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현대 다녔지만… 남은 건 '회사'가 아니라 '일의 기준'

파이낸셜뉴스       2026.04.20 16:19   수정 : 2026.04.20 16:1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삼성·LG·현대에서 배운 것은 결국 '회사'가 아니라 '일의 본질'이었습니다."

최근 신간 '그렇게 일을 배웠고, 그렇게 일을 마쳤다'를 출간한 저자 박만수는 현재 조직에 몸담고 있는 40~50대 직장인과 커리어 전환을 고민하는 독자를 위해 자신의 경험을 공유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삼성·LG·현대를 거치며 쌓아온 한 임원의 일과 삶의 기준을 이 책에 담았다.

화려한 이력이나 성공 공식 대신, 조직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일해왔는지에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다. 그는 "회사를 떠난 뒤에도 남는 것은 직함이 아니라, 어떻게 일해왔는가에 대한 기억과 평판"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저자와 일문일답.

―'삼성·LG·현대를 다니며 깨달은 것들'이라는 부제가 인상적이다. 이렇게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대기업에서만 근무한 분들도 많겠지만, 거기에서 느꼈던 것을 책으로 만든 경우는 드물다. 세 회사를 거치며 얻은 통찰을 책으로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는 무엇인가.

▲특정 회사에 대한 경험담을 쓸 의도는 없었다. 오히려 큰 조직 안에서 일을 해오면서 내 안에 끝까지 남은 것이 무엇인지를 돌아보고 싶었다. 일을 통해 운이 좋게도 과분한 분들을 만났고, 보석 같은 깨달음도 얻었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이 흐르는 시간 속에 흩어지는 것이 안타까웠다. 기억을 잡을 수 없다면 활자로라도 어딘가에 붙잡아 두고 싶었다.

처음에는 내 삶을 돌아보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책의 가제도 '룩백(Look Back)'이었다. 하지만 그 생각이 내 안에만 머문 시선이었다는 것을 금세 알게 됐다. 내 경험을 자신의 경험에, 내 고민을 자신의 고민에 비추어 공감해 주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글이라는 것이 쓰는 사람의 것이기도 하지만 읽는 사람의 것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책은 대기업의 내부를 소개하는 책도 아니고, 성공 공식만을 말하는 자기계발서도 아니다. 오히려 세 회사를 거치며 얻은 '일의 기준'을 정리한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혼자만의 기준이 아니라, 저마다의 치열한 싸움을 견디고 있는 독자들이 공감하고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이 되기를 바랐다.





―이미 온라인 글을 통해 많은 공감을 받아왔다. 경험과 관련한 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풀리는 점이 인상적이다. 독자들이 이번 책을 읽으며 눈여겨봐야 할 것은 무엇인가. 또 이 책은 누구를 위해 쓴 것인가.

▲경험과 느낌을 끄적이는 습관이 있었다. 뭔가 떠오르면 적어두고, 그것들이 쌓이면 돌아보며 서로 연결해 보곤 했다. 그렇게 쌓인 메모들이 기억을 도왔고, 생생한 경험을 끄집어내 글로 옮길 수 있었다.

브런치스토리나 링크드인 등에 쓴 글들은 겉으로 보면 각기 다른 주제를 다루고 있다. 어떤 글은 혁신을 말하고, 어떤 글은 조직과 리더십을, 또 다른 글은 커리어와 삶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 밑바닥에는 늘 같은 질문이 있었다. 결국 '일의 본질'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이다. 독자들이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눈여겨봤으면 하는 것은 '어디에서 일했는가'보다 '어떻게 일했는가'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좋은 대학, 좋은 직장에 많은 기준이 맞춰져 있다. 그 기준으로만 보면 삼성·LG·현대를 다닌 사람은 자연스럽게 좋은 커리어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좋은 커리어를 만드는 것은 회사의 이름이 아니라, 일의 본질을 고민하는 태도와 자신만의 판단 기준을 갖는 습관이었다. 그 기준들이야말로 회사를 뛰어넘어 내면에 끝까지 남는 진짜 자산이라고 생각했다.

책을 쓰며 가장 먼저 떠올린 독자는 후배 직장인들이었다. 이제 일을 막 시작한 사람, 열심히는 하지만 방향이 흔들리는 사람, 조직에서 책임이 커질수록 오히려 혼란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닿기를 바랐다. 실제로 주변의 한 후배를 떠올리며, 글을 쓸 때마다 그를 앞에 앉혀 두고 설명한다는 마음으로 썼다. 그러자 '너무 뻔하지 않을까'라는 자기 검열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이 책은 동시에 나 자신과 아이들에게 건네는 말이기도 하다. 그때 누군가 이런 이야기를 해줬다면 조금은 덜 흔들리며 일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도 담았다.

―글이 책이 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고, 어떤 과정을 거쳤나.

▲가장 어려웠던 것은 글을 더하는 일보다 덜어내는 일이었다. 브런치스토리의 글은 한 편 한 편이 독립적으로 읽힌다. 하지만 책은 달랐다. 각 글이 개별적으로 살아 있으면서도 전체적으로 하나의 호흡을 만들어야 했다. 브런치에서는 날카롭게 읽히던 문장이 책에서는 튀기도 했고, 세부 묘사가 오히려 흐름을 끊기도 했다. 그래서 과감히 덜어냈다. 이미 쓴 것을 버리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결국 욕심을 덜어내는 과정이었다.

또 하나 어려웠던 것은 솔직함의 수위를 정하는 일이었다. 너무 매끈하면 현실과 멀어지고, 지나치게 비판적이면 공감이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 사이의 균형을 찾는 데 많은 시간이 들었다.

출간 과정도 순탄하지 않았다. 78개 출판사에 투고했고, 39개 거절, 36개 무응답, 3개 긍정 회신을 받았다. 그중 가장 먼저 손을 내밀어 준 출판사와 함께 작업을 진행했다. 표지 디자인도 직접 맡았다. 유튜브로 프로그램을 배워가며 작업했고, 결국 가장 단순한 디자인을 선택했다. 연분홍 바탕에 회사원의 뒷모습을 그린 이미지가 책의 메시지와 가장 닮아 있다고 생각했다.

―대기업을 준비하거나 이직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좋은 회사에 다니는 것과 좋은 커리어를 만드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좋은 회사는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커리어가 완성되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그 안에서 어떻게 일하느냐다.

커리어를 만드는 것은 회사 이름이 아니라 태도와 판단의 힘이다. 회사 이름은 이력서에 남지만, 일하는 방식은 사람 안에 남는다.

후배들에게는 너무 빨리 정답을 배우려 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스스로 본질을 고민하고 자기 언어로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또 회사와 인생을 동일시하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는 하루의 많은 시간을 회사에 쓰고 있고, 그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 오늘의 시간이 쌓여 인생이 된다.

―책에 담긴 경험 중 하나를 꼽는다면.

▲'기회는 악마의 얼굴을 하고 찾아온다'는 이야기다.

큰 부상으로 모든 것이 멈췄던 시기가 있었다. 당시에는 불안했지만, 멈추고 나서야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가족과 일상의 소중함이었다.

결국 그 멈춤은 상실이 아니라 전환점이었다. 위기를 단순한 상실로 보지 않고 그 안에서 기회를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이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나.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읽고 바로 덮이는 책이 아니라, 일하다가 한 번씩 다시 펼쳐보는 책이 되었으면 한다.

성과를 높이는 기술서가 아니라, 흔들릴 때 돌아볼 기준이 되는 책이면 좋겠다. 앞으로도 계속 일하고, 계속 쓰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소설에도 도전해 보고 싶다.

인생은 계획대로만 흘러가지 않지만,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다양한 경험을 하며 풍성하게 나누고 싶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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