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이 드러낸 '플라스틱 의존'…정부 "2030년까지 신재 30% 줄인다"

파이낸셜뉴스       2026.04.28 12:17   수정 : 2026.04.28 10:57기사원문
나프타 수급 불안 계기로 재생원료 전환 가속
페트병 재생원료 비율 30%·경찰복 재활용·아파트 다회용기 의무화 추진



[파이낸셜뉴스]중동전쟁으로 플라스틱 원료인 나프타 수급이 흔들리자, 정부가 '석유 수입에 기댄 구조를 바꾸겠다'며 본격적인 탈플라스틱 전환에 나섰다. 핵심은 단순히 플라스틱을 덜 쓰는 것을 넘어, 버려진 플라스틱을 다시 원료로 되돌리는 순환경제 체계를 갖추는 것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8일 제18차 국무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탈플라스틱 순환경제 전환 추진계획'을 보고했다.

2030년까지 폐플라스틱 발생 전망치(약 1000만 톤)에서 신재(석유로 만든 새 플라스틱) 기반 부분을 30% 이상 줄이겠다는 목표다. 원천감량으로 100만 톤, 재생원료 대체로 200만 톤을 각각 줄여 총 300만 톤의 신재 투입을 없앤다는 계획이다.

우선 올해부터 10% 의무 사용이 적용되고 있는 페트병의 재생원료 비율을 2030년까지 30%로 끌어올린다. 식품·화장품 용기와 비닐류 등도 EU 수준에 맞춰 품목별 목표율을 설정하기로 했다. EU는 2030년까지 포장재 페트병 30%, 식품·화장품 용기 10~30% 수준의 재생원료 사용을 의무화할 예정이다.

이번 중동 사태의 직접 영향을 받은 종량제봉투는 우선 지원 대상으로 꼽혔다. 재생원료를 쓸 수 있도록 용융·압출 설비를 교체하는 비용에 국고 138억 원이 추경에 반영됐다. 소각·매립되던 종량제봉투를 파봉·선별하는 전처리시설과 AI·광학선별기 보급도 확대해 태우던 폐플라스틱까지 자원으로 회수한다는 목표다.

그간 재활용 사각지대에 있던 품목들도 이번에 손을 댄다. 단순 소각돼 온 경찰복은 경찰청과 협력해 수거 후 재생 폴리에스터나 충전재·보온재로 만들고, 향후 군복 등으로 대상을 늘린다. 일회용컵은 생산자책임재활용 제도에 편입해 같은 재질 용기(페트 트레이)와 묶어 재활용될 수 있도록 관리 체계를 바꾼다.

플라스틱 자체를 덜 쓰는 원천감량도 병행한다. 화장품 용기·비닐봉지 등 반복 사용이나 재활용이 어려운 제품은 종이 등 대체재로 전환을 유도하고, 배달 용기는 구조적 경량화를 통해 무게를 줄인다. 택배 포장재는 제품 공간비율 50% 이하, 포장 횟수 1회로 과대포장을 제한한다.

폐기물 부담금제도 손본다. 현재 재생원료 투입량에 비례해 감면해 주는 방식을 바꿔, 일정 비율 이상을 쓰면 감면율을 더 높여준다. 의류·전기전자제품 등에는 EU의 에코디자인 제도를 참고해 설계 단계부터 재활용 가능성을 따지는 '한국형 에코디자인 제도'를 도입한다.

일회용기를 다회용기로 바꾸는 생활문화 전환도 추진된다. 전국 1075개 장례식장 가운데 현재 100개소(공공 30, 민간 70)만 다회용기를 쓰고 있다. 정부는 공공기관 운영 장례식장 전체에 우선 협약을 체결하고 민간 시설로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구내식당·카페·스포츠경기장에도 다회용기를 정착시키고, 식·음료업계와는 개인 컵 할인 확대 등 플라스틱 감량 협약을 맺는다.

소비자의 '고쳐 쓸 권리'도 제도화한다. 가전제품 제조사와 수리 정보제공 시스템을 구축하고, 찾아가는 수리버스와 수리 카페 등 수리 거점을 늘린다. 쉽게 버리고 새것을 사는 소비 패턴 자체를 바꾸겠다는 취지다.

재생원료 시장 기반을 다지기 위해 2027년부터 2033년까지 총 2540억 원 규모의 'K-순환경제 리본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선별 고도화와 연속식 열분해유 생산 등 핵심 기술 개발에 집중 투자한다. 산업단지 안에서 공정 부산물을 자유롭게 순환이용할 수 있는 '순환경제 규제특례구역' 제도도 도입하고, 재생원료 품질 인증제를 만들어 믿고 살 수 있는 시장 환경을 조성한다. 기후부는 이번 플라스틱 대책의 접근법을 전기차 폐배터리, 태양광 폐패널 등 미래 폐자원 분야로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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