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9개 법률에 1만7300개 처벌대상... "전과자 양산" "벌금이 형벌 대신 안돼"

파이낸셜뉴스       2026.04.15 18:12   수정 : 2026.04.15 18:12기사원문
'형사법 대개편' 찬반 팽팽

정부가 추진하는 '형사법 전면 재개편'을 놓고 전과자 양산을 막을 수 있는 결단이라는 찬성과 자칫 금권이 형벌을 대신할 것이라는 사법 불평등 우려가 법조계에서 맞서고 있다.

15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이 전날 국무회의에서 밝힌 재개편은 현재 형법과 각종 특별법이 규정하고 있는 형벌 조항이 다른 국가에 비해 과도하게 많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이 같은 조항이 국민 중 전과자 비율을 높이고 경제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논리다.

지난해 12월 형사법개정특별위원회가 출범하면서 본격 추진되기 시작했다.

현재 형사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형벌 규정 법률은 1069개로 집계된다. 250여개인 독일에 비해 4배 이상이다. 처벌 대상 행위를 규정하고 있는 숫자는 1만7300여개에 달한다.

김재윤 국회예산정책처 서기관은 지난 2019년 논문에서 지난 1985년 5월부터 2016년 5월까지 31년간 형벌규정 중 자유형은 연평균 2.3%, 벌금형은 2.8%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증가하는 범죄 유형과 수에 따라 새로운 법을 제정하면서 형벌규정도 같이 추가된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법경제학회 회장인 김두얼 명지대 교수는 "인구의 30% 정도가 전과자로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상당수가 예비군법 위반 등과 같은 비교적 가벼운 죄"라며 "법의 경종이라는 취지와 상관없이 전과자로 만드는 법이 많은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법조계 역시 대체로 공감했다. 검찰 내부에서도 오랜 기간 제기됐던 사안인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복수 법조계 관계자들은 "검사들도 형벌규정이 너무 많아, 익숙하지 않은 규정일 경우 찾아보곤 한다"며 "오히려 공부하는데 더 신경을 많이 쓴다"고 입을 모았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도 "행정 편의주의로 인한 형벌규정이 넘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질적 처벌인 징역형과 벌금형에서 과징금과 과태료로 처벌의 무게가 이동한다면, '금권' 형태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등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또 다른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결국 돈 많은 부자들에게만 유리한 형법이 될 것"이라며 "부유층은 과태료를 내면 끝나지만, 경제적 약자들은 돈 때문에 전과가 남는 '유전무죄·무전유죄' 현상이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고 예측했다.

행정기관의 비대화는 또 다른 부작용으로 거론된다. 현재 금융감독원 등 정부부처에 있는 특별사법경찰이 1차로 수사를 담당할 수 있다. 만약 과태료나 과징금 중심의 형벌이 우선시될 경우 특사경이 수사와 처분을 모두 움켜쥐는 형태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 축소를 위해 특사경 권한을 확대하는 것이 올바른지 의문이 든다"며 "권한이 더 확대된다면 사건에 대한 판단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형사 통합법'을 해법으로 제시하는 의견도 있다. 형법을 중심으로 형벌을 추가하는 각종 특별법이 있는데, 특별법을 형법으로 구조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또 다른 부장판사 출신의 변호사는 제안했다.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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