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로 연봉 만큼 벌었어요"…손실 인증 실종된 '단톡방'의 함정

파이낸셜뉴스       2026.05.01 06:00   수정 : 2026.05.01 06: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성경윤씨(37·가명)의 회사 동기 단톡방은 요즘 활기가 넘친다. 출근하자마자 울리는 알람에 단톡을 들여다보면, 개장과 함께 오늘도 빨간 불로 출발하는 종목들의 캡처가 쏟아지고 동기들의 수다도 이어진다.

"시작하자마자 불장이네", "나 SK하이닉스 130만원 찍었다…오늘로 딱 수익률이 연봉만큼 나왔네. 연봉이 적은 거냐, 하이닉스가 대박인 거냐?", "삼전도 힘냈다" 등등.

4월 내내 코스피가 신고가를 갈아치우면서 역대급 불장이라더니, 성씨의 경우처럼 주변이 온통 주식 이야기다.

대학 동기 단톡방에서도, 취미 생활 때문에 들어간 오픈카톡에서도 주식 이야기는 빠지지 않는 화젯거리다. 자기 수익률을 자랑하는 회사 동기들의 대화 사이에서 성씨는 오늘도 조용히 읽기만 한다. 지난달 산 종목이 아직 마이너스이기 때문이다.

이럴 때마다 성씨는 궁금해진다.



'정말 나 빼고 다 주식으로 돈을 벌고 있는 걸까? 나만 이렇게 마이너스가 나는 걸까?'

물론 단톡방의 모두가 '익절했다'며 수익 인증을 올리는 건 아니다. 회사 동기 단톡방에 들어와 있는 23명 중 수익 얘기를 한 건 대체로 네, 다섯 명 정도다. 가끔 '부럽다, 나는 아직 멀었다' 정도의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은 있다. 나머지는 성씨처럼 조용하다. 성씨는 그들 중 대부분이 자신처럼 손실을 보고 있어 침묵 중인 거라고 생각했다.

수익만 말하는 이유, '선택적 자기 노출'


수익 난 사람만 말하고, 손실 난 사람은 입을 다무는 경향은 '선택적 자기 노출(Selective Self-Presentation)'개념과 연관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는 사회학자 어빙 고프만이 정립한 '인상 관리' 이론에서 파생된 개념으로, 인간은 타인에게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공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감추려는 경향이 있다는 뜻이다.

주식에서 이 심리는 특히 강하게 작동한다. 수익이 나면 "내가 잘 봤다"는 자랑이 되지만, 손실이 나면 "내 판단이 틀렸다"는 고백이 된다. 특히 요즘처럼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벌었다'고 말하는 분위기에선 손실을 고백하기 더욱 어려워진다.

유튜브나 익명 커뮤니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도 마찬가지다. 투자로 큰 수익을 올렸다는 내용의 게시글은 클릭이 많고 알고리즘이 밀어주지만, 손실을 고백하는 게시글은 어지간해서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선택적 자기 노출이 플랫폼 구조와 맞물려 더욱 강화되면서, 수익 인증만 넘치고 손실 얘기는 조용히 사라진다.

이런 현상은 시간이 지나 '생존 편향(Survivorship Bias)'으로 이어질 수 있다. 생존 편향이란 통계학자 아브라함 월드가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 폭격기 분석에서 처음 지적한 개념이다. 살아남은 것만 데이터에 남고 사라진 것은 보이지 않아 현실이 왜곡되는 현상이다.

즉, 손실이 큰 투자자들은 말없이 시장을 떠나고 어느 정도 수익을 낸 사람들만 남아 '주변에 주식으로 돈 번 사람이 많다'는 착각을 더욱 강해지게 만든다는 것이다.

'수익 인증샷' 상대적 박탈감에 휘둘리지 말아야


성씨는 화면 가득한 '수익 인증샷'을 보다 보면 "세상에서 나만 혼자 돈을 못 벌고 있는 것 같은 지독한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린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단톡방의 수익 인증을 보며 "나도 빨리 저 대열에 합류해 인증샷을 올려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는 순간이다. 이성이 마비될 수도 있다.

따라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수익 인증과 같은 일부의 목소리에 지나치게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미 고점인 종목에 무리하게 뛰어드는 추격 매수나 단기간에 손실을 복구하기 위해 원금의 몇 배를 거는 레버리지 베팅 등은 특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지난 2022년 발표한 '국내 개인투자자의 행태적 편의와 거래행태' 보고서에 따르면 거래빈도가 높은 개인투자자일수록 수익률이 낮아지는 경향이 뚜렷하다.
결국, 우리가 보는 수익 인증글이 시장의 전부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껄무새'가 되기 싫은데 오늘도 결국 "살 걸, 팔 걸, 버틸 걸…" 주식도, 부동산도, 재테크도 다들 나 빼고 잘만 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공부해도 어려운 투자의 세계, 손뼉 치며 공감할 [개미의 세계]를 편하게 받아보시려면 기자페이지를 구독해주세요. 함께 공유하고 싶은 투자 사연이 있는 개미들의 제보도 기다립니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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