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쌓였더니…" 성욕까지 사라지는 이유

파이낸셜뉴스       2026.05.02 07:00   수정 : 2026.05.02 07: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호르몬은 생명의 진화와 함께 종에서 종으로 전달되고 발전했다. 생명이 존재하는 한 반드시 존재할 화학물질이 있다면 바로 '호르몬'이다. 이런 의미에서 호르몬은 불멸이다.

안철우 교수가 칼럼을 통해 몸속을 지배하는 화학물질인 호르몬에 대해 정확히 알려주고 삶을 좀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낼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쿠싱증후군에서 한 가지 더 짚어야 할 것이 있다. 쿠싱증후군 환자들은 턱과 목이 굵어지고 살이 찐다. 정수리에서는 탈모가 일어나는데 얼굴과 가슴, 다리에는 털이 난다. 피부가 심한 지성이 되고 여드름이 나기도 한다.

쿠싱증후군은 여성에게 훨씬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외모가 이렇게 바뀌면 다들 충격을 받고 괴로워한다. 굵고 큰 턱, 얼굴, 가슴, 다리의 털, 과잉 피지로 인한 심한 지성피부, 여드름 등은 모두 남성적 외모의 특징이다.

외모뿐만이 아니다. 목소리는 남자처럼 저음으로 바뀌고 생리가 멈추고 임신이 어려워진다. 여성으로서의 성적 매력과 성기능이 사라지는 것이다.

남자 환자들에게도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 외모가 여성처럼 바뀌지는 않지만 성욕이 사라지고 발기가 잘 안 된다. 심하면 무정자증, 불임으로 발전한다.

쿠싱증후군은 이처럼 남녀 모두의 성기능을 악화시킨다. 남녀의 증상에 차이가 있긴 하지만 코르티솔 과다가 성기능에 악영향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 바꿔서 말하자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과도하게 분비되면 성기능이 악화된다고 말할 수 있다.

코르티솔이 왜 성기능에 영향을 미칠까. 그 원인은 코르티솔과 남성호르몬이 분자적으로 비슷하다는 것, 그리고 둘 다 부신에서 분비된다는 점에서 찾아볼 수 있다.

코르티솔과 남성호르몬은 모두 스테로이드 구조를 갖고 있다. 스테로이드는 특정 화학물질을 일컫는 것이 아니라 3개의 6각 탄소고리(사이클로헥산)와 1개의 5각 탄소고리(사이클로펜탄)가 포함된 분자를 총칭하는 용어다.

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에스트라디올, 프로게스테론, 담즙산으로 알려진 콜릭산이 모두 스테로이드다. 코르티솔과 같은 당질코르티코이드와 알도스테론과 같은 무기질코르티코이드도 스테로이드다.

스테로이드의 종류가 이렇게 많고 기능도 다양하지만 항염작용으로 잘 알려진 코르티솔이 병원 처방 약물로 흔히 쓰이기 때문에 대중에게는 이것을 편의상 스테로이드라고 칭하는 것이다.

스테로이드 중에서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로 분류된다. '아나볼릭'이란 포도당, 아미노산 등의 작은 단위가 결합하여 탄수화물, 단백질을 이루면서 큰 조직으로 성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란 세포를 성장시키고 조직을 키우는 기능을 가진 스테로이드를 뜻한다. 단백질을 합성해서 뼈를 키우고 근육을 불리는 남성호르몬이 대표적인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다.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의 반대 개념이 '카타볼릭 스테로이드'다. 즉, 빠르게 소화하여 큰 분자를 작은 분자로 분해하는 스테로이드를 뜻한다. 탄수화물을 빠르게 포도당으로 분해하는 코르티솔, 코르티코스테론 등의 당질코르티코이드가 카타볼릭 스테로이드다.

아나볼릭을 우리말로는 '같은 물질로 합친다'는 의미로 '동화'라고 하고 카타볼릭을 '다르게 분해한다'는 의미로 '이화'라고 한다. 동화와 이화는 신진대사의 기본이다.
이 두 가지 작용이 합쳐져야 에너지를 만들어내고 소비하는 생명활동이 가능하다.

이런 의미에서 동화에 관여하는 테스토스테론과 이화에 관여하는 코르티솔이 생명활동의 기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생명활동의 기본 중에는 섹스도 있으니, 이 두 물질이 성기능에 영향을 주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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