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세 번의 성공'···보험금 12억 타낸 내부자
파이낸셜뉴스
2026.04.18 05:00
수정 : 2026.04.18 05:00기사원문
보험사 직원, 계약자들과 짜고 사고 조작
과실로 무단횡단자 충격한 것으로 설계
검찰 공소장, 병원 진단서 및 수술기록지 꾸며
이 방식으로 2년여간 보험금 총 12억원 타내
재판선 "실무자일 뿐이니 과실상계 필요" 주장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둔탁한 충격이 느껴졌다. 아, 그런데 이상했다. 한 명의 느낌이 아니었다. 그와 친구로 보이는 다른 남자도 같이 무단횡단을 했는데 역시 같이 들이받았다.
각각 '16간의 치료를 요하는 우측 개방성 경골 몸통 골절상', '24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우측 고관절 절구의 골절상'. 그가 받아든 2개의 진단서였다.
인물·사고 조작..서류는 위조
그럴 듯하다. 있을 법 하지만 이 모든 건 B씨가 조작한 사건이다. 아예 없던 일이라는 뜻이다. 그는 한 보험사 지역 손해사정센터에서 근무하던 직원으로, A씨와 짜고 그를 보험 상품에 들도록 했다. 내부자였던 터라 더욱 정교하게 꾸몄다.
인물을 설정하고, 교통사고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경찰서 명의 교통사고사실확인원, 검찰청 소속 검사 명의 공소장, 대학병원 진단서 및 수술기록지, 공제조합이 발행한 보상처리확인서 등을 꼼꼼하게 챙겼다. 모두 위조한 서류였지만 보험사는 이를 걸러내지 못하고 그대로 보험금을 지급했다.
두 달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9차례에 걸쳐 4억원가량을 받아냈다. 이 같은 범죄행위가 발각되지 않자 B씨는 2년 뒤 또 다시 범행을 계획했다.
A씨 때와 유사한 수법으로 C씨, D씨와도 보험계약을 맺었다. 역시 무단횡단 하는 인물 2명을 가상으로 만들어내고, 각각 16주짜리 치료를 받아야 되는 골절상을 진단받은 것으로 만들었다. 이번에도 관련 서류는 면밀하게 챙겼다. 이전보다 과감하게 6억6000만원 정도를 편취했다.
B씨의 욕심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두 번이나 성공하니 오히려 자신감이 붙었다. 한달 만에 다시 설계를 시작했다. 이번에도 문제없이 2억원을 받아냈다. 이렇게 B씨 등이 수령한 보험금은 총 12억원이 훌쩍 넘었다.
징역 3년에 10억 배상 판결
하지만 꼬리가 길면 밟힐 수밖에 없다. 비슷한 사고와 그에 따른 진단이 반복되자 보험사는 실사에 나섰고 결국 모두 거짓이었음을 적발했다. 결국 기소돼 마지막 보험금을 받아낸 시점으로부터 6개월 뒤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원고인 보험사는 이와 별도로 B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걸었다. 재판부도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피고인 B씨 지인과 A씨, C씨, D씨로부터 약 2억원을 변제받았으므로 10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B씨는 자신이 실무자였을 뿐 보험금 지급 관련 최종결재권자 아니었기 때문에 보험사 역시 관리·감독 소홀의 과실이 있으므로 과실상계(채권자나 피해자 과실이 인정될 때는 배상액 산정 시 이를 참작해야 하는 제도)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고의적 불법행위가 영득행위에 해당하는 경우 과실상계와 같은 책임의 제한을 인정하게 되면 가해자로 하여금 불법행위로 인한 이익을 최종 보유하게 해 공평의 이념이나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에 반하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이를 허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거짓을 청구하다]는 보험사기로 드러난 사건들을 파헤칩니다. 금욕에 눈멀어 생명을 해치고 '거짓을 청구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매주 토요일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이 기사를 편하게 받아보시려면 기자 페이지를 구독해 주세요.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