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정책만으로 물가 안정·성장 어려워… 구조개혁 필수"
파이낸셜뉴스
2026.04.20 18:23
수정 : 2026.04.20 18:23기사원문
떠나는 이창용 한은 총재
가계부채 비율 하향 성과
국제기구와 소통창구 확대
시장 불확실성 해소 기여
신현송 신임 총재 21일 취임
청문보고서 여야 합의 채택
'전통적 중앙은행 역할에 머무르지 않겠다'는 이 총재의 신념은 임기 내내 실현됐다. 거시건전성 측면의 대응에서 잘 나타난다. 긴축적 금리 정책에 더해 컨퍼런스 등을 통해 이 문제를 공론화하고, 해결방안을 찾으려는 시도는 과거 어느 총재와도 구별되는 색채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2022년 2·4분기 말 98.0%에서 지난해 말 88.6%까지 하향되는 성과도 나타났다.
'커뮤니케이션' 확대는 한은 안팎에서 인정하는 성과다. 대외적으론 '3개월 포워드 가이던스(조건부 기준금리 전망)' 도입 이후 올해 2월 이를 '6개월 점도표'로 발전시킨 것이 대표적이다.
한은 내부도 차츰 바뀌었다. 고고한 주제와 정제된 문장만 담겼던 보고서에 생기가 돌았다. 관심사를 금리와 물가에 가두지 않고 경제 체질 자체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구조개혁 시리즈'를 내놨다. 저출생·고령화, 지역균형발전, 교육개혁 등 낯선 주제들을 연이어 던졌다. '시끄러운 한은' 공약은 지킨 셈이다.
이 총재는 '상시 위기'로 4년 내내 숨이 가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글로벌 인플레이션, 레고랜드 사태에 따른 자금조달 시장의 경색, 비상계엄과 연이은 미국 관세정책으로 인한 경제 불안을 거쳐 최근 중동 사태까지 쉴 틈이 없었다.
하지만 이 총재는 관망하지 않았다. 적막했던 한은은 오히려 투사가 됐다. 위기 때마다 그의 정책적 대처가 적절했는지를 두고는 평가가 갈리지만 '구원투수'를 자처하며 논의의 장으로 발을 들인 적극성만큼은 시장 불확실성 해소에 기여한 것으로 인정받는다. 시장에선 이 총재의 4년을 성공과 실패로 가르기보다 중앙은행이 불확실성의 시대에 어느 선까지 말하고 행동하는 게 적절한지 시험하는 시간이었다고 본다.
본업인 통화정책에서 '실기(失期)'했다는 비판도 있으나 '신중한 원칙주의자'가 그에 대한 대체적 평이다. 이 총재는 2022년 4월 취임 이후 그해 5월부터 이달까지 총 32차례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했다. 시작은 과감했다. 취임 첫해 6월 전년 동기 대비 6.3% 상승률을 보인 소비자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한은 역사상 첫 빅스텝(0.50%p 인상)을 밟았다.
하지만 자이언트스텝(0.75%p)과 빅스텝을 번갈아 밟아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속도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 총재 임기 중 있었던 6차례 금리 인상 가운데 5차례가 2022년에 단행됐으나 한미 금리역전은 피할 수 없었다.
금리 인하 시점을 두고도 때를 놓쳤다는 지적이 있다. 앞선 긴축의 폭이 충분치 않아서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총재는 "물가만 보는 게 아니라 금융 안정, 환율 등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고 짚었다.
환율은 끝내 풀지 못한 숙제로 남았다. 이 총재도 중동 사태가 진행 중이지만 안정을 이루지 못하고 떠나는 데 아쉬움을 표시했다. 신현송 후보자가 총재가 되면 가장 앞단에 두고 해결해야 할 사항이기도 하다.
한편 국회 인사청문 경과보고서가 이날 여야 합의로 채택됨에 따라 신 후보자는 대통령 임명 재가를 받은 뒤 21일 취임할 전망이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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