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조' 국내외 기관, 韓성장률 2%대 중후반 상향…1%p 넘게 올리기도

뉴스1       2026.05.04 14:40   수정 : 2026.05.04 14:40기사원문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세미콘 코리아 2026 인아오리엔탈모터 부스에 반도체 웨이퍼 이송용 원통 좌표형 로봇 등이 진열돼 있다. 1 ⓒ 뉴스1 안은나 기자


중동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석유 제품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는 3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 휘발유, 경유 가격이 표시되어 있다. 2026.5.3 ⓒ 뉴스1 최지환 기자


(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우리나라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예상을 상회하면서 국내외 기관들이 잇따라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성장률을 1%포인트(p) 이상 높이는 기관도 나오면서 반도체가 견인하는 성장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중동 전쟁 여파로 인한 고유가·환율 상황이 지속되면서 경기 침체 위험도 여전한 상황이다. 해외 기관들 역시 우리나라의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높여 잡는 추세다.

국내외 기관, 성장률 상향 조정…"반도체 수출 호조에 내수가 뒷받침"

4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해외 42개 기관이 전망한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 평균(블룸버그 가중 평균 기준)은 2.1%로 전월보다 0.1%p 상승했다.

영국 리서치 회사인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올해 한국의 성장률을 2.7%로 직전 전망(1.6%)보다 1.1%p 상향 조정했다.

아울러 JP모건체이스는 3.0%, BNP파리바는 2.7%, 씨티는 2.9%로 직전(2.2%, 2.0%, 2.2%)보다 각각 0.8%p, 0.7%p, 0.7%p씩 올렸다.

ANZ는 2.0%에서 2.5%, 바클리는 2.0%에서 2.4%로 상향 조정했다.

여기에 25개 기관이 아직 1분기 GDP 실적을 반영하지 않은 만큼, 평균 성장률 전망치는 더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도 1분기 GDP 실적을 반영해 성장률을 상향 조정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9월 전망치(1.9%)보다 0.8%p 높인 2.7%로 제시했다.

메리츠증권은 기존 2.1%에서 2.6%로, KB증권은 2.1%에서 2.7%로, 삼성증권은 2.3%에서 2.7%로 각각 올렸다. NH투자증권은 2.2%에서 2.5%로, 하나증권은 2.0%에서 2.4%로, 현대차증권은 1.9%에서 2.3%로 상향 조정했다.

이 같은 성장률 상향 조정 배경에는 반도체 호조와 26조 2000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이 자리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고유가로 인한 수출 단가 상승, 글로벌 반도체 호황 지속으로 수출이 증가세를 보일 것"이라며 "정부의 대외 불확실성 대응을 위한 추경 대응이 예상보다 빠르고 대규모로 편성되면서 경기 하강을 방어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지난달 23일 발표된 1분기 실질 GDP 성장률은 1.7%로 2020년 3분기(2.2%) 이후 5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한국은행이 지난 2월 제시한 전망치(0.9%)보다 0.8%p 높은 수준이다.

한은은 "민간소비가 성장의 버팀목 역할을 했고,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와 생산능력 확충을 위한 투자가 성장을 견인했다"고 평가했다.

재정경제부도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부문 호황에 정부 출범 이후 정책 효과가 더해진 영향"이라며 "증시 활성화로 자산 여력이 확대되면서 소비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고유가에 인플레이션 우려 여전…하반기부터 영향 본격화

반도체 호조에 힘입어 한국의 성장률이 예상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인한 경기침체 가능성 또한 제기되고 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지난달 해외 주요 기관 38곳의 올해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대비) 전망치 평균은 2.5%로 지난달 말(2.3%)보다 0.2%p 올랐다.

JP모건은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1.7%에서 2.7%로 1.0%p 상향했다. DBS는 2.6%,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는 2.9%로 0.8%p씩 높였다.

무디스(2.6%), SG(2.6%), BNP파리바(2.5%) 등은 직전 전망보다 0.4%p 높였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우리나라 물가상승률이 2.5%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11월 발표 때보다 0.7%p 높은 수준이다.

특히 중동 전쟁으로 인한 유가·환율 급등세가 본격적으로 물가에 반영되면서, 한국의 소비자물가가 크게 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동 전쟁 직후인 지난 3월 한국의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보다 2.2% 상승하는 데 그쳤지만,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들은 상승세를 기록했다.

지난달 수입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16.1% 상승하며, 1998년 1월(17.8%) 이후 28년 2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원화 약세와 유가 급등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다.

생산자물가도 전월 대비 1.6% 상승해 4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나타냈다.

통상 생산자물가는 1~2개월, 수입물가는 2~3개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이에 따라 4월 이후 공업제품, 운송비, 외식 물가 등 소비자물가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

기업들 역시 원가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가격 인상이나 투자를 축소할 가능성이 커진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올해 우리나라 GDP 성장률은 반도체가 견인하는 것으로 현재의 호조세가 이어진다면 높은 성장률이 이어질 수 있다"며 "고유가, 고환율 흐름이 지속되는 가운데 하반기 반도체 경기가 꺾이면 스태그플레이션이 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 1분기 성장률이 낮았던 기저효과로 올해 반등 폭이 더 컸다"며 "하반기부터 물가 상승 여파가 본격화되면서 내수가 부진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반도체 경기 호조로 인해 성장률은 당분간 상승 곡선을 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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