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들 수익률이 나보다 좋네"…용돈 모아 불리는 '10대 개미들'
파이낸셜뉴스
2026.04.28 06:00
수정 : 2026.04.28 06:00기사원문
미성년자 계좌 1년 새 3배 급증, 보유주식 가치도 3조원 육박
'금융 사회화'로 보는 자녀 주식 투자의 진짜 의미
[파이낸셜뉴스] "처음에는 2만원, 이후에는 15만원 수익을 냈어요. 지금까지 총 20만원 정도 벌었어요."
지난 26일 방송된 KBS2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서 정지선 셰프의 초등학생 아들이 담담하게 말했다. 아버지가 쥐여준 5000원으로 주식 투자를 시작해 20만원으로 불렸다는 말에 시청자들의 반응은 두 갈래로 나뉘었다. "나보다 낫다", "저렇게 일찍 배웠으면"이라는 공감 반, "초등학생한테 주식이 맞나"라는 우려 반이다.
아이가 달라진 걸 느낀 건 계좌를 만든 지 한 달쯤 지나서였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던 아들이 "엄마, 엔비디아 오른다는데 SK하이닉스도 오르는 거 아니야?"라고 물었다. 이씨가 무심코 흘려들은 뉴스를 아들은 주식과 관련해서 들여다 본 것이다.
이후 아들은 용돈을 받으면 "이거 주식에 넣어도 되냐"고 먼저 물어보기 시작했다. 용돈을 넣다 보니 수익은 몇 천원 수준이지만, 이씨는 "아이가 세상 돌아가는 걸 돈과 연결해서 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학교에서도 배울 수 없는 경제 공부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부모를 보며 '금융 이해력' 키운다…금융 사회화의 중요성
발달심리학자 섀런 데인스는 1994년 처음으로 '금융 사회화(Financial Socialization)'라는 개념을 학술적으로 정의했다. 데인스에 따르면 금융 사회화란 재정적 생존 가능성과 개인의 행복에 기여하는 가치, 태도, 기준, 규범, 지식 및 행동을 습득하고 발전시키는 과정이다. 이후 이어진 학자들은 연구를 통해 부모의 역할이 학교 교육보다 자녀의 금융 태도 형성에 훨씬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확인했다.
금융 사회화는 '금융 이해력(Financial Literacy)'과도 긴밀하게 연결됐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지난해 12월 '20대 초반, 후기청소년은 왜 금융이해력이 낮은가'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연구 보고서를 보면 금융 이해력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바로 ▲개인이 삶의 궁극적인 목표를 설정한 후 그 목표를 달성해 가는 과정에서 정보에 입각한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금융 인식, 지식, 기술을 습득하는 것 ▲그리고 습득한 것들을 조합해 의사결정에 적용하거나 활용하는 능력이다.
그러면서 이 보고서는 금융 이해력을 형성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주체로 부모를 꼽았다. 자녀는 부모의 금융교육, 소비습관, 저축, 부채관리 방식 등을 관찰하고 모방함으로써 자신의 금융역량을 형성해 나간다는 것이다. 특히 부모와 자식 간의 금융 관련 의사소통은 아이들이 금융지식을 내면화하고 금융태도를 형성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금융 사회화의 핵심은 단순히 돈 버는 법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돈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대한 태도를 형성하는 데 있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경로 의존성(Path Dependency)'에 따르면 '주식은 위험하고 어려운 것'이라는 인식이 어릴 때 굳어질 경우, 성인이 돼서도 시장의 문 앞에서 망설일 수 있다. 반면 정지선 셰프 아들처럼 주식을 자연스러운 경제 활동으로 익히게 되면 시장을 두려움이 아닌 도구로 바라볼 수 있다.
트렌드가 된 미성년자 주식 투자
트렌드도 이미 움직이고 있다. 한국투자·미래에셋·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이들 3사에서 개설된 미성년자 계좌 수는 3만4590좌로 1년 사이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증여세 비과세 혜택(10년 합산 2000만원)과 역대급 '불장'으로 불리는 증시 호황이 겹치면서 세뱃돈과 용돈을 주식으로 준다는 이들도 크게 늘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주니어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제도' 도입에 관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도 발의됐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대구 서구)은 27일 아동·청소년이 연 360만 원의 주니어 ISA에 가입하면 19세가 되는 날까지 적립금에 대한 증여세 면제, 이 계좌에서 발생하는 이자와 배당소득 등을 비과세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자녀들의 주식 투자,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장점이 뚜렷한 만큼, 우려되는 부분도 명확하다. 전문가들은 미성년자가 주식 시장에 떠도는 루머에 휩쓸릴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충분한 공부 없이 친구 따라 종목을 사거나 단기 수익에 집착하는 습관이 오히려 잘못된 투자 경로를 고착시킬 가능성도 있다.
투자의 목적을 분명히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다. 금융 교육이 아닌 수익이 목적이 되는 순간, 아이는 기업을 공부하는 대신 주가 등락에 일희일비하는 습관을 먼저 배울 수 있다. 차명 계좌 문제도 존재한다. 부모가 자녀 계좌로 과도한 단타 매매를 반복하는 등 적극적으로 재산을 불려준 정황이 드러날 경우, 증여세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
'껄무새'가 되기 싫은데 오늘도 결국 "살 걸, 팔 걸, 버틸 걸…" 주식도, 부동산도, 재테크도 다들 나 빼고 잘만 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공부해도 어려운 투자의 세계, 손뼉 치며 공감할 [개미의 세계]를 편하게 받아보시려면 기자페이지를 구독해주세요. 함께 공유하고 싶은 투자 사연이 있는 개미들의 제보도 기다립니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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