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사사구 대참사가 부른 5연패 스노우볼… 조급해진 한화 벤치, '문현빈의 분노'에서 답을 찾아야
파이낸셜뉴스
2026.04.16 12:00
수정 : 2026.04.16 12:04기사원문
안타 하나 없이 내준 9개의 4사구… 대역전패의 지독한 후유증
7점 차에 3이닝 던진 황준서·4일 턴 왕옌청… 벤치의 위험한 조급증
주장 채은성의 수비 불안... KIA·롯데식 '충격 요법' 절실
헬멧 패대기친 문현빈의 투쟁심, 아직 독수리의 불꽃은 꺼지지 않았다
[파이낸셜뉴스] 야구는 흐름과 심리의 스포츠다. 다 이긴 경기를 어처구니없는 방식으로 내준 충격은 단 하루 만에 사라지지 않는다.
지난 14일, 8회와 9회에만 안타 하나 없이 무려 9개의 사사구를 헌납하며 5-0 리드를 날려버린 '18사사구 불명예 신기록'의 여파는 15일 경기까지 고스란히 이어졌다.
15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맞대결에서 한화의 믿었던 1선발 윌켈 에르난데스는 불과 ⅓이닝 만에 7피안타 7실점이라는 충격적인 난타를 당하며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는 단순한 선발 투수의 컨디션 난조가 아니다.
전날 불펜의 대방화로 인한 팀 전체의 멘탈 붕괴와 무거워진 더그아웃 공기가 낳은 전형적인 스노우볼이다.
작년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KIA 타이거즈가 광주에서 다 이긴 경기를 대역전패당한 뒤 한동안 심각한 연패의 늪에서 허덕였던 것처럼, 9회 충격의 역전패는 팀을 깊은 수렁으로 끌고 들어가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더 큰 문제는 연패를 끊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짓눌린 벤치의 조급한 운영이다.
15일 경기 초반부터 1-7로 크게 점수 차가 벌어지며 사실상 승기가 넘어간 상황이었음에도, 한화 벤치는 귀중한 좌완 자원인 황준서를 올려 무려 3이닝이나 소화하게 했다.
여기에 16일 경기 선발로는 왕옌청을 예고했다. 첫 4일 휴식 턴으로 선발 마운드에 오르게 되는 것이다.
가라앉은 분위기를 수습하고 호흡을 가다듬어야 할 시점에, 벤치가 먼저 여유를 잃고 투수진의 루틴을 흔드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다. 이러한 무리수는 자칫 불펜의 과부하와 선발진의 연쇄 붕괴를 초래할 수 있는 위험한 도박이다.
수비에서도 균열이 감지된다. 이런 상황일수록 팀에 가장 중심이 되어야할 주장 채은성이 그라운드에서 잇따라 아쉬운 플레이를 노출하며 내야의 안정감을 떨어뜨리고 있다.
분위기 쇄신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럴 때일수록 엔트리에 역동적인 변화를 주어 선수단 전체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어야 한다.
최근 마운드 붕괴로 대량 실점을 반복하며 7연패의 늪에 빠진 롯데 자이언츠는 과감하게 주전 포수를 교체하는 강수로 마운드 안정을 되찾았다. 당시 손성빈의 타율은 고작 1할대에 불과했다. 앞서 언급한 KIA 역시 극심한 부진에 빠졌을 때, 마무리 정해영을 과감히 1군에서 말소시키는 충격 요법을 썼다.
대신 김범수, 성영탁, 박상준, 박재현, 홍건희, 이태양 등 새로운 얼굴과 베테랑들을 대거 핵심 위치에 집어넣으며 극적인 반등을 이뤄냈다.
서산 2군 구장에는 1군 무대를 간절히 기다리는 재능 있는 젊은 피들이 수두룩하다. 한화 역시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는 과감한 수혈이 필요한 타이밍이다.
한화는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 5연패의 수렁에 빠졌지만, 승패 마진은 여전히 극복 가능한 -3 수준이다. 무엇보다 선수들의 승리를 향한 투쟁심이 살아있다는 것이 가장 큰 희망이다.
15일 경기 6회말, 5-11로 뒤진 2사 1, 2루 찬스. 최근 타격감이 매서운 문현빈이 받아친 날카로운 타구가 삼성 유격수 이재현의 호수비에 걸려 아웃됐다.
1루를 밟은 문현빈은 자신의 헬멧을 허벅지에 강하게 내리치며 격렬한 아쉬움을 토해냈다.
그 패대기쳐진 헬멧이야말로 지금 한화 선수단 내부에 승리를 향한 에너지가 얼마나 끓어오르고 있는지를 증명하는 징표다.
벤치가 조급함을 버리고 차가운 머리로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어 준다면, 문현빈의 그 뜨거운 분노는 연패를 끊어낼 가장 강력한 기폭제가 될 것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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