높인다. 이렇게 혈당을 높여 놓으면 빠르게 에너지가 생기는 장점이 있지만 '당화반응'도 발생하게 된다.
당화반응이란 포도당이 깨끗하게 대사되지 않고 찌꺼기처럼 남아서 인체 조직 곳곳에 결합하는 현상을 뜻한다. 주로 혈관, 근육 등 단백질과 지질이 많은 조직에 결합한다. 피부도 단백질로 이루어진 조직이므로 영향을 받는다.
이렇게 결합된 당은 피부의 단백질 구조를 변화시켜 고유의 기능을 잃게 만든다. 피부는 아미노산 합성을 통해 콜라겐을 생성해야 탄탄한 구조를 유지하는데 당화반응이 일어난 피부세포는 이런 기능이 둔화된다. 게다가 콜라겐에도 당이 달라붙어 조직을 뻣뻣하게 만든다.
결국 피부는 점차 탄력을 잃고 얇아지고 거칠어진다. 주름과 잡티가 많이 생기고 건조하고 칙칙하고 예민한 피부로 바뀌게 된다. 나이보다 10년 이상 늙어 보이는 노화된 피부가 되는 것이다.
염증도 노화의 주범이다. 세포는 염증이 생기고 치유되는 과정에서 노화한다. 염증이 반복되면 노화도 거듭된다. 노화된 세포는 스스로 염증인자를 만들어내고 그것이 또 노화를 촉진한다. 코르티솔은 면역 시스템의 작동을 억누르고 면역세포에 염증을 만들기 때문에 노화가 더욱 가속화된다.
이 외에도 코르티솔이 노화를 부추기는 요인이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혈당을 낮추기 위해 분비되는 인슐린이다. 코르티솔이 혈당을 높이면 이것을 다시 정상 혈당으로 돌리기 위해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된다. 인슐린은 포도당을 글리코겐으로 바꾸어 세포로 흡수시켜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게 해준다.
하지만 인슐린이 너무 많이 분비되면 세포의 에너지 대사가 촉진되는 만큼 성장과 분열이 너무 빨라져서 노화를 촉진하게 된다.
세포 속 DNA 말단부에는 텔로미어라는 유전정보를 담은 DNA 조각이 있다. 이 조각은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조금씩 짧아진다. 텔로미어가 짧아진다는 것은 유전정보가 점차 사라져서 세포의 복제와 재생이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원래는 자연적인 수명의 속도로 짧아지지만 인슐린처럼 신진대사를 빠르게 높이는 물질이 분비되면 훨씬 빠른 속도로 더 자주 분열해서 수명이 더 빨리 짧아지게 된다. 다른 말로 더 빨리 늙는다고 표현할 수 있다.
이러한 노화의 상태를 우리는 당뇨 환자들에게서 확인할 수 있다. 미국 하버드 의대가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2형 당뇨를 앓는 사람들은 당뇨가 아닌 사람들보다 생체 나이(건강 상태와 노화의 정도를 반영하여 평가한 나이)에서 실제 나이를 뺀 값이 평균 12.02년 많았고, 1형 당뇨를 앓는 사람들은 16.32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가 들수록 당뇨가 심해지고 이로 인해 생체 나이와 실제 나이의 차이가 더 심하게 벌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쿠싱증후군 환자들이 고혈당에 시달리다가 당뇨가 되고, 혈관과 심장, 소화기계, 신경계가 모두 악화되고, 피부까지 점점 생기를 잃어가는 것은 결국 노화의 현상이다.
노화는 죽음의 과정이므로 죽음에 더 가까워지는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물론 쿠싱증후군은 종양이 만들어내는 희귀병이고 얼마든지 치료할 수 있다.
다만 우리는 이 희귀병을 통해 스트레스를 방치하면 우리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그 최악의 시나리오를 확인할 수 있다. 우리가 중요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호르몬의 양면성이다.
호르몬은 일상을 지켜주는 소중한 화학물질이다. 우리는 모두 호르몬의 힘으로 20~30대를 버텨낼 수 있었다. 하지만 40대부터는 더 이상 호르몬이 우리를 지켜주지 않는다.
스스로 생활을 잘 관리하고 스트레스를 잘 물리쳐서 호르몬을 지켜내야 한다. 내가 내 호르몬을 지키지 않으면 호르몬이 나를 공격하기 시작할 것이다.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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