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서 부산까지 이송됐지만 태아 사망"…정부, 고위험 분만체계 전면 점검

파이낸셜뉴스       2026.05.04 14:11   수정 : 2026.05.04 14:29기사원문
중증 산모 응급 이송 공백 논란 확산
복지부, 모자의료 전달체계 재정비 착수
6월부터 실시간 병상 확인 시스템 도입
의료사고 부담 완화도 동시에 추진해



[파이낸셜뉴스] 충북 청주의 한 29주 임산부가 응급 이송 과정 끝에 부산으로 옮겨졌지만 태아를 잃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정부가 고위험 산모·신생아 진료체계 전면 점검에 나섰다.

4일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중증·권역 모자의료센터와 대한산부인과학회, 대한신생아학회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고위험 분만 대응체계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앞서 정 장관은 전날 충북대학교병원 권역모자의료센터를 방문해 현장 점검과 긴급 간담회도 진행했다.

이번 논의는 지난 2일 새벽 충북 청주에 거주하는 29주 임산부가 응급 상황으로 부산까지 이송됐으나 태아가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마련됐다. 정부는 해당 사례를 계기로 지역 분만 인프라와 응급 이송 체계의 구조적 한계를 다시 들여다보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그동안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 치료를 위해 신생아 집중치료 지역센터와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를 운영해왔다.

지난해에는 산모와 신생아의 중증도에 따라 치료기관을 나누는 '중증-권역-지역' 모자의료 전달체계로 개편했고, 올해 6월부터는 서울대학교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을 중증 모자의료센터로 새롭게 지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고령 임신과 다태아 출산 증가로 고위험 분만 수요는 늘고 있는 반면, 산과·신생아과 전문 인력은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지방은 인력난이 더 심각하다. 실제 충북대학교병원 권역모자의료센터는 산과 전문의가 1명뿐이어서 야간·휴일 응급 대응에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간담회에서는 의료진 부족뿐 아니라 병상·장비 등 인프라 문제, 낮은 보상 구조, 의료사고 부담 등이 현장의 주요 애로사항으로 제기됐다.

정부는 우선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가 적정 의료기관에서 신속히 치료받을 수 있도록 중증도별 전달체계를 재정비할 계획이다.

오는 6월부터는 산모·신생아 전원 가능 병원의 병상과 인력 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정보 시스템을 가동한다. 응급 상황 발생 시 수용 가능한 병원을 빠르게 찾고, 이후 실제 이송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대한민국 소방청 119구급대와 협업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필수의료 인력 이탈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의료사고 부담 완화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현재 산과와 소아외과 의료진을 대상으로 고액 배상 보험료 일부를 국가가 지원하고 있으며, 올해부터는 응급의료 분야까지 지원 대상을 확대할 예정이다.

또 의료진 과실이 없는 불가항력 분만 사고의 경우 기존에는 산모·신생아 사망과 신생아 뇌성마비에 대해서만 국가 보상이 가능했지만, 오는 7월부터는 산모 중증장애까지 보상 범위를 넓히는 방안이 추진된다.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에도 고위험 필수의료 행위에 대한 기소 제한과 보험료 지원 의무화 등이 포함됐다.

복지부는 현장 의견을 토대로 분만 인프라 확충과 보상체계 개선 방안을 추가로 마련할 계획이다. 의료계에서는 이번 사고가 단순한 개별 사례가 아니라 지역 분만 시스템 전반의 취약성을 드러낸 사건인 만큼, 단기 처방을 넘어 구조적 개편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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