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에도 강군은 필수다
파이낸셜뉴스
2026.04.22 18:05
수정 : 2026.04.22 19:28기사원문
AI 시스템으로 경계병 대체?
이스라엘도 AI 믿다 큰코다쳐
보완재일 뿐, 北 기습시 역부족
북, 전방 요새화에 집속탄 실험
'묻지마 대북 유화정책' 기조로
경계병력 대폭 축소할 때 아냐
심지어 석유 부산물인 나프타 공급 애로로 종량제 쓰레기봉투 품귀를 걱정해야 했으니….
이란전쟁은 한반도 안보지형도 뒤흔들었다. 북한은 지난 6일부터 사흘간 단거리탄도미사일 '화성-11가'(KN-23)를 쏘아댔다. 전자기펄스(EMP)탄·집속탄을 탑재해 한미의 방공망을 겨냥한 시험발사였다. 이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란 사태에서 두 갈래 오도된 결론을 내린 정황으로 보인다. 하나는 핵 무장에 더 박차를 가하겠다는 속셈이다. 핵 보유 전 단계인 우라늄 농축능력만 확보한 이란이 미국의 공격을 받는 걸 보면서다. 다른 하나는 한국을 '볼모' 삼아 이를 피하겠다는 계산이다. 호르무즈해협 인근 산유국들을 인질로 잡은 이란의 전략이 효과를 봤기 때문이다.
AI 기반 과학화 경계시스템 도입 확대는 이론상 가야 할 방향인 건 맞다. 저출생과 병력자원 감소 추세를 감안하면 불가피한 고육책일 수도 있다. 그러나 AI나 로봇으로 경계병력을 대체한다고 하지만, 그 한계도 뚜렷하다. 이란 사태의 전개 과정을 보라. 미국과 이스라엘은 미사일과 공군력 그리고 방공망과 첨단 요격시스템으로 공수 양면에서 이란을 압도했다. 그럼에도 이란의 항복은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이 영토를 점령해 승리의 깃발을 꽂을 지상군을 들여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쓰라린 경험도 우리에게 반면교사다. 2023년 이스라엘은 철책에 초고성능 감지센서를 촘촘히 둘러친 '아이언 월'(iron wall)을 믿고 경계병력 다수를 서안지구로 옮겼다. 이후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기습을 받고 낭패를 당했다. 당시 이스라엘인은 무려 1000명이 넘게 숨졌다. 그러니 "AI가 경계를 보조할 수 있지만, 인간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는 지적이 설득력을 갖게 된다. 센서 오작동 가능성이 상존하는 데다 AI로는 북한군 기습 시 즉각 조치도 불가능한 까닭이다.
더군다나 북한군은 하마스보다 장비·병력 모두 훨씬 윗길이다. 특히 북한은 '적대적 두 국가' 선언 이후 군사분계선(MDL)을 요새화하고 있다. 이런 판국에 우리만 전방 경계병력을 대거 감축하겠다고? 실효성을 엄밀히 따져보지도 않고 과학화 경계시스템으로 경계병력을 성급히 대체하려 해서는 곤란하다. 안보공백만 초래할 게 뻔해서다. 병력자원의 부족은 출산율 감소가 근본 요인이다. 다만 역대 정부가 안보 포퓰리즘에 빠져 복무기간을 과도하게 단축한 탓이 크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AI 기반 감시체계를 맹신하진 말아야 할 이유는 이미 차고 넘친다. 그렇다면 AI시대에 발맞춰 이를 확대해 나가야겠지만 선행 조치가 필수다. 열화상감시장비와 지능형 CCTV 등을 대폭 업그레이드해 GOP 철책을 보강하고, 2선으로 뺀 경계병력을 유사시 재투입할 기동로를 미리 확보해 둬야 한다는 뜻이다.
혹여 첨단 경계시스템 확대 도입이 현 정부의 '묻지마 유화정책'의 연장선상에서 나왔다면 더 큰 문제다. 남북 간 긴장 완화란 명분으로 전방 경계부터 축소하겠다는 뜻이라면 말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일 대북 무인기에 대해 사과했다. 먼저 수없이 남쪽으로 무인기를 보낸 북한의 과거는 묻어 둔 채. 그런데도 북한은 김정은이 참관한 가운데 20일 보란 듯이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 탄두에 대량살상이 가능해 '악마의 무기'로 불리는 집속탄과 공중지뢰살포탄을 탑재해 쏘아 올린 것이다.
그래서 막연히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만으로 전방 경계병력 축소를 성급히 밀어붙여선 안 된다. 이는 위험한 도박일 뿐이다. 국가의 안위를 상대의 선의에만 맡길 순 없다. 정부가 안보 현안을 다루면서 '소망적 사고'(wishful thinking)에 사로잡히지 말아야 할 이유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고문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