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소녀의 꿈'은 여기까지… 낭만 대신 생존 택한 정관장, 인쿠시와 결별하고 '中 국대' 종휘 품었다
파이낸셜뉴스
2026.04.25 12:13
수정 : 2026.04.25 12:13기사원문
낭만보다 냉혹한 프로의 세계… '최하위' 정관장, 인쿠시와 결별 확정
8승 28패의 뼈아픈 대가… 투혼만으론 가릴 수 없었던 수비 약점
고희진 감독이 직접 상해로 날아갔다… 공수 겸비한 '中 국대' 종휘 품어
항저우 AG 금메달·리그 최고 리시버 합류… 정관장 반등을 위한 승부수
[파이낸셜뉴스] 프로의 세계는 때론 잔혹하리만치 냉정하다. 팬들의 가슴을 울렸던 코트 위의 감동적인 서사도, 결국 '성적'이라는 차가운 현실 앞에서는 자리를 내어줄 수밖에 없다. 정관장의 유니폼을 입고 코트를 누볐던 몽골 출신의 '흥행 요정' 인쿠시(자미안푸렙 엥흐서열)의 V리그 도전기가 결국 한 시즌 만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인쿠시와의 결별은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었다. 지난 시즌 정관장은 무릎 수술을 받은 위파위 시통의 공백이 길어지자, 급박하게 대학 무대에서 뛰던 인쿠시를 대체 선수로 영입했다. 몽골 출신 선수의 깜짝 데뷔, 그리고 매 경기 몸을 사리지 않는 투혼은 정관장 팬들에게 큰 감동을 안겼다.
하지만 수치로 나타난 객관적인 전력은 냉정했다. 인쿠시는 특유의 탄력을 앞세워 분전했지만, 프로 무대에서 살아남기에는 공격의 세밀함이 떨어졌고 무엇보다 리시브 등 수비에서 치명적인 약점을 노출했다. 아시아쿼터 한자리의 전력 누수는 고스란히 팀 성적으로 직결됐다. 결국 정관장은 공수의 불균형을 극복하지 못하고 8승 28패(승점 26)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정규리그 최하위로 추락했다. 아무리 팬들의 사랑을 받는 선수라 할지라도, 팀의 명운이 걸린 아시아쿼터 슬롯을 '성장 가능성'만 보고 다시 맡기기에는 구단이 처한 현실이 너무나 다급했다.
인쿠시의 빈자리를 채울 새로운 얼굴은 철저하게 검증된 즉시 전력감이다. 새롭게 합류하는 종휘는 2022년부터 중국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건 최정상급 자원이다.
프로 무대에서의 이력도 화려하다. 2018년부터 중국 상해 유베스트 소속으로 뛰며 두 번의 리그 우승(2021, 2026)을 이끌었다. 특히 중국 프로배구 리그에서 최우수 아웃사이드 히터(2022, 2023)와 최우수 리시버(2024)에 연이어 선정될 만큼, 인쿠시가 채우지 못했던 '리시브 안정감'과 '검증된 공격력'을 완벽하게 겸비하고 있다.
고희진 감독 역시 이번 영입에 사활을 걸었다. 고 감독은 "지난 1월 중국 상해 현지에서 종휘의 경기를 직접 확인했다. 공수 경기력을 두루 겸비해 우리 팀에 꼭 필요한 선수"라며 뚜렷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지난 시즌의 뼈아픈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고희진 감독의 철저한 계산이 깔린 영입이다.
인쿠시가 보여준 열정과 순수한 눈물은 V리그 팬들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하지만 프로 구단 정관장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감동적인 스토리가 아닌, 당장의 패배를 끊어낼 확실한 득점과 굳건한 수비 라인이다.
'몽골리안 돌풍'의 낭만을 뒤로하고, 정관장은 철저한 전력 분석을 통해 '중국 국대 에이스'라는 가장 확실한 해답을 선택했다.
냉혹한 프로의 세계에서 생존을 위해 인쿠시와의 뼈아픈 이별을 택한 정관장이 과연 다가오는 새 시즌, 종휘의 합류와 함께 최하위의 늪에서 벗어나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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