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라고 만든 챌린지 썼을 뿐인데 왜?… '공개 저격'에 '벤치행'까지, 이해 안되는 다저스의 후폭풍
파이낸셜뉴스
2026.04.15 11:00
수정 : 2026.04.15 11:15기사원문
"쓰라고 만든 권리인데"… 챌린지 실패가 '대역죄'인가
포수는 되고 9번 타자는 안 된다? 다저스의 가혹한 잣대
로버츠의 공개 저격과 팬들의 뭇매… 선 넘은 현지 텃세
3할 타자의 석연치 않은 벤치행… '길들이기'인가 '플래툰'인가
[파이낸셜뉴스]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 챌린지는 오심으로부터 선수를 보호하고 정당한 승부를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권리'다.
그런데 이 당연한 권리를 행사했다는 이유로 한 선수가 감독의 공개적인 쓴소리를 듣고, 다음 날 선발 라인업에서 자취를 감췄다.
타율 3할을 치며 팀 내야를 든든하게 지키던 김혜성(27·LA 다저스)에게 벌어진 기막힌 촌극이다. 과연 ABS 챌린지 실패가 선발 명단에서 제외될 만큼의 '대역죄'일까.
사건의 발단은 13일(한국시간)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경기였다. 9번 타자 유격수로 출전한 김혜성은 3회말 무사 1루에서 당대 최고의 에이스 제이콥 디그롬과 마주했다. 볼카운트 2-2의 팽팽한 승부처. 5구째 날아온 몸쪽 낮은 슬라이더에 주심의 손이 올라갔다. 타자 입장에서는 충분히 낮다고 느낄 만한 궤적이었고, 김혜성은 즉각 ABS 챌린지를 신청했다.
결과는 스트라이크 하단을 살짝 걸치는 '콜 유지'. 문제는 하필 앞선 3회초 수비 때 포수 달튼 러싱이 이미 챌린지를 한 차례 허공에 날렸다는 점이었다. 김혜성의 실패로 다저스는 경기 초반에 모든 챌린지 기회를 소진해버렸다.
물론 경기 운영 측면에서 아쉬운 타이밍이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선수는 벤치의 눈치를 보며 챌린지를 아끼는 기계가 아니다.
찰나의 순간, 자신의 선구안을 믿고 권리를 행사한 것뿐이다. 초반에 챌린지 기회를 모두 날린 책임을 왜 마지막 카드를 쓴 9번 타자 김혜성 혼자서 뒤집어써야 하는지 의문이다.
경기가 다저스의 2-5 패배로 끝나자, 비난의 화살은 일제히 김혜성을 향했다. 현지 중계진은 "좋은 판단이 아니다"라며 즉각 꼬투리를 잡았고,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그 상황에서 챌린지를 신청하는 건 잘못된 판단이었다"며 선수를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후폭풍은 다음 날 곧바로 이어졌다. 14일 뉴욕 메츠와의 홈 3연전 첫 경기를 앞두고 발표된 다저스의 선발 라인업에서 3경기 연속 선발 출전 중이던 김혜성의 이름이 쏙 빠진 것이다. 대신 미겔 로하스가 유격수 자리에 들어갔다.
상대 선발이 좌완 데이비드 피터슨이라는 점을 감안한 '플래툰 시스템'의 일환이라 말 할 수 있다. 하지만 타이밍이 너무나도 공교롭다.
김혜성은 현재 6경기에서 타율 0.308(13타수 4안타)에 OPS 0.797이라는 준수한 성적을 기록하며 훌륭하게 빅리그에 연착륙하고 있었다.
결과론에 휩싸여 선수의 정당한 플레이를 위축시키는 것은 팀 케미스트리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쓰라고 만든 제도를 썼을 뿐인데 눈치를 보고 벤치를 달궈야 한다면, 도대체 ABS 챌린지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일까.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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