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佛 등 이미 외교전…K철도, 기술이전·파트너십으로 승부

파이낸셜뉴스       2026.04.26 18:48   수정 : 2026.04.26 18:47기사원문
연말 사업자 선정 앞두고 5파전
시진핑·마크롱 직접 기술력 강조
日·스페인까지 합류해 공격행보
韓은 호찌민 열차 수출로 존재감
베트남 정부, 해외 의존 최소화
MRO·인력교육 패키지 앞세운
현대로템 '협력전략' 강점 꼽혀
신호체계 누가 쥐느냐도 승부처

【파이낸셜뉴스 하노이(베트남)·서울=김준석 특파원 최가영 기자】 "베트남은 사업규모 100조원에 육박하는 북남고속철도를 특정 국가에 통째로 맡기지 않을 것이다. 결국 알짜 노선과 신호체계를 누가 확보하느냐가 승부를 가를 것이다."

베트남 하노이 현지의 인프라 업계 관계자들은 베트남 역사상 최대 인프라 사업인 북남고속철도 프로젝트의 향후 수주 전망을 대체로 이같이 내다보고 있다.

하노이와 호찌민을 잇는 1541㎞ 구간에 시속 350㎞급 철도를 구축하는 메가 인프라 사업이 연말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치열한 외교전이 시작됐다. 가장 앞서 있다고 평가받는 한국뿐 아니라 중국, 일본, 프랑스가 각국의 국가원수까지 직접 나서면서 '철도 외교전'을 펼치는 가운데, 최근에는 스페인까지 가세하며 수주전은 한층 복잡한 5파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韓·中·日·佛·西 '정상 외교전'

지난 15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또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 철도 협력을 수차례 강조하며 북남고속철 수주 의지를 분명히 했다. 럼 서기장은 방중 기간 중국 고속열차 '푸싱호'를 직접 시승하며 기술력을 확인했다.

중국은 지리적 인접성과 자본력을 앞세워 차관 제공과 조기 착공을 제안하고 있다. 특히 '라오까이-하노이-하이퐁' 철도를 이미 수주해 추진 중이다.

일본과 프랑스, 스페인 역시 정상급 외교를 앞세워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일본은 신칸센의 안전성과 운영 노하우, 공적개발원조(ODA)를 결합한 금융 패키지를 내세우고 있다. 다음 달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베트남 방문을 계기로 참여 의지를 재확인할 전망이다.

프랑스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직접 나서 기술 이전을 약속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여기에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까지 가세해 고속철(AVE)의 험지 대응 기술을 강조하면서 수주전에 참전했다.

■기술이전·현지 협력 승부수

한국은 '팀 코리아' 체제로 기술 이전과 현지 파트너십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1~24일 국빈방문을 통해 한국형 고속철도의 경쟁력을 강조하며 기업 참여를 지원했다. 국빈방문 기간 중 현대로템이 호찌민 메트로 전동차 공급 계약을 따내면서 북남고속철도 수주의 교두보를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베트남 정부가 외국 차관 의존을 줄이고 베트남 국내 기업 참여를 확대한다는 방침을 확정한 만큼, 현지 기업과의 활발한 협업을 진행 중인 국내 기업에 대한 베트남 정부 반응도 긍정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팀 코리아'의 주축인 현대로템은 최고 시속 370㎞급 차세대 고속철도 차량 EMU-370을 앞세우는 동시에 기술 이전, 인력 교육, 유지보수(MRO) 패키지를 포함한 장기 파트너십을 강점으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우즈베키스탄 고속철 수주 경험을 바탕으로 '차량 공급을 넘어선 철도 시스템 수출'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기술이전 의지와 패키지 수출 승부수에도 불구하고 국내 설계사들이 다른 경쟁국 대비 대형 인프라 공사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신호체계 확보가 승부처

현지에서는 수주전의 향방을 가를 핵심 변수로 베트남 현지 기업들과의 '컨소시엄' 구성을 보고 있다. 베트남 국회는 2026년 4월 북남고속철도 관련 예산안을 최종 승인하며 "외국 차관 의존도를 최소화하고 국가 예산을 우선 투입하며, 베트남 국내 기업 참여를 극대화한다"는 원칙을 확정했다.

기술 이전도 베트남 당국의 수주 기업 선정의 중요한 기준이 될 전망이다.
하노이 현지 업계 관계자는 "베트남 당국은 과거 인프라 사업과 관련해 사업 지연, 공사비 증액, 부품 조달 어려움 등을 겪으며 특정 국가에 끌려다녔던 뼈아픈 경험이 있었다"면서 "고장 수리나 부품 교체 때마다 해외에 의존하지 않고, 베트남 기업들이 스스로 유지·보수를 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겠다는 의지"라고 해석했다. 본선 건설, 차량 및 신호체계, 역세권 개발(TOD) 분야 등이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이 중 신호체계는 이번 사업의 '최종 승부처'로 꼽힌다.

rejune1112@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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