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필리핀 루손에 첨단 산업 단지 조성... 중국 공급망 견제

파이낸셜뉴스       2026.04.17 13:39   수정 : 2026.04.17 13:3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공급망을 줄이기 위해 대규모 첨단 산업 허브를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이번 허브는 세계 최초로 해외 현지에서 미국 실정법을 적용받고 외교적 면책 특권이 부여되는 '특별 경제 구역'으로 운영될 예정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제이컵 헬버그 미국 국무부 경제차관은 필리핀 루손섬 내 1619㏊ 부지에 인공지능(AI) 기반의 첨단 제조 허브를 건설하는 계약을 체결했으며 중국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합의의 가장 파격적인 대목은 법적 지위다. 해당 부지는 필리핀 정부가 미국에 무상으로 제공하며, 이곳에서 운영되는 공장과 시설들은 미국 대사관에 준하는 외교적 면책 특권을 누리게 된다. 또한 분쟁 발생 시 필리핀법이 아닌 미국 보통법의 적용을 받는다. 임대 기간은 2년 단위로 갱신되며 최대 99년까지 연장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필리핀 첨단산업 단지는 국방 및 핵심 산업 분야에서 중국의 자원 무기화에 대응하기 위한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전략이다. 최근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며 보복에 나서자, 미국 제조 업체를 보호하기 위한 실질적인 우회로를 만든 것이다.

헬버그 차관은 인터뷰에서 "적대국이 내일 당장 공급을 끊을 수 있는 광물과 가공 재료에 의존한다면 오하이오주에서는 그 무엇도 생산할 수 없다"며 고 말했다.

필리핀은 세계 2위의 니켈 생산국이자 구리, 코발트 등 핵심 광물 부국이다. 미국 정부는 이곳에 고도로 자동화된 공장을 세워 현지 광물을 즉각 가공·생산하고, 이를 미국 본토 제조 공정으로 연결하는 공급망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일부 미국 제조업체들은 중국의 공급망으로부터 디커플링을 위해 루손에 공장을 이미 설립해 낮은 비용과 동남아 협력업체들의 벤처 자본 투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이번 합의는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군사적 압박에 직면한 필리핀과의 경제·정치적 결속을 심화시키는 의미도 크다.

필리핀은 지난해 12월 미국이 발표한 AI 공급망 연합체인 '팍스 실리카(Pax Silica)'의 새로운 회원국이 됐으며 기존 미·일·필리핀 3국의 '루손 경제 회랑' 계획과도 연계될 전망이다.

미국 정부는 조만간 민간 기업들을 대상으로 허브 입주 제안서를 공모할 예정이며 중국 공급망 탈피 기여도가 높은 기업에 우선권이 줄 예정이다.

투자는 정부 예산이 아닌 순수 민간 자본으로 이루어진다고 저널은 전했다.

이 계획이 알려지자 중국 측은 즉각 반발했다.


워싱턴 주재 중국 대사관 리우펑위 대변인은 "중국은 국제 무역 질서를 교란하는 특정 국가의 배타적인 무역 블록 형성에 반대한다"며 "중국은 글로벌 산업 및 공급망 안정을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이번 발표는 다음달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나와, 향후 미중 무역 갈등의 새로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가공의 90%, 리튬 이온 배터리 생산의 70%를 점유하고 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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