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핵 입장차 못 좁히고… '치킨게임' 들어간 美·이란

파이낸셜뉴스       2026.04.26 18:48   수정 : 2026.04.26 18:47기사원문
2차 협상 또 무산 '멀어진 종전'
트럼프, 美협상단 파키스탄행 취소
해상 봉쇄로 이란 경제 숨통 조이기
이란, 정치 압박 통해 버티기 돌입
오만 방문 후 26일 파키스탄 복귀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지난 주말 열릴 예정이던 미국과 이란의 2차 종전 협상을 취소하면서 양측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를 유지한 채 정면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사실상 치킨게임 국면에 들어갔다. 양측 모두 "시간은 우리 편"이라면서 버티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미국은 이란 원유 수출을 차단해 경제를 압박하겠다는 전략이고, 이란은 국제 유가 상승이 미국 내 물가 부담을 키워 결국 정치적 압박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로 가서 이란 측과 만나려던 우리 대표단의 방문 일정을 방금 취소했다"고 밝혔다.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와 재러드 쿠슈너를 이번 주말 파키스탄에 파견해 이란과 2차 종전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전날 파키스탄에 도착했던 이란 협상단이 곧바로 현지를 떠나 오만으로 향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파키스탄 방문 결과에 대해 "종전의 실행 가능한 틀에 대한 이란의 입장을 전달했다"며 "미국이 외교에 진정성을 갖고 있는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협상 재개의 여지는 남겼지만 대화 분위기가 충분히 무르익지 않았음을 시사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르면 26일쯤 다시 파키스탄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이란 국영 IRNA통신은 25일 아라그치 장관이 "오만 일정을 마친 뒤 러시아로 향하기 전 다시 파키스탄을 찾을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제안 수준·협상 격에 불만

미국과 이란의 2차 종전 협상이 취소된 배경에는 이란 측 제안의 실질적 진전 부족과 협상 대표단의 급에 대한 미국 측 불만이 동시에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란이 미국 측에 전달한 종전 제안서에 대해 "훨씬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충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많은 것을 제안했지만 충분하지 않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고농축 우라늄 처리와 향후 핵 프로그램 제한 문제 등 미국의 핵심 요구조건에서 이란이 실질적인 양보를 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협상 상대의 급도 문제로 지목됐다. 트럼프는 미국 협상단이 이슬라마바드까지 장거리 이동을 준비했지만, 정작 협상 테이블에 나올 이란 측 인사들의 급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들어본 적 없는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15~16시간씩 이동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 나라 지도자를 만나는 것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최고위급 정치적 결단이 가능한 인물이 협상장에 나오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다만 협상 가능성 자체를 닫지는 않았다. 트럼프는 "모든 카드는 우리가 갖고 있고 그들에겐 아무 카드도 없다"며 "그들이 대화를 원한다면 전화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경제냐 정치냐…누가 먼저 무너지나

미국과 이란의 대치는 결국 누가 먼저 버티다 꺾이느냐를 가르는 치킨게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미국은 해상 봉쇄를 통해 이란 경제의 숨통을 조이며 협상장으로 끌어내려 하고 있고, 이란은 미국의 정치적·시간적 한계를 계산하며 버티기에 들어갔다. CNN에 따르면 현재 이란 경제는 전쟁 충격으로 크게 흔들리고 있다. 1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고 약 200만명의 고용이 영향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식료품과 의약품 가격은 3~4배 급등했다. 수도 테헤란 시장 공급은 유지되고 있지만 체감 경제는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그러나 이란 경제가 고통받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완전히 붕괴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란은 이미 트럼프 1기 당시 최대 압박 정책을 경험했고 원유 생산량을 절반으로 줄이면서도 버텨냈다"는 평가도 있다. 현재 이란은 약 3000만배럴 규모의 추가 저장 여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퇴역 유조선을 임시 저장시설로 전환하는 방안까지 검토하면서 최소 2~3개월 추가 버티기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란의 계산은 단순하다. 경제적 고통보다 미국의 정치적 압박이 먼저 한계에 이를 것이라는 판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장기화에 따른 미국 내 피로감 확대와 정치적 역풍에 직면해 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가 상승과 물가 압박이란 부담도 크다. 결국 이란 입장에서는 '경제가 먼저 무너지느냐', 미국 입장에서는 '정치가 먼저 무너지느냐'의 싸움이 됐다. 양측 모두 상대의 한계를 기다리며 시간을 무기로 삼고 있다.

pride@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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