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달러 쇼핑에 경상흑자 '무색'…한은 "원화 절하 80%, 해외투자 영향"
뉴스1
2026.04.17 06:01
수정 : 2026.04.17 06:01기사원문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경상수지 흑자가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는데도 달러·원 환율은 계속 오르는 이유가 서학개미로 대표되는 국내 거주자의 해외투자 급증 때문이라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원화 절하 원인의 80% 이상이 수출 실적이 아닌 자본유출에서 비롯됐다는 진단이다.
한은 국제국 국제금융연구팀의 김지현·김민 과장은 17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BOK 이슈노트: 우리나라 대외부문의 구조적 변화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수출 잘 돼도 원화값 뚝…원인 80%는 '해외투자 급증'
한은은 이 현상을 세 가지 대외부문 구조 변화로 설명했다.
우선 우리나라는 2014년 3분기 중 순대외채무국에서 순대외자산국으로 전환됐다. 지난해 말 기준 순대외자산은 9042억 달러에 달한다.
여기에 해외자산 축적의 주체가 공공부문에서 민간으로 이동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외환보유액 중심의 자산 축적에서 포트폴리오 투자 중심으로 전환됐으며, 2025년 기준 전체 대외자산 중 증권투자 비중은 44.1%에 달한다.
아울러 대외 증권투자 중 미국 자산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다. 우리나라의 전체 대외 증권투자 중 63.4%, 주식투자 중 67.7%가 미국에 집중돼 있다. 이는 선진국 평균(전체 25.3%, 주식 29.5%)에 비해 현저히 높은 수준이다.
이에 더해 급속한 인구구조 고령화로 인한 가계 순저축률의 추세적 상승도 구조적 요인으로 꼽혔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는 2000~2010년 평균 1.5%에서 2011~2025년 4.3%로 확대됐고, 같은 기간 가계 순저축률도 2.4%에서 6.1%로 상승했다.
'서학개미' 미국 주식 열풍에 고령화까지…환율 상승 구조적 고착화
한은은 경상수지와 환율 간 관계를 유발하는 충격을 '상품충격'과 '금융충격'으로 나눠 분석했다. 수출 경쟁력 제고와 순수출 확대로 원화 절상을 유발하는 상품충격과 달리, 민간의 해외자산 선호 확대처럼 자본유출을 수반하는 금융충격은 경상수지 확대와 동시에 원화 절하를 유발한다.
분석 결과, 2015년 이후 원화 절하를 동반하는 자본유출형 충격의 발생 빈도는 21.4%에서 34.9%로 확대된 반면, 원화 절상을 동반하는 자본유입형 충격의 빈도는 35.7%에서 18.6%로 축소됐다.
실질환율 변동 요인을 분해한 결과 2000년 이후 달러·원 실질환율은 19% 올랐다. 이 중 80% 이상은 수출 호조가 아니라 해외투자 급증과 고령화에 따른 저축 증가에서 비롯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20년 이후에는 서학개미로 대표되는 거주자의 해외 주식 투자 급증이 달러자산 수요를 빠르게 확대시키면서 환율 상승의 주된 요인으로 부상했다.
韓 환율 민감도 美·日보다 높아…"WGBI 편입 등 자본유입 기반 닦아야"
우리나라의 환율 민감도가 주요 선진국보다 높다는 점도 확인됐다. 자본유출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경상수지가 GDP 대비 1%p 늘어날 때 달러·원 실질환율은 0.65%p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조건에서 일본은 0.38%p, 미국은 0.07%p에 그쳤다. 외환시장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아 동일한 자본유출 충격에도 원화가 더 크게 흔들리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보고서를 집필한 김지현 과장은 백브리핑에서 "단순히 수출이 잘 된다고 원화 가치가 올라갈 것이라는 1대1 매치가 어려워지는 상황이 됐다"며 "경상수지가 좋아졌을 때 어떤 원인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봐야 환율에 대한 함의를 끌어낼 수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단기적으로는 외환시장 수급 불균형 완화를 위한 정책 대응이 필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외환시장 심도 제고를 위한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세계국채지수(WGBI)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통한 자본유입 기반 확충과 투자자 다변화가 환율 변동성을 완충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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