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 환율 달러당 155엔대 급락..日재무상 "개입 여부 노코멘트"
파이낸셜뉴스
2026.05.04 16:28
수정 : 2026.05.05 05:4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4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55엔대로 급락(엔화 가치 급등)한 것과 관련해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은 "(환율 개입 여부에 대해서는) 노 코멘트"라고 밝혔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가타야마 재무상은 이날 기자단과 만나 이같이 답했다.
장 초반 157엔대 초반에서 움직이다가 오후 1시 직전 급격히 떨어지며 엔화 가치가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일본 정부의 추가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을 의심하며 경계심을 키우고 있다.
앞서 지난달 30일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60.7엔까지 오르며 2024년 7월 이후 약 1년 9개월 만에 최고치(엔화 최저치)를 기록하자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BOJ)은 시장 개입에 나선 바 있다.
BOJ 자금 흐름 자료에 따르면 지난주 약 5조4800억엔(약 350억달러) 규모의 엔화 매입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2024년 7월 엔화 급락 당시와 비슷한 수준으로 약 2년 만의 최대 규모 개입으로 평가된다.
이 같은 개입으로 엔·달러 환율은 같은 날 155엔대로 떨어졌지만 다음날 다시 157엔대로 반등했고 이날 다시 155엔대 후반으로 하락했다.
엔저는 구조적 요인..정부 개입만으로는 제한적
일각에서는 정부 개입만으로는 엔저 흐름을 근본적으로 되돌리기 어렵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엔화 약세가 지속되는 배경에는 미·일 금리 차뿐 아니라 무역적자와 디지털 경쟁력 저하 등 구조적인 문제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BOJ의 저금리 정책으로 더 높은 수익률을 찾아 자금이 해외로 이동하면서 엔화 약세가 이어졌다. 다만 한때 5%를 넘었던 미·일 금리차는 BOJ의 금리 인상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로 현재 약 3% 수준까지 축소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미·일 금리차 축소에도 엔저가 지속되는 것은 일본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일본은 전체 에너지의 80% 이상을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 등 화석연료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연료비 상승으로 수입액이 증가하면서 2011년 이후 무역적자가 고착화됐다.
수입 거래의 약 3분의 2가 달러 결제로 이뤄지는 점도 부담이다. 기업들은 엔화를 달러로 환전해야 하는데 수입이 수출보다 많을 경우 엔화 유출이 확대되면서 환율 상승 압력이 커진다.
지난해 일본의 무역적자는 5677억엔으로 줄었지만 적자 구조 자체는 여전히 엔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디지털 분야의 국제수지 역시 엔저 압력을 키우는 요인이다.
일본은 구글, 아마존 등 미국 기업 대비 디지털 플랫폼 경쟁에서 뒤처졌다. 그 결과 데이터 활용 등에서 낮은 평가를 받으며 글로벌 경쟁력에서도 중위권에 머물고 있다.
인력 부족까지 겹치면서 일본 기업들은 데이터 처리와 시스템 운영을 해외 클라우드에 의존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른 클라우드 사용료와 해외 플랫폼 광고비 증가 역시 엔화 유출을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일본종합연구소의 요시다 다케시는 무역적자, 디지털 적자, 해외 증권투자를 합산할 경우 약 14조엔(약 130조9056억원) 규모의 엔화 유출 압력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엔화 투기 세력 1년9개월만에 최대
최근에는 투기 자금의 움직임도 엔저를 부추기고 있다.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이 불확실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시장 불안이 지속되고 이에 따라 투기 자금이 엔화 매도에 나서기 쉬운 환경이 조성됐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기준 엔화 투기 포지션은 약 1조1800억엔(약 11조334억원) 규모로 2024년 7월 이후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BOJ가 지난달 말 금융정책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중동 정세 불안과 유가 상승으로 금리 인상 기대가 약화되면서 투기적 엔화 매도가 확대된 것이다.
미즈호종합연구소는 금리 차와 국제수지 등을 고려한 적정 환율을 달러당 약 145엔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실제 환율은 투기적 요인으로 인해 이보다 10엔 이상 높은 수준에서 형성되고 있다.
기업·가계 해외 투자 확대로 엔저 고착화
엔저로 인한 인플레이션과 실질 금리 하락으로 기업과 가계 모두 해외 투자 비중을 확대하면서 엔저는 더욱 고착화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의 대외 직접투자는 지난해 약 33조엔으로 2년 연속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10년 전보다는 거의 두 배로 증가한 수치다.
여기에 일본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와 합의한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까지 본격화되면 달러 수요 확대와 엔저 압력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가계의 해외 투자 역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미쓰비시UFJ자산운용의 글로벌 분산형 인덱스 펀드 '올컨(オルカン)'은 지난 2월 운용자산 10조엔(약 93조5210억원)을 돌파했다. 새로운 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 제도를 배경으로 1년 만에 두 배로 증가했다.
미즈호은행 추산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가계의 외화 자산은 130조엔(약 1215조7730억원)으로 전체 금융자산의 5.5%를 차지한다. 지난 25년간 엔화 자산이 약 60% 증가하는 데 그친 반면 외화 자산은 8배로 확대됐다.
구조적 문제 해결 못하면 '달러당 160엔' 일상화
이에 정부의 시장 개입은 환율 상승을 일시적으로 억제하는 데는 효과가 있지만 근본적인 흐름을 바꾸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투기 자금 역시 여전히 엔화 약세를 겨냥하고 있어 외환 개입은 수급을 일시적으로 왜곡하는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노무라종합연구소의 기우치 노부히데는 "외환 개입은 시간을 벌기 위한 정책일 뿐이며 원유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고 분석했다.
후쿠오카파이낸셜그룹의 사사키 도오루는 "현재의 엔저는 경제 기초 여건에 부합하는 흐름으로 여러 차례 개입하더라도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달러당 160엔' 수준이 일상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