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위성망 정책 속도내야
파이낸셜뉴스
2026.04.20 19:07
수정 : 2026.04.20 19:57기사원문
그러나 이러한 흐름과 비교하면 국내의 대응은 여전히 더딘 상황이다. 위성 인터넷은 비행기와 해상 등 기존 지상망이 닿기 어려운 영역까지 연결할 수 있으며, 국경의 제약을 받지 않는 글로벌망이라는 점에서 기존 통신 인프라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2030년까지 저궤도 위성 2기를 발사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산업 전반의 대응 또한 제한적이다.
이 변화의 본질은 단순한 기술 진보가 아니라 네트워크 구조의 전환에 있다. 기존 인터넷은 국가 단위의 로컬망과 이를 연결하는 글로벌망의 이중구조로 이루어져 있으며, 고객과의 물리적 접점은 로컬 통신사가 담당해왔다. 따라서 플랫폼 사업자 역시 이용자에게 도달하기 위해서는 이 라스트마일을 우회할 수 없는 구조였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의 분쟁은 바로 이 라스트마일 이용대가를 둘러싼 갈등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와 유사한 구조는 이미 다른 영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국내에서는 통신사가 인프라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구글, 애플, 아마존과 같은 플랫폼 기업이 부가가치를 가져간다. 데이터는 국내에서 생성되지만 가치의 상당 부분은 해외로 이전되는 구조다. 위성통신이 확산될 경우 이러한 흐름은 네트워크 계층까지 확대되며, 국내 통신사의 입지는 더욱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과거 방송 정책이 글로벌 사업자의 영향력 확대와 함께 실효성이 약화된 것처럼, 글로벌 위성망 사업자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기존 통신 정책의 효과 역시 점차 제한될 것이다.
정부는 위성망 정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국내 단독 위성망 구축에는 한계가 있지만, 소버린 통신망은 경제성이 아닌 안보와 선택권의 문제다. 따라서 전면적 자립보다 선택적 자립이 현실적이며, 군·정부·재난 등 핵심 영역은 독자망과 통제권을 확보하고, 상업 영역은 글로벌 위성망을 병행 활용하는 구조를 고려할 만하다.
통신사업자 역시 단순한 파이프라인 사업자 모델에서 벗어나야 한다. 글로벌 사업자가 고객 접점을 확보하는 구조에서는 트래픽 전달만으로 수익을 유지하기 어렵다. 위성·지상 통합망을 기반으로 기업 전용망, 국방·공공 통신, 해상·항공 연결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클라우드·데이터·인공지능(AI)과 결합한 통합 서비스 제공자로 전환해야 한다. 결국 경쟁력은 망 자체가 아니라 그 위에서 어떤 가치를 만들어내는지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모정훈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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