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소원 1호로 다시 불붙는 '10초 재판'
파이낸셜뉴스
2026.05.04 15:16
수정 : 2026.05.04 15:15기사원문
헌재, 전원재판부 회부 후 대법에 의견 요청…답변 제출 여부 주목
판결 충돌 속 '심리불속행' 적용 적절성 쟁점…제도 취지 재확인될까
[파이낸셜뉴스]'재판소원' 1호 사건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해달라고 요청하면서, 이제 관심은 법조계에서 오랫동안 논쟁거리였던 '심리불속행' 제도의 필요성과 한계로 확대되고 있다. 이 제도는 대법원이 상고 이유가 법적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할 때 이유를 적지 않고 기각하는 것을 일컫는다. 법원의 업무 과중을 덜어준다는 장점이 있지만, 당사자 입장에선 판결 이유조차 모른 채 패소하기 때문에 헌법상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선고가 순식간에 끝난다는 의미의 '10초 재판'이라고 불린다.
사건은 백신 입찰 담합을 둘러싼 행정소송에서 시작됐다. 녹십자는 공정위의 제재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으나 항소심과 대법원에서 모두 패소했다. 특히 대법원이 심리불속행으로 상고를 기각하자, 녹십자는 재판청구권과 재산권이 침해됐다며 재판소원을 제기했다. 형사사건에서 무죄 판단이 있었음에도 행정사건에서 다른 결론이 나온 점과 법리 오해가 있다는 점에서 '심리불속행 요건'이 되지 않는다는 게 녹십자 측 주장이다.
심리불속행 제도는 형사사건을 제외한 민사·가사·행정 사건 상고심에서 중대한 법령 위반이 없는 경우 별도 심리 없이 사건을 종결할 수 있도록 한 장치다. 다만 원심 판단이 대법원 판례에 상반되거나, 헌법 등 법 규정을 잘못 적용했을 경우 등에는 심리불속행이 제한된다.
이 제도 자체에 대해 헌재는 이미 합헌 판단을 내린 바 있다. 헌재는 앞선 헌법소원 사건(2006헌마551 등)에서 판결 이유를 기재하지 않도록 한 규정이 신속한 사건 처리를 통해 당사자의 재판 받을 권리를 충실히 하고자 하는 입법 취지에 부합한다고 본 바 있다. 다만 이번 사건은 서로 다른 재판 결과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심리불속행 적용이 적절했는지를 따지는 점에서 기존 판단과는 결이 다르다는 분석도 있다.
사건의 결론은 향후 재판소원 제도의 운용 방향은 물론, 대법원의 상고심 운영 방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전체 법원이 기본권 측면을 점검하게 될 것"이라며 "대법원도 심리불속행 판단에 있어 한층 신중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은 내부 재판소원 후속조치 연구반(TF)을 중심으로 대응한다. TF 관계자는 "이번 주 중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라며 "의견서를 제출할지 여부도 검토 대상"이라고 밝혔다. 해외 사례도 참고할 것으로 보인다. 독일 등에서는 재판소원 사건의 피청구인을 법원이 아닌 별도 기관으로 보는 만큼, 우리 법제에서 소송 주체를 어떻게 설정할지도 검토 대상이 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대법원이 별도 의견을 내지 않거나, 제출하더라도 일반론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고법원이 개별 판결의 정당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제도적 측면에서 심리불속행의 필요성이나 기능을 강조하는 방향의 입장은 제시될 가능성이 있다. 수도권의 한 판사는 "행정·형사 사건의 결론이 달라지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며 "'심리부담의 효율적 배분' 등 심리불속행 제도 취지에 대한 최소한의 설명은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헌재 관계자는 "필요적 변론 사건이 아니다"라며 구두 대신 서면 변론 중심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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