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팀 다 마무리가 빠졌는데..." 9회초 잠실벌 뒤집어엎은 LG, 두산엔 '충격의 악몽'

파이낸셜뉴스       2026.04.25 19:00   수정 : 2026.04.25 19:00기사원문
'김택연·유영찬 동반 이탈' 초유의 사태
패색 짙던 9회초, '5타수 4안타 4타점' 오스틴이 지배한 짜릿한 대역전극
이병헌 무너진 두산 vs 장현식이 지킨 LG… 잠실벌 반으로 가른 '환희와 탄식'



[파이낸셜뉴스] 야구는 9회말 2아웃부터라지만, 이날 잠실벌의 시계는 '9회초'에 멈췄다.

양 팀의 든든한 수호신이 모두 사라진 마운드. 누군가에겐 각본 없는 드라마의 무대였고, 누군가에겐 잔인한 스릴러의 현장이었다. 프로야구 LG 트윈스가 9회초에만 대거 4득점을 쓸어 담는 가공할 폭발력을 뽐내며 두산 베어스에 7-5,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LG 팬들에겐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환희의 밤, 반대로 두산 팬들에겐 마무리 투수의 공백이 뼈저리게 다가온 통한의 밤이었다.

경기 전부터 잠실구장에는 무거운 공기가 흘렀다. 양 팀의 클로저, 두산 김택연(극상근 염좌)과 LG 유영찬(팔꿈치 부상)이 나란히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올 시즌 평균자책점 0.87로 언터처블의 위용을 뽐내던 김택연의 이탈은 두산에게 치명타였다.

불안한 예감은 가장 결정적인 순간 현실이 됐다. 두산이 5-3으로 리드하며 승리를 눈앞에 둔 9회초. 김택연 대신 마운드에 오른 이병헌은 LG 타선의 먹잇감이 되고 말았다.





선두 타자 송찬의에게 좌익수 키를 넘기는 2루타를 헌납하며 틈을 보였고, 구본혁의 안타와 천성호의 볼넷으로 만들어진 1사 만루. 가장 피하고 싶었던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LG의 '해결사' 오스틴 딘을 마주해야만 했다.

3-5로 뒤진 9회초 1사 만루. 타석에 들어선 오스틴의 배트가 날카롭게 돌았다. 타구는 깨끗하게 중견수 앞으로 뻗어 나갔고, 주자 두 명이 홈을 밟으며 경기는 순식간에 5-5 원점이 됐다. 잠실구장 3루 측 LG 응원석은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다.

한 번 불붙은 LG의 화력은 자비가 없었다. 문보경의 안타로 다시 만루를 채우며 이병헌을 마운드에서 끌어내렸고, 이어 타석에 선 문성주가 바뀐 투수 윤태호를 상대로 기어코 역전 중전 적시타를 터뜨렸다. 오지환의 희생플라이까지 더해진 LG는 9회초에만 무려 4점을 뽑아내는 괴력을 발휘하며 7-5로 승부를 뒤집었다.



이날 오스틴은 동점 적시타를 포함해 5타수 4안타 4타점 2득점이라는 경이로운 활약을 펼치며 잠실벌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 증명했다.

LG 역시 마무리 유영찬이 없는 상황. 하지만 LG에는 '필승조' 장현식이 버티고 있었다. 7-5로 리드를 잡은 9회말, 마운드에 오른 장현식은 두산 타선을 1이닝 무실점으로 깔끔하게 틀어막으며 승리의 마침표를 찍었다. 뒷문이 헐거워진 것은 두 팀 모두 같았지만, 위기를 극복하는 힘의 차이가 승패를 완벽하게 갈랐다.


선발 투수들의 동반 제구 난조(두산 최민석, LG 톨허스트)로 시작된 난타전은, 결국 불펜의 무게감에서 결판이 났다. 공동 7위까지 처진 상황에서 뼈아픈 역전패를 당한 두산은 김택연의 2~3주 공백이 더욱 무겁게 느껴질 수밖에 없게 됐다. 반면 LG는 주축 투수의 이탈 속에서도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며 남은 시즌을 향한 강력한 추진력을 얻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