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열겠다"던 트럼프…통행량 '0', 사상 첫 폐쇄 위기
뉴시스
2026.04.27 10:00
수정 : 2026.04.27 10:00기사원문
하루 평균 135척 오가던 에너지 수송로, 美봉쇄·이란 고속정 대응에 사실상 마비 해운업계 “정상화까지 수개월 걸릴 수도”…걸프 선박 수백 척·선원 2만명 발 묶여
미국의 블룸버그통신은 26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역사상 처음으로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며, 평시 하루 평균 135척에 달하던 선박 통항이 현재는 사실상 0척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걸프 지역 산유국의 원유와 가스가 세계 시장으로 나가는 핵심 해상 통로다. 지난 2월 말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습 이후 통항이 급감했지만, 최근에는 미국이 이란 연계 선박에 대한 봉쇄를 강화하고 이란이 이른바 ‘모기 함대’로 불리는 소형 고속정들을 동원해 맞서면서 상황이 더 악화됐다.
해운업계에서는 미국의 봉쇄가 오히려 위험 구역을 넓히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400명 넘는 선원이 걸프 안에 발이 묶인 플리트매니지먼트의 라잘링암 수브라마니암 최고경영자는 “미국이 봉쇄를 하면서 선박 위험 지역이 확대되는 것처럼 보인다”며 “이런 힘겨루기가 불확실성을 더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호르무즈 해협이 8주째 이어지는 이란 전쟁의 핵심 전선이 됐다고 짚었다. 이란은 군사력에서 미국에 밀리지만, 호르무즈를 틀어쥐는 방식으로 세계 경제에 고통을 줄 수 있는 비대칭 수단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충격은 이미 에너지 시장으로 번지고 있다. 골드만삭스 분석에 따르면 걸프 산유국들의 원유 생산은 전쟁 전보다 57% 줄어든 상태다. 해협이 완전히 다시 열리더라도 회복에는 수개월이 걸릴 수 있으며, 장기 폐쇄 이후에는 회복이 부분적 수준에 그칠 가능성도 제기됐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봉쇄 방침을 밝히면서 흐름은 다시 뒤집혔다. 이란은 한때 미국 함정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선박 통항 중단을 검토했고, 이후 압바스 아락치 외무장관이 해협을 열겠다고 밝혔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봉쇄를 풀지 않았다. 이 결정은 이란 강경파를 자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해상에서는 선박 공격과 나포가 잇따랐다. 제재 대상 유조선 한 척은 스리랑카 동쪽 해역에서 승선 검색을 당했고, 미 해군은 지난 25일 제재를 가한 지 하루 만에 아라비아해에서 운반선 한 척을 차단했다.
걸프 안에 묶인 선박 수백 척과 선원 2만명도 또 다른 불안 요인이다. 선주와 선박 관리업체들은 선원들과 매일 연락하며 식량과 물, 상담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일부 선원은 계약 만료로 교대했지만, 새 인력을 구하는 일도 어렵고 비용도 크게 오른 상태다.
선주사 CMB.TECH의 알렉산더 사베리스 최고경영자는 “현재로서는 어느 정부로부터도 안전 보장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선박들이 해협을 안전하고 지속적으로 통과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돼야 안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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