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끝나더라도 고유가는 지속... 내년말에나 이전 수준 회복할 것"
파이낸셜뉴스
2026.04.14 18:44
수정 : 2026.04.14 21:0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미국·이란 전쟁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전쟁이 끝나더라도 세계 경제 회복이 장기간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전쟁 여파로 중동 에너지 시설이 파괴되면서 국제유가가 최소 1년 이상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세계 경제가 침체를 겪을 수밖에 없다는 관측과 함께 전 세계 최대 3250만명이 빈곤에 빠질 위험이 있다는 경고도 제기됐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독일 국영은행 KfW는 최근 고객 보고서에서 원유 가격이 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는 시점이 내년 말이나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S&P글로벌 에너지의 원유 시장 리서치 책임자인 커트 배로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원유 물량이 걸프 지역에 묶여 있고, 선박 진입 위험도 크게 높아졌다"고 밝혔다.
실제 이번 전쟁 이후 중동 주요 산유국들의 생산은 급감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따르면 이라크는 하루 생산량이 2월 420만배럴에서 3월 160만배럴로 61% 줄었다. 쿠웨이트(-53%), 아랍에미리트(UAE·-44%)도 감소폭이 컸다.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하루 1010만배럴에서 780만배럴로 23% 감소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세는 세계 경제 전반에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 UBS는 호르무즈해협 운송 차질이 두 달 더 지속될 경우 세계 경제가 기존 성장경로를 회복하는 시점이 2028년 말로 늦춰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성장률이 기존 전망보다 1%p 낮아지고, 미국 역시 얕은 경기침체를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에너지 수출이 막힌 걸프 국가들은 수십년 만의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컨설팅업체 리스타드에너지는 인프라 복구비용이 250억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추정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올해 국내총생산(GDP)이 카타르 13%, UAE 8%, 사우디아라비아 6.6%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연합(EU) 역시 전쟁 이전부터 취약했던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유럽 경제에 "매우 큰 피해를 주고 있다"며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고 밝혔다.
중동 원유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중동산 석유 의존도가 95%를 넘는 필리핀은 휘발유 가격이 두 배로 급등하자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은 재택근무를 권고했고, 호주는 비축유 방출과 유류세 인하 등 대응에 나섰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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