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의 파안대소

파이낸셜뉴스       2026.04.20 19:07   수정 : 2026.04.20 19:58기사원문
"몰락 위기서 활짝 웃는 장 대표
애가 타는 지지층은 이해 못 해
현재 번영은 보수 공적 맞지만
세상도 변하고 시대도 달라져
기득권 옹호에 집착하지 말고
낮은 곳을 바라보며 혁신해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딱 그 모습이었다. 망국 직전에 파안대소하는 왕. 내일 국권이양 도장을 찍는데 왕은 너털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피눈물이 나는 백성들은 필시 왕이 정상적 정신상태인지 의심할 것이다.

아니면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볼 것이다. 초읽기로 다가오는 보수 궤멸의 위기. 위기가 아니라 몰락이다. 보수의 심장까지 뚫릴 판에 열렬 지지자들은 넋이 나갔다. 만면에 웃음 짓는 모습에 애가 탄다. 밥이 넘어갈까 싶은데, 이해불가다.

제1야당의 폭망은 그 자체로 직무유기다. 그 정도가 아니라 정치의 건강성을 해치는 국력 손괴죄. 거대여당의 폭주에 대한 절반의 책임은 국민의힘에 있다. 정치적 견제력의 완전 상실 책임. 장 대표는 꿈같은 과거 속에 빠져 있다. 꿈이란 미래를 향해야 할진대 지나간 것을 좇으니 몽상에 불과하다.

현재의 광영은 보수의 공적임은 부인하지 못한다. 적화(赤化)의 위기에서 나라를 지켜냈고, 전쟁의 폐허에서 한강의 기적을 창조한 것도 보수다. 그러나 개발 독재라는 정치행태는 압축성장을 위한 적절한 도구였을지 모르나 희생을 강요했다. 희생은 노동자의 몫이었고, 민주화 수십년 동안 강력한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작금의 현실처럼 노조가 나라를 좌우하는 정치적 역전에 이른 것은 일종의 업보다.

나라는 잘살게 됐으나 양극화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겉으론 번드르르해도 속으론 곪았다. 중산층은 무너졌고, 빈부격차는 점점 벌어진다. 고속성장의 부작용이 물밑으로 내려오며 급기야 분출하고 있다. 진보 정파와 노조는 그 틈새를 파고들어 세력을 확장했다. 보수가 설자리는 점점 좁아진다. 이렇게 된 책임의 3분의 2는 보수에 있다.

지금 보수, 국민의힘은 세상의 변화를 읽지 못한다. 잘못을 인식조차 못하고 과거 타령만 하는 불감증. 일종의 확신증이기도 하다. 그러니 무슨 개혁을 논하겠나. 혁신과 탈각(脫却)을 거부하는데 어떻게 민심을 얻겠나. 일부 지지층, 기득권층도 과거의 환상에 젖어 있는 것은 다르지 않다.

기성세대가 눈물 젖은 빵을 먹고 일했던 고통을 같은 세대는 안다. 하지만 아버지의 땀방울을 아들은 잘 알지 못하고, 손자는 본 적도 없다. 기성세대는 고마움을 모르는 세상에 분노한다. 그러면서 나라를 지키고 키운 공을 끝까지 알리고 놓지 않으려 애쓴다. 그것은 수구 꼴통과 권위주의로 집약되어 표출된다.

그 틀의 밖으로 튀어나올 의지가 없어 보이니 더 문제다.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의 기득권 집착으로 읽는다. 시간은 흘렀고 세태는 변했다. 20대가 보수화되었다지만 기득권 옹호에 찬성해서가 아니다. 언제든지 돌아설 수 있다. 젊은 층은 다만 현재의 관점, 자신의 처지에서 판단할 뿐이다.

반면에 기성 진보는 외연을 넓혀가며 저변을 고착적으로 굳히고 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틀려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익을 위해서라면 공정도, 정의도 버린다. 다수의 힘은 불의도 미화시킬 수 있다. 물론 바람직한 풍조가 아니다. 노조가 세습 등의 불공정 행위를 한 지는 오래됐다. 정치화된 노조는 보수도, 진보도 아니다. 단지 진보연(然) 하는 이익집단일 뿐이다.

보수 야당은 그 속에서 진로를 잡아야 한다. 기득권 지킴이 역할을 하는 인상을 바꾸지 않는 한 역전은 어렵다. 경직된 안보관과 색깔론으로 경쟁에서 이기겠다는 건 시대착오다. 부자보다 빈자가 많고 강자보다 약자가 많은 사회가 됐다. 전자를 위해 뛰는 정당이 선거에서 이길 순 없다.

보수도 이제는 한쪽만이 아니라 양쪽을 끌어안아야 한다. 시선을 넓혀 보듬을 줄 알아야 한다. 영국의 보수당 등 다른 나라 보수들도 우리와 비슷한 일을 겪은 바 있다. 빈민 복지, 다문화 지원, 환경 보호 등을 가슴을 열고 받아들여 재기에 성공했다. 한국의 보수 야당도 다시 일어서려면 낮은 곳으로 임해야 한다.

공정과 정의는 변할 수 없는 판단의 잣대다. 남성 청년층이 보수화된 것은 불공정 정치에 분노했기 때문이다. 공정과 정의는 언젠가는 승리한다. 그런 면에서 야당이 여당의 허점을 파고들 여지는 충분히 있다. 바른 생각으로 바른 정책을 편다면 얼마든지 이념적 이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현재 여당의 폭주가 비판받아 마땅하나 그 뿌리는 보수다.
검찰개혁을 왜 국민 다수가 지지하는가. 과거를 반성하면서 야당이 먼저 개혁의 기치를 높이 들 때 국민은 비로소 관심을 보일 것이다. 그러지 못하면 영원히 외면당한다. 철모르는 아이처럼 웃고 있는 장 대표는 되새기기 바란다.

tonio66@fnnews.com 논설실장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