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기업 AI 영토 넓힐 때… K화학은 '고부가 소재' 승부

파이낸셜뉴스       2026.04.26 18:35   수정 : 2026.04.26 19:59기사원문
차이나플라스로 본 소재산업
사빅·바스프 등 로봇 전면 배치
데이터센터 묶어 AI 솔루션 공세
韓 기업은 일제히 스페셜티 집중
반도체 공정 소재 등 차별화 분투

【파이낸셜뉴스 상하이(중국)=구자윤 기자】지난 21~24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차이나플라스 2026은 단순한 플라스틱 전시회를 넘어 인공지능(AI) 시대 화학기업의 '전장'이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준 현장이었다. 로봇과 AI를 중심으로 한 차세대 산업이 소재 산업의 새로운 수요처로 부상하고 있음을 확인시켜줬다.

■글로벌 화학기업 로봇·AI 인프라 집중

현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글로벌 화학기업들의 접근 방식이다.

사빅, 바스프, 코베스트로,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CNPC), 라이온델바젤 등 주요 기업들은 로봇을 전면에 배치하거나 관련 응용 산업을 적극적으로 강조했다.

이들 기업은 단순히 로봇을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로봇을 센서, 외장, 구동, 전력 시스템으로 분해하고 각 영역에 적용되는 소재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소재 시장'을 구조적으로 설명했다.

특히 사빅은 로봇과 함께 데이터센터 냉각팬, 서버 전원 분배 장치(PDU),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 구조체 등을 함께 배치하며 AI 산업의 실질적 수요처를 강조했다. 로봇이 미래 시장이라면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는 이미 성장 궤도에 오른 현재 시장이라는 메시지다.

코베스트로는 고광택 아크릴로니트릴 부타디엔 스타이렌(ABS)과 폴리카보네이트(PC) 소재를 앞세워 스마트 제조·자동화 산업을 겨냥한 적용 사례를 제시했다. 특히 '지능형 네트워크 및 통신'을 테마로 와이파이 장비, 셋톱박스, 서버 외장 등을 함께 전시하며 AI 산업의 기반인 데이터 흐름과 물리적 인프라를 강조했다. 전시 구성도 부품을 넘어 실제 응용 중심이었다. 수영장 청소 로봇과 AI 서버 하우징, 광케이블 소재를 함께 선보이며 AI를 로봇이 아닌 인프라 산업으로 확장해 설명하는 흐름을 드러냈다.

이는 글로벌 화학기업들이 AI를 단순 기술이 아닌 '인프라 산업'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AI 확산에 따라 전력 소비와 발열 문제가 핵심 이슈로 떠오르면서 전력 효율·열 관리·경량화 소재 수요가 동시에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은 개별 소재 공급 전략

반면 국내 기업들의 전시 전략은 다소 결이 달랐다. 롯데케미칼, LG화학, SK케미칼, 삼양사, 코오롱인더스트리, 효성화학 등은 스페셜티 소재 전환을 강조하며 친환경 소재와 모빌리티 중심 포트폴리오를 집중적으로 선보였다.

이 가운데 롯데케미칼이 선보인 반도체 공정용 소재인 폴리에테르에테르케톤(PEEK), 현상액 테트라메틸암모늄 하이드록사이드(TMAH)는 다른 국가 부스에서 찾아보기 힘든 것이었다. LG화학도 ABS를 통해 무도장 공정만으로도 금속과 유사한 광택 구현이 가능한 로봇 외장 소재를 소개했다. 다만 이를 로봇·데이터센터·전력 인프라까지 연결하는 통합 메시지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결국 같은 '스페셜티 전환'이라는 전략을 내세우고도 방향성은 뚜렷하게 갈렸다.


글로벌 기업들이 AI·로봇·데이터센터와 연계된 소재를 함께 제시한 반면 국내 기업들은 개별 산업 중심의 소재 공급 전략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이 같은 차이는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정부 주도의 산업 재편 기조 속에서 구조조정과 스페셜티 전환을 병행하고 있는 현실과도 맞물린다. 범용 중심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고부가 소재로의 전환에는 속도를 내고 있지만 AI 수요에 대응하는 통합 전략은 아직 초기 단계로 보인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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