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높이려면
파이낸셜뉴스
2026.04.21 18:59
수정 : 2026.04.21 19:58기사원문
"합계출산율 1.0명 돌파 눈앞
청년층 주거불안 해소 최우선
일·가정 양립 가능하게 하고
돌봄과 보육의 국가책임 강화
교육비도 부담 안되게 낮춰야
결혼·출산 친화적 문화 확산"
출산율 반등은 최근 몇 년간 혼인율이 회복되면서 어느 정도 예상되었던 것이나, 합계출산율 1.0명 돌파가 목전에 왔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이번 출산율 회복은 인구 구조상의 요인이 작용했다. 1990년대 초반 출생한 이른바 '에코세대'가 현재 30대 초반의 핵심 출산 연령층에 진입하면서 출산 잠재력이 높아졌다.
물론 이러한 반등을 곧바로 구조적 전환으로 해석하는 것은 다소 성급하다. 무엇보다 이번 상승에는 기저효과와 인구구조 효과가 크게 작용했다. 에코세대 효과는 향후 2~3년이 지나면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2027년 이후 출산 연령층 자체가 줄어들면서 다시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유일하게 합계출산율이 1명 미만인 나라다. 주거비 부담, 과도한 사교육비, 경력단절 불안, 육아 인프라 부족 같은 결혼과 출산의 부정적 환경이 해소되었다고 볼 수 없다. 이번 출산율 반등의 불씨와 희망을 꺼뜨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출산율 전망은 조심스러운 낙관과 냉정한 현실 인식이 함께 필요하다. 현재 혼인 증가세가 지속되면 올해는 연간 합계출산율이 1.0명 수준까지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구조개혁 없이 단기 현금지원에만 의존한다면 반등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출산율을 1.0명 이상 수준에서 유지하기 위해서는 첫째, 청년의 주거안정이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 청년층은 결혼을 미루는 가장 큰 이유로 주거불안을 꼽는다. 신혼부부 공공분양 확대, 장기 저리 주택대출, 자녀 출산 시 주거비 지원 같은 실질 대책이 필요하다. 수도권 청년층을 대상으로 직장과 가까운 양질의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둘째, 일·가정 양립이 가능하도록 노동시장을 바꿔야 한다. 출산율을 높인 국가들은 공통적으로 여성의 경력단절을 최소화했다. 육아휴직 급여의 실질소득 대체율을 높이고, 남성 육아휴직 의무사용 기간을 확대해야 한다. 중소기업 근로자가 육아휴직을 써도 불이익이 없도록 정부의 대체인력 지원과 임금보전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셋째, 돌봄과 보육의 국가 책임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출산 후 가장 큰 부담은 양육의 일상적 어려움이다. 국공립과 민영 어린이집의 서비스 격차 해소와 초등 돌봄을 확대하고, 야간·주말 돌봄체계도 촘촘히 구축해야 한다. 맞벌이 가정이 안심할 수 있도록 학교와 지역사회 중심의 통합돌봄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아이를 낳는 순간부터 초등학교 졸업까지 부모가 체감할 수 있는 연속 지원이 필요하다.
넷째, 교육비 부담을 낮춰야 한다. 한국의 저출산은 단순히 아이를 낳는 비용보다 키우는 데 드는 비용 불안이 더 큰 문제다. 공교육의 질을 높이고 사교육 의존도를 줄이는 정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지역별 교육격차 해소, 방과후 프로그램 확대, 공공형 학습지원 체계가 필요하다.
다섯째, 결혼·출산 친화적 사회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청년들은 단지 돈이 없어서 출산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가 불안해서 주저한다. 안정적 일자리 확대, 청년소득 기반 강화, 가족친화적 기업문화 확산, 지방의 정주여건 개선이 함께 가야 한다. 또한 세금 등 각종 제도에서 결혼한 신혼부부가 미혼의 두 사람보다 불리한 제도가 없도록 개선해야 한다.
이번 출산율 반등은 분명 희망의 신호다. 그러나 희망은 저절로 지속되지 않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반등의 흐름을 구조적 변화로 연결할 국가적 노력이다. 출산율 1.0명은 단순한 통계 목표가 아니다. 청년이 미래를 포기하지 않고, 아이를 낳아도 삶이 무너지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최소한의 신뢰선이다. 이번 반등을 일시적 반짝 회복으로 끝낼 것인지, 지속 가능한 전환의 출발점으로 만들 것인지는 지금부터의 정책 선택에 달려 있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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