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보증금으로 집을 샀다고?" 400채 무자본 갭투자

파이낸셜뉴스       2026.04.20 07:24   수정 : 2026.04.20 11:05기사원문
보증금 반환할 의사도, 능력도 없는 상황
'동시진행 거래 방식'으로 신축 빌라 매수
매매 불가한 빌라들…현금화도 불가
보증금 '돌려막기' 남발

[파이낸셜뉴스] "전세보증금은 1억3900만원, 전세기간은 2019년 1월 31일부터 2021년 1월 31일까지예요."

임차인 A씨는 지난 2018년 12월 한 공인중개사무소에서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조건은 다음과 같았다. 전 소유자이자 매도인인 B씨가 A씨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A씨가 지급하는 전세보증금으로 주택임대사업자 C씨의 매매대금을 지급하고 C씨는 기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반환해 주는 방식으로 빌라를 보유한다는 것이었다.

A씨는 C씨에게 전세보증금 합계 1억3900만원을 송금했다.

그러나 알고 보니 C씨는 A씨에게 보증금을 반환할 의사도, 능력도 없었다. 신축 빌라를 분양받으며 자기자본은 전혀 없이 매도인의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를 승계하거나 매매계약 전후로 새로운 임대차계약을 체결해 임대차보증금을 통해 매매대금을 지급하는, 이른바 '동시진행 거래 방식'으로 신축 빌라 등을 매수하는 임대사업자였다. 임대차계약기간이 만료된 속칭 '돌려막기' 방식으로 새로운 임차인으로부터 임대차보증금을 받아 기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반환해 주는 방식으로 빌라를 보유할 계획이었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C씨는 지난 2017년 4월부터 신축빌라 약 400채를 집중적으로 매수했는데 이로 인한 임대차보증금만 약 1000억원이었다. 임대차 만기일이 도래한다면 수백억원의 임대차보증금 상환이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C씨가 매입한 빌라들은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일정 기간 매매를 할 수 없어 이를 현금화할 수도 없었다. C씨는 특별한 사업관리계획도 없이 막연히 빌라의 임대차 시세가 계속 상승할 것이라 기대하면서 새로운 임차인으로부터 지급받는 보증금으로 기존 임차인의 보증금을 이른바 '돌려막기'할 계획만 가지고 있었다.

재판 과정에서 C씨는 피해자들에게 보증금을 반환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기망행위 도는 기망의 고의가 없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이어갔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른바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주택 수백채를 매수했거나 매수할 계획이었던 점, 전세가격은 부동산 시장 전반의 상황에 따라 전체적으로 변동되는 경향이 크고 각각의 주택별로 전세 가격이 증감이 달라지는 경향은 적기에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취득하는 주택 수가 늘어날수록 위험이 분산되는 게 아니라 증폭된다는 점, 계약 당시 종합부동산세 강화 등 정부 규제가 시행되고 있었고 피고인도 이를 인지하고 있었던 점, 그럼에도 피고인에게 부동산 가격 하락에 대한 대책은 전혀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한 결과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14단독(강경묵 판사)은 지난 1월 13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C씨(53)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범행의 경위와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판시했다. jyseo@fnnews.com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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