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도면 정해영-전상현 돌아와도"… 사사구 '0' 새 마무리 성영탁의 안정감이 장난이 아니다

파이낸셜뉴스       2026.04.17 06:00   수정 : 2026.04.17 06:00기사원문
15일 만루 위기 극복→16일 12구 1이닝 삭제… 연투도 끄떡없는 스무 살 강심장
8.1이닝 방어율 1.08에 '볼넷 0'의 기적… 고의사구 1개 뺀 무사사구 피칭
정해영, 전상현 돌아와도.... 9회의 성영탁, 점점 더 굳건해지는 믿음



[파이낸셜뉴스] 위기는 누군가에게는 절망이지만, 준비된 자에게는 완벽한 기회다.

KIA 타이거즈의 뒷문을 굳게 지키던 정해영의 부진과 전상현의 이탈이라는 거대한 위기 속에서, 그 기회를 완벽하게 움켜쥔 스무 살 영건이 있다.

볼넷이라는 단어를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린 무자비한 '싸움닭', 성영탁이 그 주인공이다.

이범호 감독의 성영탁을 향한 신뢰는 이제 굳건함을 넘어 상당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지난 15일 키움전, 7-5의 살얼음판 리드를 지키기 위해 9회 마운드에 오른 성영탁은 2사 만루의 피 말리는 위기를 허용했지만, 끝내 흔들리지 않고 무실점으로 경기를 매조지었다.

이범호 감독은 2사 23루에서 김건희의 자동고의사구를 지시했다. 만루에서도 성영탁이라면 믿고 맡길 수 있다는 제구에 대한 믿음이 드러난 작전이고 지시였다.



놀라운 것은 그다음 날이었다. 16일 키움전은 KIA가 5-1로 넉넉하게 앞선 상황이라 벤치가 성영탁에게 휴식을 부여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9회초 챔피언스필드 마운드에 호출된 이름은 또다시 성영탁이었다. 이틀 연속 등판이라는 부담감 따위는 없었다. 그는 단 12개의 공으로 키움 타선을 가볍게 억누르며 1이닝을 완벽하게 '순삭'해버렸다. 이미 지난 한화전에서 1.2이닝 터프 세이브를 기록했던 그는, 연투 능력과 위기관리 능력을 모두 증명하며 호랑이 군단의 확실한 '수호신'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기록을 살펴보면 입이 더 떡 벌어진다.

16일 현재 올 시즌 8.1이닝을 소화하며 기록한 평균자책점은 불과 1.08. 무엇보다 KIA 팬들을 열광하게 만드는 가장 아름다운 기록은 바로 사사구 '0'이다. 15일 경기에서 벤치의 지시로 내보낸 자동고의사구 1개를 제외하면, 성영탁은 타자와의 승부를 피하다 스스로 볼넷을 내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스스로 무너지지 않는 투수가 구속까지 끌어올렸으니 금상첨화다. 고교 시절 핀포인트 제구력과 예리한 슬라이더로 타자들을 요리했던 그는 프로 입단 후 투심을 장착하더니, 이제는 포심 패스트볼 구속을 148km까지 가볍게 찍어 누르고 있다.

148km의 묵직한 공이 볼넷의 두려움 없이 타자의 몸쪽을 과감하게 파고드니 상대 타자들은 타이밍을 잡지 못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쯤 되니, 행복한 고민이 시작된다.

현재 KIA 벤치와 프런트는 퓨처스리그에 내려간 기존 마무리 정해영의 구위를 되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언젠가는 부상 중인 전상현도 건강하게 마운드로 돌아올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들이 1군에 복귀한다고 해서, 지금 미친 퍼포먼스를 뿜어내고 있는 성영탁의 마무리 자리를 쉽게 빼앗을 수 있을까.

물론, 최종 해답은 이범호 감독의 머릿속에 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KIA가 점점 더 성영탁의 9회에 익숙해져 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절대 권력이 사라진 불펜에서 피어오른 이 치열하고도 눈부신 '마무리 경쟁'이 KIA 타이거즈의 마운드를 단단하게 담금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느덧 7연승이다. 스무 살 강심장의 반란이 호랑이 군단에 뜨거운 기운을 불어넣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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